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6석’ 넘어야 기호 3번 가능, 거대 양당 위성정당이 변수…국고보조금 지급 둘러싸고도 눈치게임
#기호 3번 쟁탈전
2월 3일 정의당과 녹색당은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을 만들었다. 양당이 합당한 것은 아니다. 녹색당 소속 정치인들은 탈당 후 정의당에 입당해 총선을 치르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녹색당으로 당적을 옮기게 된다. 양당은 노동 문제와 기후위기대응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상임대표를 맡았고,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가 공동대표직을 맡았다. 원내대표는 배진교 의원이다. 배 의원은 2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2월 3일 새진보연합도 국회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새진보연합에는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이 참여했다. 용혜인 의원의 기본소득당은 새진보연합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열린민주당과 사회민주당 후보들이 새진보연합에 합류해 선거를 치르는 방식으로 연대했다. 이들은 총선이 끝난 다음 당을 유지할지 결정하기로 정했다. 윤석열 정권이 한국 사회를 퇴행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운 명분이다. 새진보연합은 출범식 후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맡았다.
2월 9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이 개혁신당으로 합당을 전격 선언했다.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양향자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았고, 김종민·조응천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2월 11일 첫 회의에서 비례의석을 얻기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기로 했고, 총 253개 지역구 중 최대 150곳에서 후보자를 내겠다고 밝혔다.
2월 13일에는 조국 전 장관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부산 중구 민주공원에서 “4월 10일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 심판뿐이 아니라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제3지대 정당 가운데 어느 당이 정당 기호 3번을 차지할지 주목된다. 거대 양당에 이어 3번 자리를 차지한 정당이 득표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후보자 등록 마감일(3월 22일) 의석수를 기준으로 순번이 정해진다. 대규모 탈당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현재 의석수가 가장 많은 민주당이 기호 1번, 그다음인 국민의힘이 기호 2번을 받을 전망이다.
2월 14일 기준으론 6석을 가진 정의당이 3번이다. 하지만 이는 향후 정치 지형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개혁신당은 기호 3번의 유력한 후보다. 개혁신당에 소속된 의원은 4명(김종민 조응천 이원욱 양향자)이다. 모두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현역들이 개혁신당에 합류하면 정의당의 6석을 넘을 수 있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일요신문에 “현실적으로 투표장에 유권자분들이 들어갔을 때 1번 2번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3번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한 측면에서 3번을 (개혁신당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 원내대표는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왜 정치를 하는지, 이러한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당의 비전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항상 (정당 기호 순번 같은) 기술적인 이야기, 정치공학적인 이야기에 (매몰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위성정당은 기호 3번 쟁탈전의 변수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당 기호 앞 번호 및 국고보조금 확보 등 실리적인 이유를 위해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의원 꿔주기’다. 과거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의원 20명이 위성정당인 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 결과 기호 4번을 받았다. 당시 기호 3번은 원내교섭단체였던 민생당이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2월 23일 창당대회를 연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의 규모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등은 2월 13일 연석회의를 열고 총선용 통합비례정당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통합비례정당의 현역 의원은 2명(강성희, 용혜인)이다. 민주당에서 비례연합정당으로 옮길 의원 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과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으로 이적한 의원은 8명이었다.
녹색정의당은 2월 18일 전후로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준우 대표는 2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주(2월 18일 전후) 안에 결정한다”며 “두 가지 가치(연대론과 자강론)가 다소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내에서 소통하고 경청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녹색정의당이 합류하게 되면 비례연합정당이 기호 3번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전망이다.
녹색정의당 내부에서는 연대론과 자강론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월 14일 배진교 원내대표는 비례연합위성정당 합류를 놓고 당내 이견 때문에 사퇴한다고 밝혔다. 배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반민주적 폭주를 심판하는 절체절명의 선거인데 윤 정권에 총선 승리를 헌납하게 된다면 그 후과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번 총선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확고하게 세우는 연대, 야권의 강력한 연합정치가 필요하다는 소신이 있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 신당이 기호 3번을 차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 당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조국 신당과 연대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2월 13일 박홍근 민주당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단장은 “(조국)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이 민주당 계열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사례를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비례의석 3석(강민정 김의겸 최강욱)을 얻은 열린민주당은 2022년 2월 3일 민주당에 흡수 합당됐다.
#속 타는 개혁신당
2월 15일과 3월 22일은 기호 3번을 노리는 개혁신당에 중요한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15일은 약 125억 원의 1분기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날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의원 5명이 있거나 직전 총선에서 2% 이상 지지율을 확보한 정당만이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개혁신당은 21대 총선 때 없었기 때문에 의원 5명을 확보해야 한다.
3월 22일은 총선 후보자 등록 시한이다. 이날을 기준으로 3월 25일 현역 의원 5명 이상 보유한 정당에 선거보조금이 지급된다. 선거보조금은 총 500억 규모다. 3월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경선도 끝난다. 거대 양당에서 이탈한 인사들이 개혁신당으로 합류할 수 있다. 그 규모가 클 경우 개혁신당이 기호 3번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기인 개혁신당 대변인은 “어쨌든 개혁신당의 이 덩어리 세력화가 좀 구체화하고 커지다 보니까 관심을 두는 분들이 생겼다”며 “그릇이 조금 더 커졌다는 인식이 (생겼나) 보다. 이 당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신 현역 의원들이 분명히 있다. 그분들과 긴밀하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소통하고 있는 현역 의원 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선거보조금에 대해서는 “당의 지향점을 공감하는 분들 (위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꼭 (정당 보조금을 목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부금 이렇게 수령까지 가능하다면 저희는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혁신당은 여야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개혁신당 관계자는 이낙연·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 전원이 나서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 불출마를 요구받거나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이 된 의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 현역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탈당 대신 험지 출마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중진인 서병수 김태호 조해진 의원은 각각 험지로 분류되는 부산 북강서구갑, 경상남도 양산시을, 경남 김해시을에 출마했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보좌관은 “(탈당 움직임은) 특별히 없는 것 같다. (개혁신당은) 총선용으로 뭉친 것 말고는 (다른 가치가) 안 보인다”며 “그래서 차라리 험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원칙과상식(김종민 조응천 이원욱) 외에는 탈당 의사를 밝힌 현역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당내 사정에 밝은 민주당 중진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은 후보자에 대한 컷오프 규정은 없다. 모든 출마자는 경선을 치를 수 있다. 뇌물수수 등 명확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입후보 전에 부적격 판정을 내린다. 경선이 끝나는 3월까지는 굳이 탈당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이 넘어갈 때는 두 가지다. 당선되기 위해서거나 출마 기회를 얻기 위한 정치 신인이거나. 그런데 (민주당은) 경선 기회를 웬만하면 준다. 지역에서 경선 기회를 주고 있는데 기회를 안 줄까봐 신당으로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선 의원이 (신당으로) 가는 경우는 (정치 인생이 끝나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당이) 교통정리를 해주고 있는데 왜 가겠나.”
개혁신당은 2월 15일 전까지 현역 5명을 확보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신당 합류를 타진하는 모습이다. 2월 14일에는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의 개혁신당 합류설이 불거졌다. 두 사람은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과 명의신탁 의혹 등으로 탈당한 다음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개혁신당은 보도자료에서 “신당 통합 전 개별인사의 개인적 소통은 있었을지 모르나, 통합 후 공식적으로 영입을 제안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