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업무방해 등 모두 인정, 법정구속은 안 해…법조계 “대법 판단 달라질 가능성 낮아”
#법원 “사회적 신뢰 심각하게 훼손”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는 2월 8일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위조사문서 행사,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심과 달라지지 않은 판결이다.
2심 재판부는 “대학교수 지위를 이용해 자녀 입시 비리 범행을 수년간 반복적으로 행한 것으로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원심의 양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범죄 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유감 표명을 양형 기준상의 진지한 반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의 유·무죄를 가를 쟁점은 ‘허위 스펙 위조’ 입시 비리,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증거인멸 교사로 크게 세 가지였다. 1심 재판부는 앞선 두 가지에는 유죄를, 마지막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2심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조민 7대 허위경력 중 일부 직접 관여했고 허위 경력 기재 서류들을 제출해 해당 대학의 입시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시했다. 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증명서와 아들 조원 씨가 다닌 조지워싱턴대 시험 대리 응시, 허위인턴십 서류 제출 등 입시비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딸 조민 씨의 장학금 부정 수수와 관련해서는 뇌물 수수 혐의는 인정되지 않고 청탁금지법 위반에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민정수석 취임 이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수수한 금품은 1회에 100만 원이 넘는 청탁금지법 수수금지 품목에 해당해 유죄”라고 판시했다.
조 전 장관의 형량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2018년 8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실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뒤 금융위에 ‘통보와 조치요구’로 감찰 사안을 무마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 측은 줄곧 무죄를 주장해 왔다. 감찰을 중단시킨 것이 아니라 금융위에 통지와 조치요구 처분을 통해 감찰을 종료시킨 것이고 이 역시 정무적 판단에 따라 민정수석의 재량권 범위에서 직무권한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감찰과 관련된 전반적인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고 특감반의 경우 독자적인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찰 중단의 주된 동기가 정치권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 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여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는 위법한 직무집행이었다는 이유다. 감찰반의 독자적 권한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상 인정되는 권리면 충분하다”며 직권을 남용한 것이 맞다고 보았다.
2심 재판부는 “민정수석이었던 피고인은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 피고인과 공모해 감독권을 남용해 당시 유재수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켜 권리행사 방해가 인정된다”며 위법과 부당 정도에 비추어볼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재산 허위신고와 증거은닉교사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원심 및 당심 소송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몇 가지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 명확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조 전 장관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어 도주 우려가 없고 새롭게 나올 증거들도 없어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본 것 같다”면서도 조심스레 “어느 정도의 정무적 판단도 들어가지 않았겠냐”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상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재판 직후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통해 “항소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항소심 재판의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적용에 동의할 수 없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저와 그 가족으로 인해 국민 사이에 분열과 갈등이 일어나고 국민들께 부족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앞으로 자성하고 성찰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앞서의 변호사는 “통상 사실관계를 다투고 판단하는 과정은 1, 2심에서 끝난다. 대법원에서 사실관계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정경심 교수는 징역 1년의 1심 선고를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점, 입시 관련 범행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는 점 등이 양형 요소로 고려됐다.
#조국 “새로운 길 가겠다” 의지 밝혀
조 전 장관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싱크탱크 '리셋코리아'의 활동을 주도하는 등 대외 활동의 보폭을 넓혀 왔다. 이를 두고 정치계 안팎에서 ‘조 전 장관이 4·10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야권은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만든 신당도 비례연합정당에 포함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 열려 있다”면서도 “민주당 범야권 승리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이 나오면서 야권의 비례연합정당을 통한 재등판 가능성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의 항소심이 열린 8일 오후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신당은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홍근 민주당 민주개혁진보연합(민주연합) 추진단장은 야권비례연합 대상에 조국 신당도 포함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창당도 안 돼 있거나 원내 진입이 안 돼 있어 국민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국민적 대표성을 갖추고 있는 원내정당과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날 입장문에는 뼈가 있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입장문을 낭독하며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쓸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 독재를 막는 일에 나서겠으며 검찰 독재를 온몸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4월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에는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조만간 저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할 일은 없을 것이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4월 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저의 작은 힘도 보태겠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