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패권자 권성동에 고검장 출신 오세인 도전장…‘복당파’ 김한근 전 시장도 합류해 ‘3자구도’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선 22대 총선 강원지역 공천 면접심사가 진행됐다. 강원 강릉 지역구 예비후보 면접에 시선이 집중됐다. 강릉에서 5선을 노리는 권성동 의원과 그 아성에 도전할 도전자들이 면접장에 나타났다. 도전자들은 면접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했다. 김한근 전 강릉시장과 오세인 변호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각자 콘셉트가 다른 예비후보들이 면접을 마친 뒤 자신의 강점을 어필했다. 현역 권성동 의원은 ‘중앙무대 힘 있는 정치인’이라는 키워드를 부각했다. 김한근 전 강릉시장은 ‘민주당 후보군과 대결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오세인 변호사는 ‘강릉 지역 내 새로운 인물을 향한 열망’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릉 지역 패권자다. 2009년 하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한 권 의원은 19~20대 총선에서 승리하며 3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당선증을 거머쥐며 4선까지 이뤄냈다. 권 의원의 탄탄한 지역 기반이 이뤄낸 결과였다.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권에 등장할 때부터 ‘절친’ 이미지를 형성하며 친윤계로 분류됐다. 윤석열 정부 초기 ‘윤핵관’을 거론할 때 가장 빈번하게 이름이 언급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중진 및 친윤을 대상으로 한 혁신 정국에서 권 의원은 복지부동 스탠스를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2대 총선에서 5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2월 18일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강원 지역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8개 선거구 가운데, 3곳의 단수공천이 확정됐다. 이날 발표에서 강릉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강릉은 지역구 조정 가능성이 있어 여러 변수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릉 지역구는 강릉 양양 지역구로 개편될 여지가 있다. 지역 정가에선 강릉 지역 판세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복수 영동 지역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 중인 예비후보가 있다. 바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오세인 예비후보다. 오 후보는 1965년생 강원도 양양 출생으로 강릉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6년 제28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18기로 1992년 검사로 임관했다.
오 후보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검사 커리어 최전성기를 맞았다. 2008년 차장검사로 승진한 뒤 대검찰청 대변인, 공안기획관,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검사, 대검찰청 선임연구관 등을 거쳤다. 2011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오 후보는 서울고검 공판부장, 대구고검 차장검사,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및 반부패부장, 공안부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2015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을 거친 뒤 고검장급으로 승진해 광주고검 검사장으로 영전했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오세인 고검장이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을 뿐 내부적으론 가장 검찰총장에 적격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면서 “정권과 코드가 좀 더 합치했던 사법연수원 18기 출신 문무일 검찰총장이 발탁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검찰 인사 단행 이후 오 후보는 검사직을 내려놓고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오 후보와 경쟁을 펼친 뒤 검찰 수장에 임명된 문무일 검찰총장은 2018년 5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독립수사단에 권성동 의원 소환조사 보류를 지시하는 외압 의혹에 휩싸였다. 2019년 7월 문무일 검찰총장이 임기를 마친 뒤 후임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오 후보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출마설이 돌았다. 당시 미래통합당 공천 국면에서 권성동 의원과 최명희 전 강릉시장이 컷오프 되면서 오 후보를 둘러싼 출마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당시 오 후보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4년이 지나고 22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오 후보는 전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2월 3일 국민의힘 공천신청 마감일에 서류를 접수하며 정계진출을 천명했다.
‘서울대 법대-검찰’로 이어지는 오 후보 검맥과 학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역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당정 최고위급들과 공통분모가 많다. 여기다 지역 일선에선 ‘강릉고 학맥’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 강릉고 출신이기도 하다. 한 강원 지역 정치권 관계자 말이다.
“현역 권성동 의원의 경우 강릉명륜고-중앙대 법대를 졸업했다. 공관위와 당정관계 전체를 아우르는 공천 지형도에서 오 후보가 다소 유리한 학맥을 보유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 후보의 경우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정권 요직에 갈 수 있는 커리어를 갖추지 않았느냐. 중량급 법조인이 강릉 공천경쟁에 뛰어들면서 상당히 변수가 많아진 상황이다.”
또 다른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강릉 지역구가 강릉·양양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오 후보 출생지가 양양이기 때문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여기다 현역 중진 및 탈당 이력 페널티 등이 경선에 적용되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현역 의원과 중량급 법조인이 가세한 상황에서 전직 강릉시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김한근 예비후보다. 김 후보는 1963년생으로 강릉고-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입법고시에 합격해 국회 사무처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1급 공무원인 국회 법제실장까지 지낸 뒤 은퇴한 김 예비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강릉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시장 재임 중 각종 논란 등으로 인해 2022년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 과정서 컷오프됐고, 탈당 이후 무소속 출마했으나 3위로 낙선했다.
김 전 시장은 총선 출사표를 던진 뒤 국민의힘 복당을 신청했고, 2월 8일 국민의힘이 김 전 시장 복당 신청을 전격 받아들였다. 이로서 강원 강릉 지역구는 권성동-오세인-김한근 3자 구도로 자리 잡았다.
보수세가 강한 강원 강릉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진 민주당 주자는 2명이다. 배선식 전 민주당 강원도당 강릉지역위원장과 김중남 민주당 강원도당 탄소중립위원장이 경선을 펼칠 전망이다. 개혁신당에선 이영랑 당대표 정무특보가 ‘보수의 품격’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출마를 선언했다. 제21대 총선에서 민중당 간판을 달고 강릉에 출마했던 장지창 진보당 예비후보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정치평론가 최수영 디아이덴티티 메시지전략연구소장은 강원 강릉 지역구와 관련해 “센세이셔널한 결과가 있지 않을까 예측이 나오기도 하는 흥미로운 지역구”고 바라봤다. 최 소장은 “오세인 예비후보의 경우 공천신청 마지막 날에 등록을 한 점이 의미심장하다”이라면서 “권성동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거의 친구처럼 지냈던 사람일뿐 아니라,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무게감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성동 의원 컷오프 가능성과 관련해 최 소장은 “그러면 권 의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당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면서 “경선이 치러질 경우 권 의원은 다양한 감점요소가 있지만, 강력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페널티를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 오세인 예비후보는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각종 어드밴티지를 업더라도 당원투표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정영환 공관위원장과 오 후보가 고교 동문인 것과 관련해 “그런 부분은 정 위원장 입장에서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