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한샘, 자산 매각 추진과 함께 배당 강화…‘투자자’ 롯데그룹, 한샘 지분 확대 가능성 낮아
다만 IMM PE가 내심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롯데그룹이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2021년 IMM PE가 조성한 한샘 인수 목적 펀드에 총 2995억 원을 투자했다. 롯데그룹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한샘 인수를 시도해 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긍정적으로 참고할 만한 전례도 있다. 롯데렌탈은 2022년 3월 쏘카 지분 13.29%를 1746억 원에 매수했다. 당장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분임에도 일단 사들인 것이다. 롯데렌탈은 이후 꾸준히 쏘카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 참여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쏘카처럼 한샘 지분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암동 사옥 매각 재추진 가능성도 거론
한샘은 지난해 4분기 증권가 예상치보다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한샘은 2022년 4분기 203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지만 2023년 4분기에는 11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순이익 부문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한샘은 지난해 4분기 341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과징금 부과와 군포 화재로 인한 충당금 지불에 따른 것이다.
한샘은 매년 수백억 원대의 순손실을 보이고 있다. 한샘은 2022년 713억 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23년에도 62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샘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8월 4분기 만에 배당을 진행했다. 한샘은 지난해 8월 주당 1500원, 11월에는 주당 3000원을 배당했고, 올해도 배당을 지속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샘의 배당 정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은 언제나 칭찬받아야 할 것이나 실적 개선세와 맞지 않는 배당 규모는 오히려 의아함을 자아낸다”고 밝혔다.
한샘의 배당 재원은 그간 쌓아놨던 현금성 자산이다. 한샘이 향후 배당을 지속한다면 앞으로는 자산 매각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샘은 지난해 8월 김유진 대표 취임과 동시에 자산 매각에 착수했다. 한샘은 한 부동산 개발회사와 서울시 서초구 한샘디자인파크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방배 사옥 매각을 위해 삼호아파트 측과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호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방배 사옥 지분 3%를 보유하고 있어 한샘 단독으로는 매각이 불가능하다. 이외에도 한샘의 상암동 사옥 매각 재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샘은 2017년 상암동 사옥을 1700억 원에 인수했고, 사옥의 현재 가치는 20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유진 대표는 IMM PE의 투자 전문 인력이다. 김 대표는 에이블씨엔씨, 할리스 등 IMM PE의 또 다른 포트폴리오기업(투자회사) 대표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김 대표가 재무 전문가인 만큼 한샘의 비용 절감 및 자산 회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믿을 것은 롯데뿐?
한샘의 올해 전망은 좋지 않다. 한샘은 가구 업체인 관계로 주택 거래량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R114는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9.3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경기가 급호전되지 않는 이상 역성장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샘의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특판 가구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내년까지 연간 매출액 2조 원 선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샘의 매출은 2022년 2조 9억 원에서 2023년 1조 9669억 원으로 1.70% 줄었다. 롯데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나 디지털 전략도 현재까지는 성과가 없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려 노력했지만 이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전에 없던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업황이 망가진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방법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경태 연구원은 한샘이 발행주식의 30%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증권가는 한샘의 자사주 소각을 기대하지만 투자원금 회수가 급한 IMM PE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IMM PE는 지난해 3월 1000억 원을 투자해 공개매수 형태로 한샘 지분을 늘린 바 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5만 5000원이었다. 이는 당시 주가 4만 4850원보다 높은 수준이었지만 IMM PE가 2021년 한샘을 인수할 때 가격인 주당 22만 1000원보다는 저렴했다. IMM PE는 낮은 가격에 한샘 지분을 확대하고 싶었지만 재무적투자자(FI)가 동의하지 않아 펀드 내 남아 있던 자금 1000억 원만 집행했다는 후문이다.
IMM PE는 어쩔 수 없이 롯데그룹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롯데그룹이 지분을 대폭 확대하지 않는 이상 IMM PE로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다. IMM PE는 공교롭게도 롯데그룹과 쏘카의 거래에도 얽혀 있다. IMM PE는 지난해 6월 풋옵션을 행사해 쏘카 지분 3.7%를 이재웅 쏘카 창업주에게 주당 4만 5172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재웅 창업주 측은 해당 쏘카 지분 3.7%를 롯데렌탈에 비슷한 가격을 받고 넘겼다. 당시 쏘카 주가가 2만 4755원이었다. 롯데렌탈이 두 배 가까운 가격에 쏘카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로는 롯데그룹이 쏘카에 비하면 한샘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한샘 이사회에 임원을 파견하지 않았다. 양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IMM PE가 롯데그룹 최고위층에 직접 이야기하고자 여러 루트를 통해 노력한 것으로 안다”며 “한샘을 인수하면 쏘카 이상으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말 이후로는 롯데 사정도 많이 안 좋아서 현재로서는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샘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일에 대해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IMM PE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