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센터 “공금유용, 인권침해 등 혐의 인정”…가톨릭대 과거에도 ‘경징계’ 전적 5차례, 귀추 주목
#개강 앞두고 징계위
경기 부천 가톨릭대학교의 인권센터는 최근 일반대학원 중독학과 A 교수의 '갑질' 및 '공금유용' 등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그 결과 "공금유용, 인권침해,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대한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A 교수를 교내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결론지었다. 가톨릭대에서 인권센터는 사건을 조사하는 일종의 검찰·경찰 기능을 하고, 징계위는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법원 역할을 한다.
사건은 2023년 6월 수면에 떠올랐다. A 교수와 학생들이 미국 연수를 가게 됐는데, A 교수의 부인도 동행했다. 이 부인은 학교에서 아무런 직책이 없고 중독 관련 학문과도 일체 관련이 없지만 미국 현지에서 식사 및 교통비 등을 학생들과 나눠 썼다고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A 교수와 부인이 한 차량을 사용하고, 학생들은 6명이 남은 한 대를 이용하며 불편을 감내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A 교수 부인한테 질타를 받았다고도 증언했다. 몇몇 학생이 호텔 로비에서 모이기로 한 시각에 조금 늦자 A 교수의 부인이 '교수를 우습게 보나'라고 꾸짖는 등의 상황들이 이어졌다고 한다. 미국을 다녀온 뒤에는 A 교수가 돌연 학생들에 '몇 년 전 내 가족 행사에서 부인을 제대로 응대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추궁을 했다는 의혹도 확산했다.
학생들은 이를 그냥 넘기기 힘들었다. 가톨릭대 대학원 중독학과는 2020년 신설됐는데, 석·박사를 꿈꾸는 일부 학생들이 논문지도비를 납부하고도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해온 배경 탓이다. 미국 연수 이후 일부 학생들은 A 교수에 선물이라도 건네며 상황을 풀어가려 했지만 이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학생들은 학교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학교 측은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일부 자료도 확보했다고 파악됐다. A 교수가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전달받은 선물 여러 개와 기타 영수증 등이다. 여기에는 고급 식당에서 A 교수가 약 40만 원어치 식사를 제공받은 내역도 존재한다. 이 밖에 '세금'이 투입된 국가 연구 과제를 수행하다 자문한 적도 없는 특정 인물에 '자문료' 명목의 돈이 오간 정황도 확인했다.
가톨릭대 측은 징계위 결과에 따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당장 피해 학생들과 A 교수 및 그의 조교를 분리조치하고, 피해자가 요구할 경우 인권센터 등에서 상담도 제공할 계획이다. A 교수가 속한 대학원의 한 고위급 교수는 "징계 절차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학생들과 꾸준히 소통해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학생들의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A 교수가 학부와 대학원에서 이미 강의를 개설한 까닭에서다. 만에 하나 개강 후 A 교수가 징계위 결과로 강의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학생들의 수업에도 크고 작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A 교수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다고 전해졌다. 단, 반론 및 입장 등을 묻는 일요신문의 질문에는 답을 주지 않았다.
#가톨릭대의 '원죄'
가톨릭대 인권센터 심의 결과가 이같이 나온 만큼 징계위도 처분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일부 학생들이 학교 측에 A 교수에 대한 수사의뢰를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징계위 결과에 따라 피해자들이 처벌 수위를 두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학생들이 직접 고소·고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톨릭대 입장에서도 내부 구성원 징계와 관련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과제를 마주한 상태다. 징계 절차에 관한 규정들을 준수하지 않아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22년 교육부의 가톨릭대학교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부적절한 징계 절차로 주의 조치를 받은 사례만 최소 5건이다.
예컨대 가톨릭대는 2018년 징계위에서 견책을 받은 어느 직원을 두 달 만에 주의로 감경 처분했다. 2021년까지 총 6명에 임의로 감경 처분을 내려 교육부로부터 '규정대로 다시 조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2019년에는 한 직원의 음주 단속 기록을 교육부로부터 통보받았음에도, 인사위원회가 징계위 회부 대신 경고로 사안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 역시 교육부로부터 '다시 조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명의 직원이 재물손괴죄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가톨릭대는 관련 결과를 통보 받고도 교육부 감사가 이뤄진 시점까지 징계위에 의결을 요구하지 않았다. 게다가 2018년 11월 한 직원한테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리고도 '정근수당 560만 원' '명절수당 40만 원' '진료수당 630만 원' 등을 그대로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가톨릭대는 이와 함께 제자의 석사학위논문과 같은 제목으로 게재연구비를 신청하고 단순 요약물로 결과를 제출해 250만 원을 지원받은 대학원 교수, 학생들의 현장실습 상태 미점검 등의 사항도 지적 받았다. 이 대학 산하 가톨릭중앙병원에서는 교직원 9명이 유흥업소 약 20곳에서 연구비로 약 71회에 걸쳐 6151만 원을 사용하다 교육부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징계가 관행?
이런 일들이 비단 가톨릭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2021~2023년 국립대학(서울대·인천대·경북대·부산대) 교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해당 대학에서 열린 징계위는 98건이다. 징계 사유는 '갑질 및 인권침해'(14.8%)와 '음주운전'(14.2%)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징계위 결과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견책·불문 경고 및 보류가 66건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교수의 갑질 및 학교의 미흡한 조치로 시끄러운 곳이 여전히 많다. 2023년 한 교수의 폭언에 시달리다 대학원생이 스스로 숨진 사건으로 논란이 된 숭실대 역시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교내 인권위원회가 징계위에 해당 교수의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징계위가 '견책'을 내리며 사태를 더욱 키웠다. 결국 숭실대는 징계위를 다시 꾸린 채 여전히 진상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교수는 잘못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반면 숭실대 측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해 기존 징계위 위원이 전원 사퇴하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징계 관련 규정을 전반적으로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으로, 이 밖에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애로사항을 검토하는 옴부즈만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곳 외에 국립 특수대학인 한국전통문화대에서 2023년 12월 불거진 교수 갑질 논란도 감사가 한창이다. 특정 교수가 학생에게 "임신한 여자는 쓸모없다" "대학원생은 임신 순서를 정하라" 등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로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다. 특이하게도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상급기관인 문화재청에 탄원서를 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감사가 아직 진행 중으로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