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지공이 등록한 내 작품 무효처분 돼야”…법원 “등록은 공시제도일 뿐, 침해 여부 못 따져”
천공은 2023년 1월 4일 옛 제자인 지공(본명 고태석)이 자신의 저작물들에 대한 저작권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했다며 이를 무효 처분해달라고 요구하는 소장을 행정법원에 제출했다. 행정소송 소가는 2억 원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는 2023년 10월 27일 각하 처분을 내리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천공은 소장을 통해 지공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한 ‘민족의 대서사시’ ‘여인의 길’ ‘교시’ ‘구도의 여정’ 등 4편을 자신의 저작물이라고 주장했다. 천공은 2011년 1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를 통해 영상 강연을 하고 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강연하고 있다. 천공은 자신의 강연과 출판물 등에서 이들 4편을 인용하며 활용하고 있다.
천공과 지공은 2000년부터 2006년 7월경까지 동고동락한 사제지간이었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 불미스러운 일들이 겹치면서 갈라섰다. 이후 천공은 인터넷 등을 통해 정법강의를 하면서 세간에 그에 대한 인지도를 넓혀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부부 조언자로 알려지면서 세인들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천공은 2005년 6월 17일 어문저작물 ‘여인의 길’ ‘민족의 대서사시’를, 2007년 1월 30일 '교시'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했다. 그런데 지공 역시 2007년 1월 18일 어문저작물인 ‘구도의 여정’, 2022년 6월 14일 ‘여인의 길’과 ‘교시’, 2022년 6월 20일 ‘민족의 대서사시’ 등에 대해 저작권을 등록했다. 같은 작품을 놓고 ‘천공-지공’이 서로 자신의 작품이라 주장한 것이다.
천공은 행정소송을 처음 제기할 당시 “내가 각 저작물을 창작한 진정한 저작자다. 그런데 지공이 내가 저작자인 ‘구도의 여정’과 이미 내 저작물로 등록된 ‘민족의 대서사시’ ‘여인의 길’ ‘교시’ 등에 대해 또 다시 저작권 등록 신청을 했다”며 “지공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물들을 등록한 것은 저작권법을 위반한 사안이므로 무효 처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등록은 공시제도에 불과하다”며 “각 저작물 등록 여부에 따라 지공이 천공의 저작권 침해에 따른 법률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건 아니다”고 맞섰다. 저작권 등록은 단순한 공시제도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저작권 등록은 단지 저작자, 창작일, 최초 공표일 등에 대한 추정력을 부여하는 공시 제도에 불과할 뿐”이라며 “저작권 행사에 있어서 어떤 절차나 형식 이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또한 “(지공이) 등록한 각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실질적인 귀속은 원고(천공)와 지공 사이의 별도의 민사소송 등을 통해 가려질 뿐”이라고 판결했다. 한마디로 저작권 침해 여부는 민사소송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이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등을 통해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최종 판가름 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천공-지공’은 저작권을 놓고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공이 천공을 형사 고소하면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들 소송과 수사를 통해 향후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최종 가려질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