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40%대 돌파 “의대 정원 증원 등 민생 챙기기 긍정적, 공천 진행되며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 줄어”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48.56%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격차는 0.73%포인트(p)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초기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통령 취임 9주 만인 7월 1주 차에 긍정평가 40%대가 무너지며(‘잘하고 있다’ 37%) 부정평가(49%)가 더 높은,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벌어졌다. 취임 초반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경제위기 대응 부족,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발언 논란, 이준석 당시 대표와 윤핵관 간 갈등이 꼽혔다.
임기 초반부터 떨어졌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20%후반에서 30%초중반에 정체됐다. 정당 지지도 역시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일정부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앞섰다. 10%p 이상 두 자릿수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총선 성격을 두고 ‘정부여당 지원’보다 ‘정부여당 견제’가 높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던 배경이다.
4·10 총선을 50여 일 앞둔 설 명절 전후로 총선 관련 여론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 조사들에서 지난 1년여와는 다른 지지율 추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상승세를 탄 양상을 보인 것.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매일경제·MBN 의뢰로 설 연휴 전인 2월 5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에서 응답자 37%가 ‘잘하고 있다’고 답해 30%대 중반을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58%였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국민의힘이 34%로, 27%의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 7%p 앞섰다. 4월 총선 결과 기대는 ‘원활한 국정운영 위해 국민의힘 후보 지지’가 40%, ‘정부 견제 위해 민주당 후보 지지’는 36%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정부여당 지원’이 더 높게 나왔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44.6%로, 40%대를 돌파했다. 2주 전 조사 대비 6.8%p 급등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이전 조사에 비해 5.9%p 하락해 53.6%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 역시 2주 전 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40.9%로 동률이었지만, 2월 6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5.2%p 상승해 46.1%를 기록, 4.7%p 내려가 36.2%를 나타낸 민주당에 앞섰다. 두 정당 격차는 9.9%p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설 연휴가 지나고도 여론조사에서 정부여당의 상승곡선은 이어졌다. 여론조사공정이 2월 3주 차(2월 19일부터 2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긍정평가가 2주 전보다 0.5%p 올라 45.1%로, 45% 선까지 돌파했다. 부정평가는 1.3%p 하락해 52.3%를 나타냈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1.1%p 내려간 45.0%, 민주당은 3.6%p 떨어진 32.6%를 기록했다. 양당 모두 지지도 하락했지만 민주당의 하락폭이 더 커, 두 정당 간 격차는 두 자릿수(12.4%p)로 벌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 의뢰로 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부여당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마찬가지로 긍정평가가 40%대를 넘어 44.7%를 기록했다(부정평가 51.0%).
‘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이 44.3%로, 37.2%의 민주당을 7.1%p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4월 총선 지역구에서 투표할 정당 후보’ 문항에서도 국민의힘은 44.3%로 정당 지지도와 같은 수치를 보였지만, 민주당은 1.3%p 내려간 35.9%를 나타냈다.
‘4월 총선의 성격’에 대해서도 ‘윤 정부 안정적 국정운영 위해 국민의힘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와 ‘윤 정부 독주 견제를 위해 민주당 등 야당 후보에 힘 실어줘야 한다’ 답변이 각각 46.3%와 45.9%로 접전을 벌이는 수치가 나왔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2월 17~19일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도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잘함’이 42.1%를 나타냈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국민의힘 42.8%·민주당 29.6%로, 13.2%p 격차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 관련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공정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 등 외교 순방까지 연기하며 민생을 챙기고 있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천이 진행되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들이 줄어든 탓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정당 지지도와 관련해서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비교적 공천 파열음이 없는 모습인 반면, 민주당은 밀실·사천 논란으로 친명계와 비명계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이합집산도 하락의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여권 내에서도 고무된 분위기다. 한때 위기론이 팽배했지만 이젠 해 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예비후보는 “2023년 말까지만 해도 당 사무처가 작성한 ‘총선 판세 분석 보고서’에서 서울 49석 중 텃밭인 강남 6석만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하는 등 총선 전망이 좋지 않았다. 물론 수도권은 여전히 어렵지만, 4월까지 이러한 여론조사 흐름이 이어지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 전후로 국민의힘 총선 후보적합도 조사가 진행됐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여론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보수층이 과표집돼 결과가 다소 오염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앞서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 이념성향별 분포를 보면 보수성향 응답자가 330명, 진보 응답자는 245명으로 조사됐다. 보수성향이 100명 가까이 더 표집됐다. KSOI 여론조사도 정치적 성향별로 보면 보수 응답자가 291명, 진보 응답자가 205명이었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의 경우 보수성향 응답자가 363명으로, 210명의 진보성향 응답자보다 150명이나 더 표집됐다(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친명과 비명이 갈등을 일으키며 잡음을 내고 있어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국민의힘의 경우 아직 핵심 공천은 시작도 하지 않아 뇌관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 현역 의원이 많다. 공천에서 현역을 교체할 때는 언제나 큰 잡음이 난다. 163명 의원 중 하위 20%만 해도 32명이다. 이들이 한마디씩 떠들어도 갈등으로 비친다”며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을 부드럽게 조용히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재 진행된 공천은 당선될지 장담할 수 없는 험지들이다. 아직 국민의힘 텃밭인 TK(대구·경북)와 강남3구 공천은 제대로 시작 안했다. 수성하려는 현역들과 공천 받아 국회에 입성하려는 검찰·대통령실 출신 윤핵관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의 공천 결과가 발표되면 윤핵관과 현역들의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 등 ‘쌍특검법’을 재표결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과정에서 이탈표를 막기 위해 현역 의원들을 컷오프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민감한 지역구의 경우 29일 이후에 진행할 것이란 관측도 뒤를 잇는다. 2월 29일 본회의 이후 국민의힘 공천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가에선 민주당이 이슈 선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권에서 친명-비명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한마디 하면 그게 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이 대표 발언이 크게 줄었다. 당대표가 나서지 않으면 정당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빨리 공천을 끝내고 당대표가 전면에 나서 본격적인 총선모드로 들어가고 발언 수위도 올려야 한다”고 우려했다.
앞서 야권 관계자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사전선거운동·선거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윤 대통령은 전국을 돌며 이공계 대학원생 장학금 지급, 그린벨트 해제 등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반면 민주당은 설 연휴 전부터 경제 정책이 없다. ‘윤석열 정부 심판’ 프레임도 공천에 들어가면서 국민 시각에서 벗어나버렸다. 그러다보니 중도와 무당층에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