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지연’ 한온시스템, 현대차 내재화 움직임에 전망 ‘흐림’…케이카 등도 매각 타이밍 놓쳐
한앤컴퍼니에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한앤컴퍼니의 단점은 엑시트(매각)를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다. 매수 시점은 잘 잡았지만 매도 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앤컴퍼니의 올해 목표는 10조 원 규모의 매각 실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단 한 곳도 매각하지 못했다. 한앤컴퍼니는 심지어 2019년 웅진식품을 매각한 이후 완전 매각한 사례가 하나도 없다.
한앤컴퍼니 내부에서는 가장 아쉬운 기업으로 한온시스템을 꼽는다. 한앤컴퍼니는 2015년 한온시스템을 2조 7500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가격을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주당 약 1만 200원에 인수한 셈이다.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2021년 초 2만 원이 넘었고, 당시 시장에서 거론된 한온시스템 몸값은 10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과거와 같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한온시스템의 현재 주가는 6000~7000원에 머물고 있다.
#한온시스템 매각은 언제쯤?
한온시스템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618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03억 원으로 67.2%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온시스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674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치를 대폭 하회한 것이다. 한온시스템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2조 1956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조 3274억 원으로 6.0% 늘었다. 하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협력사 비용 보전 등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온시스템 실적 부진의 원인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열관리시스템 내재화 움직임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원래 열관리시스템을 범 현대가 기업인 한온시스템에 맡겼으나 한온시스템이 사모펀드 품에 안기고 여기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까지 한온시스템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일감을 끊는 수순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현대차그룹은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과의 접점을 줄이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내재화 이슈는 계속 한온시스템을 괴롭히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4분기 중 고객사들과 단가를 협상할 가능성이 있으나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및 이자 부담으로 단기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객사(현대차) 내재화 전략을 고려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오다연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에 대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257.6%, 45.3%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이 다소 열위하다고 판단된다”며 “금융비용 상승, 전동화 관련 연구개발(R&D) 및 신공장 건설 등 자본적지출, 배당금 지급 등을 고려했을 때 영업창출 현금을 통한 유의미한 차입금 감축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온시스템 매각 지연은 한앤컴퍼니뿐 아니라 한국앤컴퍼니(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회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여러모로 자금 사정이 급박하다. 한국앤컴퍼니의 지난 9월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40억 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596억 원에 불과하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시설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한앤컴퍼니에 한온시스템 매각을 빠르게 처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앤컴퍼니는 현재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을 매각할 때 한국앤컴퍼니에 동반 매도를 청구할 수 있다. 즉, 잠재 매수자 입장에서는 한온시스템 지분 70%(한앤컴퍼니가 보유한 50.50%와 한국앤컴퍼니가 보유한 19.49%)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사야 하는 것이다.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는 지분 50%만 보유해도 경영권 확보에 문제가 없다. 지분 70%를 굳이 다 살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한국앤컴퍼니가 독자적으로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앤컴퍼니 입장에서는 한앤컴퍼니와 한온시스템 지분을 동반 매도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팔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 독자적으로 한온시스템 지분을 처분하면 추가 이익을 포기하는 셈이다. 일요신문은 한앤컴퍼니에 한온시스템 매각 계획 등을 질의했지만 한앤컴퍼니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앤컴퍼니의 ‘아픈 손가락’
올해 한앤컴퍼니가 매각을 추진한 곳은 한온시스템 외에도 SK해운 유조선사업부, 케이카, SK에코프라임 등이 있다. 이 중 SK에코프라임을 제외하고는 진척된 내용이 없다. SK에코프라임은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캐피탈과 협의 중이다.
쌍용C&E(옛 쌍용양회)와 케이카는 한앤컴퍼니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 과거에 비해 몸값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는 2016년 쌍용C&E를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이후 몇 차례 쌍용C&E 매각을 타진하다가 보유한 쌍용C&E 지분을 2022년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로 이전했다. 한앤컴퍼니가 그대로 쌍용C&E를 경영하되 투자자(LP)만 교체한 것이다. LP 교체 당시 쌍용C&E 주식은 주당 820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쌍용C&E 현재 주가는 6000원 수준으로 하락했고, 이에 따라 새로 들어온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2022년 쌍용C&E를 매각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쌍용C&E는 지난해까지 시멘트 값 고공행진을 등에 업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쌍용C&E는 올해 1분기 적자전환하는 등 과거 대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쌍용C&E는 최근 자회사 쌍용레미콘을 3700억 원에 매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쌍용C&E가 해당 매각 대금을 배당 재원으로 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쌍용C&E는 지난 3월 분기당 주당 70원씩, 총 352억 원의 현금배당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8년 SK엔카 직영사업부를 2000억 원에, CJ그룹 조이렌터카 지분을 500억 원에 각각 인수한 후 두 회사를 합병시킨 법인 케이카를 탄생시켰다. 한앤컴퍼니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케이카를 인수했고, 배당 등을 통해 투자 원금은 회수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분위기다. 케이카가 2021년 공모가 2만 5000원으로 상장할 당시 매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카의 현재 주가는 1만 원대 초반에 불과하고, 한앤컴퍼니의 케이카 지분율은 72%에 달한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