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기소 3일 후 ‘윤 복심’ 신자용 대검차장 임명…대통령실의 총장 견제 해석
기소 결정 3일 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 가운데 한 명인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을 대검 차장검사로 보낸 것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인사와 맞물린 조치인 동시에,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엇갈린 서부지검 전·현직 수사팀 의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2023년 1월 내부 보고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전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하고도 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사상자의 규모를 키운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송치했다.
서울 지역 경찰 인력 운용과 경비·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김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2023년 초 서울경찰청을 두 차례 압수수색했다. 4월에는 김 청장을 두 차례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사건 처리는 지연됐다. 박희영 전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각각 2023년 1월 기소됐지만, 김 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기소 여부 판단은 1년 넘게 나오지 않았다.
전·현직 수사팀의 의견이 엇갈린 탓이었다. 전직 수사팀에서는 김광호 청장에 대해 구속기소 의견까지 나왔지만, 2023년 9월 구성된 현 수사팀은 기소가 어렵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을 직권으로 결정했다. 수심위는 법조계, 학계 등으로 구성된 150~300명 외부 전문가 위원 중 무작위로 추첨이 된 15명에게 검찰이 수사 결과를 설명한 뒤 의견을 구하는 절차다. 수사팀이 수심위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검 지침에 ‘수심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돼 있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만큼 이번 결론을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흐름에 정통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서울서부지검 현 수사팀은 기소하지 말자는 의견을 냈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 수사팀은 기소를 하자고 했다’며 수심위 소집을 직권으로 결정했을 때부터 이원석 총장이 ‘기소’를 염두에 뒀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태원 참사 책임을 경찰 수뇌부까지 올리고 싶지 않아 했던 대통령실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직권 수심위 소집을 원치 않아 했다”고 귀띔했다.
#수심위 결국 9:6 기소
실제로 검찰 수심위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 1월 15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김 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현안위원회에서 기소 의견이 9명, 불기소 의견이 6명으로 기소 의견을 정했다. 현장 관리 책임자였던 용산경찰서장 등이 1심 재판 중인 상황에서 그 윗선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곧바로 김 청장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수심위에서 결과가 나온 4일 뒤인 19일 김 서울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이태원 핼러윈데이 다중 운집 상황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하였음에도 적절한 경찰력 배치 및 지휘·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곧바로 수도권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후임 서울경찰청장 인사를 냈다. 경찰청은 조지호 경찰청 차장을 서울경찰청장으로 임명하는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했고, 공석이 된 경찰청 차장에는 김수환 경찰대학장을 임명했다.
#정부 책임 묻는 검찰에 심기 불편한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경찰 대응 부족’ 책임을 물어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하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세월호 사건 직후에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해경 해체를 선언하는 등 검찰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도 된다’는 시그널이 있었고, 결국 해경 수뇌부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판단을 하지 않았냐”며 “정부 입장에서 검찰이 ‘참사 책임’을 경찰 수뇌부에게 묻는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것처럼 와닿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법조계는 기소 이후 이뤄진 인사 조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기 전인 22일, 법무부는 고위 검사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 인사를 통해 심우정 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6기)가 법무부 차관으로 이동했고 공석이 된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사법연수원 28기)이 임명됐다.
기본적으로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심우정 차관을 원했다고 알려진다. 다만 공석이 된 대검 차장검사를 곧바로 채우는 것은 물론,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또다른 복심’ 신자용 검사장(대검 차장검사로 가면서 고검장급으로 영전)을 앉힌 것은 ‘이원석 총장 견제용’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신 차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근무한 인연이 있다. 신 차장검사는 전남 장흥 출생으로 순천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임관한 후 대전지검 천안지청, 광주지검, 법무부 등을 거쳤는데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었다.
앞선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실에서는 이원석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원하는 만큼의 수사 결과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며 “신자용 차장검사는 정부 출범 직후 곧바로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으로 임명돼 1년 6개월 동안 보직을 지켰던 윤석열 대통령의 ‘믿는 사람’인데 그런 복심을 대검 차장검사 자리에 앉혔다는 것은 대검 내 흐름에 대한 장악을 의미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