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고의 단정 어려워” 아동학대 살해 대신 ‘치사죄’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8일 오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김 아무개 씨에게 징역 18년과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22년 11월10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 어린이집에서 생후 9개월 된 천 아무개 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뒤 이불·쿠션을 이용해 14분간 상반신으로 압박, 질식사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낮잠 시간임에도 천 군이 잠을 자지 않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같은 달 3~10일에는 천 군을 유아용 식탁에 장시간 앉혀두는 등 25차례에 걸친 신체적 학대를 가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기간 천 군 외에도 다른 아동 두 명을 때리거나 몸을 밀치는 등 총 15차례 걸쳐 학대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살해죄로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은 김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단정할 수 없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 징역 19년과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동을 재우기 위해 이불을 덮고, 자신의 몸으로 눌러 압박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팔꿈치로 바닥을 대 압력을 줄이려 한 것으로 보이는 등 피해 아동의 사망을 확실히 하고자 엎드려 누르는 자세를 유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살해 의사가 있었다면 다른 보육교사가 있고 녹화가 되는 상황에서 범행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으며, 피해 아동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뒤 곧바로 119에 신고하게 했다”며 “당시 피고인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동학대치사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어린이집을 운영해 아동의 행동 특성을 잘 알면서도 아동을 억지로 재우려 했다. 원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학대행위를 반복했다”며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동기와 방법 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지만 1년 감형된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김 씨가 다른 학대 피해아동의 보호자와 합의한 점, 일부 신체학대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점을 참작했다.
이날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전부 기각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