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4세 딸 에틸렌글리콜 검출, 의문사 누나도 같은 성분이…“아내가 남편의 지배자” 부부관계도 묘해
요시키 양은 2019년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사랑만 받아도 모자랄 아이는 생후 2개월 때 아동보호소로 옮겨졌다. NHK는 “부모로부터 심리적 학대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반년 동안 시설에서 요시키 양을 일시 보호했다”고 전했다. 부모에게 돌려보내졌지만, 이후에도 방치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망하기 반년 전부터는 요시키 양의 얼굴 등에 상처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이웃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에 의하면 “2023년 3월 13일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호소야 용의자가 119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당시 요시키 양은 의식 불명으로 알몸에 기저귀만 찬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1시간 후 숨졌다. 경찰은 현장 상황이 부자연스러웠고, 아동보호소에 학대 이력이 남아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사건성을 의심했다.
부검 결과, 요시키 양의 체내에서는 대량의 에틸렌글리콜과 함께 올란자핀이 검출됐다. 에틸렌글리콜은 차량의 엔진 동결을 막는 부동액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단맛이 있는 무색 액체로 물이나 알코올에 쉽게 녹는다. 먹었을 경우 의식장애를 일으키며 신부전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올란자핀은 주로 조현병 등 망상이나 환각 증상을 완화할 때 처방되는 항정신병 약이다. 당연히 영유아에게는 처방되지 않는다. 유아가 소량 섭취할 경우 강한 졸음이 쏟아져 온몸이 축 늘어질 우려가 있다. 잘못 마신 정도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성 대량 투여 시 사망 사례 보고가 있다. 수사 관계자는 “요시키 양이 일정 기간에 걸쳐 올란자핀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호소야 부부의 자택에서 압수한 PC와 스마트폰 분석을 통해 부부가 사건 1년여 전부터 에틸렌글리콜과 올란자핀을 해외 사이트에서 여러 차례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올해 2월 14일 호소야 부부를 친딸 살해 혐의로 체포했다. NHK는 “요시키 양이 2개의 약품을 동시에 잘못 마셨을 가능성이 적고, 용의자 부부의 상품 구매 이력과 보관 상황 등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체포를 단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소야 용의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시호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독극물을 먹여 친딸을 살해한 이유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그런데 수사 도중 미심쩍은 부분이 또 하나 드러났다. 경찰에 의하면, 2018년 4월 호소야 용의자와 같은 건물에 살던 누나가 갑작스레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범죄 의심은 없지만 사인 파악이 안 돼 행정부검을 한 바 있는데, 요시코 양과 마찬가지로 “에틸렌글리콜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타살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6년 전 일을 재수사 중이다.
흉악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부부는 어떤 인물일까. 일본 언론에 의하면 “호소야 용의자는 가죽 원단을 제조 판매하는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아내 시호와는 유흥업소에서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다”고 한다. 호소야의 부친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해 한때 연을 끊고 살았으나 손주들이 태어나면서 아들 부부를 불러들였고, 부친이 소유한 10층짜리 건물로 이사해왔다. 호소야의 부친은 2012년 도쿄 스카이트리가 개장하면 방일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아사쿠사에 호텔을 지었고, 호소야는 이 호텔의 지배인을 맡게 된다.
후지TV가 호소야 부부를 잘 아는 주변 인물들을 취재했는데, 호소야 부부의 묘한 관계성이 엿보였다. 한 지인은 “아내가 남편의 지배자처럼 보였다”고 표현했다. 지인에 의하면 “업무 약속을 해도 호소야가 제시간에 온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가령 아내 시호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전화하면 바로 달려가는 형태였으며, 호출 내용은 대부분 ‘아이스 밀크티를 만들어달라’는 등 시답잖은 이유였다.
또한, 부부 사이에는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감정적이 된 시호가 주방 세제를 마셔 구급차를 부르거나 베란다에서 불을 붙이는 행동으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렇듯 아내 시호에게서 정신적 불안정함이 보여 구청 아동상담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가정 방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소야 집안에 이변이 일어난 것은 2018년이다. 그해 1월 호소야의 모친(68)이, 4월에는 누나(41)가, 6월에는 부친(73)이 연달아 사망했다. 짧은 기간에 가족 세 명이 사망하는 이상 사태가 벌어진 것. 모친은 신장이 안 좋았고 부친도 지병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호소야의 누나는 의문사였다. 이후 호소야는 부친이 창업한 ‘호소야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자택이 있는 빌딩도 상속받았다.
교도통신에 의하면 “호소야와 누나 사이에는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호소야 누나의 시신에서는 요시키 양과 동일한 부동액에 쓰이는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더욱이 호소야 부부가 누나가 숨지기 전 부동액을 구입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저널리스트 야나기하라 미카는 “6년 전 ‘수상한 죽음’이 이제야 수사를 받게 됐다”며 “일본 사인규명 제도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건성 없음’이라고 판단되면 사법부검도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덮어버린다. 시신이라는 중요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어떻게 진실을 규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일본의 부검률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야나기하라는 “현장에서 다툰 흔적이 없다, 병원에서 사망했다 등 범죄성을 연관시키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독극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외국의 부검률이나 약독물 검사 충실도와 비교했을 때 일본은 제도가 매우 빈약하다. 국가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자산가 부부가 어린 딸을 살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6년 전 또 다른 가족이 사망한 일도 연관성이 있는 걸까. 수수께끼 많은 사건, 경찰에 의한 진상규명이 기다려진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