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궁 탈퇴자들 정치자금법 위반 고소, 선거법 재판도 진행…허경영 “저는 죄짓지 않는 사람, 총선 준비”
허경영 대표는 제22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과거 허 대표를 지지했으나 기대와 전혀 다른 실체를 확인하고 그의 곁을 떠난 하늘궁 탈퇴자들이다. 이제는 허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낸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 및 재판 등이 여럿이라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허 대표는 "나는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불로유 처벌 안 된 까닭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양주경찰서는 하늘궁에 입소한 80대 노인이 2023년 11월 불로유를 곁에 두고 숨진 사건에 최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2023년 12월 국과수에 불로유의 독극물 검사를 의뢰해 '독극물 음성' 판정을 받았고, 뒤이어 피해자의 정밀부검도 실시했지만 역시 특이소견을 발견하지 못했다.
불로유 사건은 경찰 조사 도중에도 곳곳에서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랐다. 국민신문고로 민원이 접수돼 검찰이 경찰에 사건 이첩까지 했는데, 경찰은 형사 사건에서 불송치로 가닥을 잡은 만큼 조사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하늘궁 관계자 등도 소환시켰던 본수사에서 위법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늘궁 탈퇴자들은 누구보다도 이 상황을 불안하게 바라본다. 허 대표가 국과수 감정 등을 근거로 불로유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허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신도들이 이를 믿고 불로유를 자주 섭취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실제 허 대표의 일부 지지자는 노인 사망 사건 이후 유튜브 등에서 '불로유 먹방'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불로유의 안전성을 조사한 적이 없다. 국과수는 "경찰로부터 불로유의 '약독물' 성분분석 감정의뢰를 받았을 뿐, 부패 등 인체 유해성 여부는 평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하늘궁은 신도가 구입해 가져온 우유에 스티커만 붙이기에 부패 검사 등은 불필요했다"고 부연했다.
하늘궁이 스티커만 부착하고 불로유의 관리·판매 등과 무관하다는 지적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허 대표가 불로유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가운데 일부 신도들이 시음 및 판매 행사를 연 사례도 있어서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영상에서 불로유는 250ml 1잔당 2500원에 판매됐다. 다만 하늘궁 측은 "하늘궁이 주최한 행사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특히 하늘궁은 수백 개의 불로유를 상온 상태로 쌓아 두었다. 냉동 보관하지 않아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보통의 우유는 유통기간이 약 15일, 섭취기한은 최대 30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늘궁이 30일 안에 전량을 지속적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부패하기 쉬운 구조다.
하늘궁 탈퇴자들은 사회에도 야속함을 토로한다. 경찰의 판단도 유감이지만 정부기관마저 각종 문제 제기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해온 탓이다. 가령 하늘궁 탈퇴자들은 식품의약품약전처에 '불로유 부당 광고·판매' 등 민원을 제기했으나 "하늘궁의 불로유 생산·판매 및 이익 취득 등의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드러낸다. 부패한 불로유의 경우 사실상 폐기물과 다름없는데, 하늘궁이 이를 쌓아 둔 지점에 주목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된 불로유를 어떻게 방치하고 처분하는지 등에 따라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법원에 "아프다"며 반성문 낸 '신인님'
불로유 사건이 이같이 마무리되며 허 대표로서는 22대 총선 출마 준비에 힘을 더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이 또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100만 원 이상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을 받은 상태다. 당장 허 대표는 불복해 대법원으로 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2월 2일 허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 내려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허 대표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때 "나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역 등 비선 역할을 했다"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2심 재판부는 "(허 대표가) 범행을 자백하고 관련 유튜브 영상 등을 지웠다"면서도 "그러나 양형을 바꿀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형사13부는 '허위사실 유포'는 인정하되 "실제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며 집행유예를 내린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허 대표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또 건강상의 문제를 토로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늘궁에 돌아가서는 신도들 앞에서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들을 감추지 않았다. 본인이 여전히 이병철 삼성 창업주 회장의 양자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예컨대 1심 재판을 마치고 사흘 뒤인 2023년 10월 28일 강연에서 허 대표는 "죽을 위험에 처하다 이병철 회장을, 아니 무슨 재벌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허 대표는 문제를 의식한 듯 "이 사안으로 계속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다"더니 "영상은 빼자"고 스태프에 지시했다. 실제 이 영상은 비공개된 상태다.
허 대표는 현재 경기북부경찰청에서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최소 20명 이상의 고소인이 참여했으며, 허 대표 등이 실체가 없는 영성 상품을 판매해 하늘궁 신도들의 돈을 끌어 모아 본인 정치 활동에 쓰는 등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게 핵심이다.
하늘궁에서는 활동가들한테 각종 직책을 팔아 왔다. 허 대표가 '신인님'으로 가장 높고 유일하며, 그 다음은 '대천사'로 1억 원짜리다. 또 천국행 티켓인 백궁명패가 개당 300만 원으로, 부부가 동시에 구입하면 100만 원 할인된 500만 원이라고 한다. 이 밖에 일반 축복 100만 원, 매주 일요일 허 대표 강의 참가비가 10만 원이다.
허 대표는 10만 원짜리 강의를 1000만 원어치, 즉 100번을 들으면 본인이 훗날 대통령이 됐을 때 '대통령 직무대리'를 맡을 수 있다고 신도들을 설득해 왔다. 고소에 나선 이들은 그 자체가 매관매직이자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강조한다. 정치자금은 법에 따라 정해진 방식으로만 후원받을 수 있다.
고소인들의 법률대리인인 서진영 변호사는 "선거 기간에 하늘궁에 들어간 돈이 허 대표 정치 활동에 쓰였으므로 실은 매우 단순한 사안"이라며 "사기 등의 혐의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수십 명에 달하는 사건으로 수사도 속도감 있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특히 "80대 노인 불로유 사건의 경우 독극물이야 당연히 안 넣었을 텐데, 수사 절차나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라며 "법리적으로 불가피한 결정이었더라도 국민의 상식적인 법 감정과 상당히 어긋나는 지점은 다른 법률 적용으로 메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허경영 대표는 일요신문에 "돈을 좋아하는 일부 무리들이 고소 등을 진행했을 뿐, 저는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며 "이제 총선을 준비해야 하므로 더 이상의 언론 대응은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절차를 거쳐 제가 직접 출마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