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지역 공천 심사 통과자 중에선 국힘 20% 민주 35% 전과 보유…진보당 7명, 개혁신당 4명 등
[일요신문] 공직선거 후보 전과 기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000년 처음 공개됐다. 금고 이상 형에 한해서였다. 이후 공개되는 전과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2010년부터 정치자금법, 알선수재 등 일부 범죄는 벌금 100만 원 이상 전과 기록이 공개됐다. 2014년부터 모든 범죄에 대해 벌금 100만 원 이상 전과 기록이 공개됐다.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과 경기북부 지역 예비후보 중 전과 보유자는 50명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은 지난 1월 말까지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다. 2월 21일까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컷오프(공천 배제)가 공식화 됐거나 지역구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는 제외했다.
하지만 공직선거 후보 도덕성을 검증하기엔 공개 범위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벌금 100만 원 미만 전과 기록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개되는 전과도 죄명, 형량, 처분일자만 간략히 공개되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수도권 유권자 알 권리를 위해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을 포함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전과 기록을 조사해 연속 보도한다. 특히 법원 판결을 받은 전과는 판결문을 입수해 상세한 전과 내용을 공개한다.
소속 정당별 전과 보유자는 국민의힘 19명, 민주당 17명, 진보당 7명, 개혁신당 4명, 자유민주당 1명, 무소속 2명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 심사를 통과한 예비후보(전략공천·단수공천·경선 대상자) 중 전과 보유자 비율은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높았다. 민주당이 2월 21일까지 발표한 인천과 경기북부 공천 심사 통과자 중 경선 탈락자를 제외한 인원은 14명이다. 이 중 35%인 5명(김성회·박정·윤후덕·이기헌·최민희)이 전과 보유자다. 전과 건수는 박정 의원, 윤후덕 의원, 최민희 전 의원이 각 2건이다. 나머지 2명은 각 1건이다. 민주당은 2월 21일까지 인천과 경기북부 28개 지역구 중 9곳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3개 지역구 경선 결과도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2월 21일까지 발표한 공천 심사 통과자는 인천과 경기북부에서 34명이다. 이 중 20%인 7명(김성원·나태근·손범규·유제홍·조광한·조용균·한길룡)이 전과 보유자다. 이 중 단수공천은 2명(김성원·조광한)이다. 나머지 5명은 경선 대상자다. 7명 모두 전과 건수는 각 1건이다. 국민의힘은 2월 21일까지 인천과 경기북부 28개 지역구 중 21곳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파주시갑 경선 대상자였던 윤후덕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만 2건이다. 윤 의원은 출판사를 운영하던 시절 이적 표현물을 출판한 혐의로 1987년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6월 처분을 받았다. 1991년 또 다른 이적 표현물 출판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2월 21일 밤 발표된 민주당 1차 경선 결과, 윤후덕 의원은 지역구 경선에서 승리해 민주당 파주시갑 후보로 확정됐다. 윤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정책특보이기도 하다.
민주당 남양주시갑에서 경선을 치르는 최민희 전 의원도 전과가 2건이다. 최 전 의원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1년 12월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을 되찾았다. 최 전 의원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유치를 약속받았다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처벌받았다.
또 최 전 의원은 1982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 전 의원은 이화여대에 다니던 시절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전두환 정권의 미온적인 대응을 규탄하는 유인물을 뿌리다가 처벌받았다.
민주당 파주시을 후보로 단수공천된 박정 의원도 전과가 2건이다. 박 의원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1998년 1월 벌금 5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박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던 어학원 소속 강사가 무단 복제한 강의 교재를 판매하다가 적발돼 회사 대표로서 처벌받았다. 또 박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1998년 5월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고양시병 후보 이기헌 전 민정비서관 전과는 1건이다. 이 전 비서관은 특수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1990년 11월 징역 2년 선고를 받았다. 이 전 비서관은 경희대 수원캠퍼스 총학생회장 시절인 1990년 5월 9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민주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인 고양시갑 경선 대상자 김성회 정치연구소 Y(와이) 소장 전과는 1건이다. 김 소장은 학생운동을 하던 중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1997년 10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소장은 고려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국민의힘 공천 심사 통과자 중 전과 형량이 가장 높은 예비후보는 남양주시병에 단수공천된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다. 조 전 시장은 지방공무원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 판결이 대법원에서 2023년 6월 확정됐다. 대법원 판결 두 달 만인 2023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특별사면돼 피선거권을 되찾았다.
