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조주연 각자대표 체제…“이미 매각 시점 놓친 것 아니냐” 우려 목소리도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이사회 멤버이자 기타비상무이사였던 김광일 부회장이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직으로 선임됐고, 조주연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당분간 회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겸하며 조주연 부사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이사는 홈플러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홈플러스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15년 10월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 중 60% 정도인 4조 3000억 원은 대출로 충당했고, 이후 홈플러스 점포를 잇달아 매각하면서 재무건전성 개선에 속도를 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 점포수는 2015년 말 141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131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유통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이 나온다. 통상 사모펀드는 4~5년간 기업을 보유하며 기업가치를 올린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한다. MBK파트너스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홈플러스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인수 희망자를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업계가 바싹 줄어든 마당에 홈플러스라는 대어에 거액을 투자할 기업이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며 “유통 트렌드가 점차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인데 홈플러스가 그동안 보여 온 모습이 온라인에 특색이 있다거나 강화를 하는 모습은 아니어서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 다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출은 △2019년 7조 3002억 원 △2020년 6조 9662억 원 △2021년 6조 4807억 원 △2022년 6조 6006억 원 등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602억 원 △2020년 933억 원 △2021년 -1335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영업손실이 2602억 원으로 확대됐다.
조주연 부사장의 대표이사 승진도 눈길을 모은다. 조주연 부사장이 홈플러스 실적 개선에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2021년 7월 홈플러스 마케팅부문에 합류한 조주연 부사장은 홈플러스 내 △당당치킨 △메가푸드마켓 등을 전개하며 홈플러스 성장을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오픈런(매장이 열리기 전부터 기다리다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서 물건을 사는 것) 현상’까지 일으키며 출시 1년 만에 약 400만 팩이 판매돼 홈플러스 델리 품목에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 부문을 강화한 메가푸드마켓도 인기를 끌었다. 메가푸드마켓은 기존 홈플러스와 달리 델리·베이커리 등 먹거리 매장을 입구 전면에 배치하고 특화매장 모음 진열을 구현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일 메가푸드마켓 24개점의 올해 1월 식품 매출이 3년 전인 2021년 1월과 비교해 평균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30세대 고객수도 3년 전 동월보다 무려 120% 증가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내부에선 불안감도 감지된다. 매각 작업 시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매각할 때) 가장 대표적인 고정비인 임금을 줄이고 기업 몸집도 줄여 매각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홈플러스 내에서 이직하거나 퇴사한 인원의 빈 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홈플러스 한 직원은 “인원을 자르진 않지만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퇴사한 직원들의 자리를 채워주지 않아 인원이 서서히 줄고 있다”며 “본인의 담당 부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원이 부족해) 타 부서의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부족한 직원은) 충원하고 있다”며 “매년 장기 근속 후 정년퇴직(만 60세)하는 인원 때문이고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든 가운데 정년퇴직 인원이 10년 전보다 3배 정도 늘어나면서 전체 직원 수도 자연 감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임원 인사에 대해 “조주연 신임 사장은 2021년 7월부터 마케팅부문장으로 재직했고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리뉴얼을 통한 브랜드 전략, 물가안정 프로젝트 등 성과를 인정받아 내부 승진했다”며 “이번은 승진 인사이고 매각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