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로 압도하는 초반부 비해 ‘뒷심’ 약해…장르 체인지의 관객 호불호가 관건

문제의 묫자리를 보게 된 상덕은 묘를 절대 써서는 안 될 흉지에 관리도 되지 않은 채 덩그라니 놓여있는 봉분과 아무런 이름이 적히지 않은 비석을 보며 불길함을 느낀다. 파묘를 하되 관을 열지 말고 통째로 화장해 달라는 의뢰인의 묘한 요구를 듣고 "묘를 잘못 손대면 건드리는 모두에게 화가 닥친다"는 금기를 지키기 위해 의뢰를 거절하려 하지만, 의뢰인의 장남인 갓난아기마저 묫바람의 저주를 받은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진다. 그런 그에게 화림은 묘 이장과 동시에 '대살굿'을 진행해 보자며 권유한다. 부정이나 액운을 막기 위한 대살굿은 동물의 시체 등을 희생 제물로 이용해 대상에게 쏟아질 액운을 그쪽으로 돌리는 굿의 방식 중 하나다.
'파묘'의 전반부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이 대살굿 신은 시종일관 관객들의 온몸을 감싸는 찐득찐득하고 불길한 기운 사이에서 유일하게 밝고 화려하며 소란스러워 관객들에게 짧게나마 숨통이 트일만한 시간을 선사한다. 마치 엄청난 신을 실어낸 것처럼 온몸을 던져 굿판에 뛰어드는 김고은의 연기 또한 공포스러운 긴장감보단 앞으로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실리는 기대감에 더 큰 무게 추를 올려 놓는다. 앞서 최민식도 김고은의 대살굿 신을 보며 "저러다 뭔 일 나는 것 아닌가 걱정할 정도로 그 몰입도가 대단했다"고 몇 번이나 언급한 만큼 '파묘'의 대살굿 신은 '검은 사제들'의 소머리 굿과 퇴마 신, '곡성'의 살 날림 굿에 이은 한국 오컬트 영화의 시그니처 신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프 스케어(갑작스럽게 사람이나 사물 등을 등장시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 기법)나 무시무시한 특수분장으로 직접적인 공포감을 안겨주지 않고 오직 소리와 빛의 강약조절만으로 관객의 피를 말리는 식이다. 그것을 귀신이나 악마 같은 직접적인 단어로 부르지 않고 '험한 것'으로 부르는 것 역시 감히 입에 담기조차 두렵고 불길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 점 역시 '험한 것'에 대한 관객들의 공포심을 키워나간다. 이런 부분에서 볼때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3부작 가운데 공포도로만 따지다면 단연 '파묘'가 1위에 오를 것이라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만족스러운 공포가 전반부에만 한정된다는 점이다. '험한 것 위에 더 험한 것'이 돼 버린 후반부의 이야기는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산만함이 느껴지고, 한국의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K-오컬트'에 기대를 가진 관객들에겐 오컬트보단 크리처(괴물) 장르로 느껴지는 변화가 영 마뜩잖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파묘'를 향한 기대와 열기는 현재진행형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파묘'는 개봉 당일인 이날 실시간 예매율 54%, 사전 예매량 약 37만 장으로 2024년 개봉 영화 신기록을 세웠다. 특히 '파묘'의 사전 예매량은 2022년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 기준 1068만 관객을 동원한 메가 흥행작 '범죄도시3' 다음으로 높은 예매량으로 눈길을 끈다. 그만큼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세계관을 사랑하고,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의 새로운 '오컬트 페이스'를 기대해 온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의 배우 인생에서 첫 오컬트 도전이라는 최민식을 비롯, 하나님을 믿는 독특한 장의사로 이 작품에서 조차도 틈틈이 웃음을 책임지는 유해진, 'MZ세대 무당'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은 김고은·이도현까지. 사방신처럼 자리잡은 이 4명의 배우들이 빈틈없는 존재감으로 마지막까지 힘있게 이끌어나가는 '옛날옛적 무서운 이야기'라니, 예매 버튼을 누르는 건 불가항력이 아닐까. '쫄보'들은 소리로 공격하는 전반부에 특히 주의.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