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학생 ‘물리적 제지’ 허용 임의 해석 여지 우려…“담당관 제도 등 교사-학생 사이 ‘중재’ 노력 필요”
#학교서 ‘피멍’ 들어 돌아온 아들
2월 24일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2023년 12월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A 씨가 교사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12월 22일 전주의 H 초등학교 교실에서 B 교사가 A 씨의 아들 C 군의 허벅지를 막대기로 4~5차례 때렸고, 이로 인해 피멍이 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처음에는 다리를 절뚝이며 집에 돌아온 아들 C 군이 ‘축구하다 넘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 뒤 다른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들과 댁 아들이 B 교사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진실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강도 높은 체벌의 목적은 훈계였다. B 교사는 “C 군이 선생님과 학급 여학생들을 이간질하려 해서 훈계를 하려는 마음에 때렸는데 아이가 참아서 조절을 못하고 더 때렸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C 군과 같은 학급의 다른 학생들도 B 교사로부터 각종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교사는 지난 1년 동안 학생들의 목울대를 손날로 때리거나 유도 업어치기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학생들은 B 교사로부터 “엎드려뻗쳐” 같은 체벌을 종종 받았고, B 교사는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라며 협박을 했다고 한다. B 교사는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을 빌미로 “이제 체벌해도 된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한편 일부 학부모들은 B 교사의 평소 모습에 비추어봤을 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학급에 자녀를 뒀다고 밝힌 한 전주지역 맘카페 회원은 “(B 교사가) 평소 애들이랑 잘 놀아주시고 열정적이었는데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 교사는 자신의 전출 사실을 알고 나서는 학생들에게 “신고해도 돼. 어차피 나 내년부터 다른 학교 발령 나”라는 발언도 했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B 교사로부터 맞은 학생들은 허벅지와 엉덩이에 피멍이 들었지만 B 교사는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학부모와의 통화에서 “깨달음을 주려고 했다” “맞을 만하니까 때렸다” 등의 취지로 발언을 했다.
사건이 보도되자 B 교사는 그제야 “통화 당시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했다. 죄송하다. 마음을 푸시고 기회를 주시면 학부모님의 심정으로 아이들을 더욱 사랑으로 가르치겠다”라며 학부모들에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법적으로 선처를 받기 위해 반성문을 쓴 것 같다”며 “진심이 느껴지지 않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엄벌 탄원서와 진정서를 법원에다 제출했음에도 검사가 변경되고 수사조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B 교사도 교사노조 위원회와 인권센터에 진정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수사 절차를 미뤄왔던 점을 봐서는 빠져나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명백하게 아동학대가 맞고 힘없는 아이들한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행동한 것에 대해 선생님이 꼭 구속돼서 반성하길 바란다”라며 “처벌을 받은 이후에는 교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잘못된 행동을 훈계하는 건 맞지만 방식이 잘못됐다” “너무 심하게 때린 것 아닌가” “교사의 자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곧바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른으로서의 체면도 버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제 선생님 못 나온다고 울면서 편지를 쓰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감정적인 체벌은 잘못이지만 여론이 너무 일방적인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체벌금지 좋지만 교권은 어떡하나
2011년 도구와 손발을 이용한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제정돼 법적으론 학생에 대한 체벌이 일부 금지됐다. 2015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고, 2021년 자녀에 대한 부모(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이 삭제되면서 체벌의 전면적 금지가 법제화됐다. 따라서 체벌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지만, 교사들이 자제력을 잃고 체벌을 한다면 당연히 법적으로 처벌 받는다.
그러나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교권 보호를 위해 교사가 스스로 판단해서 학생을 벌 줄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해당 행위로 인한 귀책으로부터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8월 말 교육부는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교사의 ‘분리조치’와 ‘물리적 제지’ 등을 허용하는 내용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했다.
물리적 제지는 ‘긴급한 경우’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구체적이지 못하고 임의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긴급성의 정도 또한 교사의 판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훈육의 일종으로 ‘과제 부과’를 할 수 있다고도 돼 있는데, 이 역시 소위 ‘깜지 쓰기’ 등의 간접 체벌이 다시 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 현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보다 적극적인 교사-학생 간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교사노조 관계자는 “아동학대 처벌법상 정서적 학대의 적용 범위가 너무 넓다. 조금만 언성을 높이거나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기만 해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기 때문에 훈육을 포기하는 교사도 생겨나는 상황”이라면서 “체벌의 대안으로 상·벌점제가 등장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해졌고, 그마저도 일부 교육청들이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업 방해 학생들을 즉각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는 담당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교사가 직접 훈계권을 행사하지 않고 교사 요청 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생활담당관이 데려간다. 담당관들은 단순히 훈계만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를 반성하도록 하고, 수업 결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