사건 전말은 이랬다. 조 전 시장은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남양주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남양주시장 시절인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남양주시을 민주당 경선에 나선 김한정 의원을 떨어뜨리고자 자신의 정무비서에게 김한정 의원이 아닌 다른 경선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권리당원을 모집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과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해 조 전 시장에게 징역 1년 6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줄였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재명 저격수'로 불리는 조 전 시장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등을 두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경기도가 남양주시 특별감사에 나서자 조 전 시장은 "정치적 보복감사"라고 반발했다. 그는 결국 2023년 4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2023년 9월 국민의힘에 영입인재로 입당했다.
조 전 시장은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2021년 6월 기소되기도 했다. 경기도가 남양주시 특별감사를 벌인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재판까지 이어진 사건이었다. 하지만 조 전 시장은 2021년 1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항소가 기각돼 2023년 8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항소심 판결 직후 조 전 시장은 "이재명에 의해서 이재명이 만들어 놓은 억지였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 전과 형량이 두 번째로 높은 후보는 인천 부평구갑 경선 대상자인 조용균 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다. 조 전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2015년 7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와 상고 모두 기각됐다.
조 전 부장판사 전과는 과거 인천시장 선거에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베트남 성매매 의혹을 제기하다가 생겼다. 그는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 후보가 베트남에서 성매매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석두 전 인천시의원 변호를 맡았다. 백 전 시의원은 2013년 9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조 전 부장판사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2014년 5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 후보가 베트남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백 전 시의원 유죄 판결과 관련해 법원이 성매매 유무를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전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재정 신청을 받아들여 공소가 제기됐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을 냈다. 양형 의견은 자격 정지 2명, 벌금 500만~1000만 원 4명, 벌금 3000만 원 1명이었다.
국민의힘 후보 중 전과를 보유한 나머지 5명 전과는 모두 음주운전이다. 유제홍 전 인천시의원은 2007년 벌금 200만 원, 김성원 의원은 2008년 벌금 150만 원, 나태근 전 국민의힘 구리시 당협위원장은 2016년 벌금 150만 원, 손범규 전 아나운서는 2006년 벌금 150만 원, 한길룡 전 국민의힘 파주시을 당협위원장은 2016년 벌금 150만 원 처분을 받았다. 특히 한 전 당협위원장은 음주운전 적발 당시 경기도의회 의원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천 대상자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지역구에서 전과가 3건인 예비후보는 4명이다. 민주당 소속 2명(김한정·유길종), 국민의힘 소속 2명(윤지상·황병열)이다.
민주당 남양주시을 예비후보 김한정 의원 전과는 총 3건이다. 김 의원은 현존건조물방화예비, 폭력행위 등 혐의로 1986년 8월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서울대에 다니던 1985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서울사무소를 점거하고 방화를 시도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나머지 전과 2건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16년 11월 벌금 50만 원 선고를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당시 영화관 복도에서 명함 50여 장을 배부했다. 공직선거법은 영화관, 병원, 종교시설, 열차 등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 김 의원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구민과 식사를 하면서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심은 "먹다 남은 양주였고, 검찰이 양주 가격을 지나치게 책정했다"는 김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90만 원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 의원은 공천 심사와 별개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김 의원은 2월 2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의원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위 10%는 경선에서 득표의 30%를 감산 당한다. 사실상 컷오프로 여겨지고 있다.
민주당 인천 부평구을 예비후보 유길종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전과가 3건이다. 1998년 4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0월엔 건조물 침입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1992년 12월 업무방해로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기도 했다. 유 부의장은 한국지엠 전신인 대우자동차 출신이다. 노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전과 3건이 모두 생겼다.
국민의힘 인천 서구갑 예비후보 윤지상 전 인천시의회 의원은 1999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았다. 윤 전 시의원은 2001년 9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 원 처분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고양시갑 예비후보 황병열 경기도당 부위원장 전과는 음주운전 2건, 무면허운전 1건으로 총 3건이다. 황 부위원장은 2002년 6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 원, 같은 해 7월 무면허운전으로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이어 2004년 11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진보당 소속 중 전과가 가장 많은 예비후보는 김재연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2005년 6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국회 기습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또 김 전 의원은 2023년 2월 일반교통 방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150만 원에 처해졌다. 김 전 의원은 2017년 4월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의정부시청 사무실 20곳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명함을 줬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운동을 위해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개혁신당 소속 중 전과가 가장 많은 예비후보는 김동문 해빌리지 살렘교회 담임목사다. 김 목사 전과는 총 3건이다. 모두 40여 년 전 발생했다. 특수강도 및 야간주거침입절도 등 강력범죄 전과여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김 목사는 2월 19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한 살 무렵에 고아가 됐고,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 열네 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했다"며 "올바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에 공장을 전전하다가 결국 전과자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패자도 부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사회복지사로도 일하면서 쌓은 경험으로 우리나라 교육·복지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