‘자산주’로 평가받는 반면 배당금 수익은 낮아…1분기 내 발표될 주주환원 정책 분수령 전망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주가가 ‘저렴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매력이 많지 않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출범 8개월이 지났지만 현대지에프홀딩스를 분석하는 증권가 리포트는 단 두 건밖에 나오지 않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2배에 그치고 있다. PBR이 0.2배라는 것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의 20%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만큼 PBR이 낮은 곳은 이마트, 한국전력공사 등 소수에 불과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올해 1분기 중 그룹 차원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주환원정책에는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미래 사업 계획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주가부양 정책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PBR이 낮은 종목을 대상으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PBR 1배 미만 기업을 투자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이들이 스스로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필요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자산주다. 특히 부동산이 많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보유한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금강쇼핑센터와 압구정동 1·2주구 빌딩, 현대빌딩 등의 가치는 공시지가 기준 2073억 원이다. 실제 시세로는 4400억 원 수준이라는 평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중심에 있는 금강쇼핑센터는 재건축이 현실화되면 큰 폭의 가치 상승이 가능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시가총액이 5000억 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건축 시 기업가치 증대를 꾀할 수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자회사 가치도 높다. 현대백화점 등 상장사 8곳의 보유주식 가치를 합치면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중복 상장과 지주회사 할인(디스카운트) 등을 감안해도 현대지에프홀딩스 주가가 너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국증권은 올해 현대지에프홀딩스가 580억 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배당금 수익은 280억 원이고, 경영자문용역 수익과 임대 수익이 각각 260억 원, 임대수익 4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올해 배당액을 주당 21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의 예상대로라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현재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연 5.6%가량이다. 배당만 놓고 보면 크게 만족할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배당이 기대만큼 많지 않은 것은 자회사 지분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자회사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리바트 지분 41.2% △현대에버다임 지분 45.2% △현대그린푸드 지분 38.1% 등을 갖고 있다. 이들 회사의 지분율은 다른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백화점 지분은 30%만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이지웰(지분율 29.2%) △현대홈쇼핑(25%) △대원강업(22.7%) 등의 지분율이 30%도 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필요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손자회사인 한섬과 현대퓨처넷은 각각 한섬라이프앤, 현대바이오랜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섬라이프앤과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증손회사인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한섬은 한섬라이프앤 지분 51%, 현대퓨처넷은 현대바이오랜드 지분 35%를 갖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5년 말까지 자회사와 증손회사의 지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와 관련, 현대지에프홀딩스 관계자는 “과거 공시에서 밝혔듯 유예기간 전까지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의 선택 받으려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실적 전망은 좋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매출 비중 중 해외사업부 매출은 현재 약 13.8%”라며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의 결과물인데, 주요 자회사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고 업황도 개선되는 추세여서 해외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성현 연구원은 이어 “과거 유통사업 중심에서 비유통사업부로 그룹 내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있다”며 “배당수익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인 데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증시 분위기를 보면 지주회사는 매력적인 사업 부문이 있거나 기대를 끄는 비상장사가 있어야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단순 자산이 많거나 배당이 많은 지주회사는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단기에 그친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자회사 중에는 눈에 띌 만한 비상장 우량회사가 없다. 일단은 지배구조 개편에 중점을 둬야 하기 때문에 배당금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또 현대지에프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별도 기준으로 16억 원에 불과하다. 직원 수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7명뿐이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각 계열사의 주요 인력을 더 품을 생각이었으나 자칫 잘못하면 고비용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인력 이동을 최소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곧 발표할 주주환원 정책에서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유통과 패션, 리빙, 종합식품,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사업 전략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