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그니피센트 7’ 등 기술주 성장 가능성…일본, 경제성장률 둔화 속 ‘증시 과열’ 경계
미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S&P 500의 60%를 넘은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 7’의 과도한 집중, 그리고 다시 애매모호해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꼽힌다. 매그니피센트 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Google),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facebook)로 구성된 7개의 대형 기술주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전자에 대해서는 우려보다는 기대에 무게를 둔다.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나머지 종목들을 압도하는 이익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어 거품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매그니피센트 7의 12개월 이후 이익 전망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37배다. 니프티피프티 50(NiftyFifty50·1960~1970년대 호실적을 냈던 50개의 종목) 때의 43배보다 낮다. 애플과 테슬라의 사업 전망이 밝지 않지만 MS,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는 가장 유망한 AI 생태계에서 각자 독점적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목할 부분은 AI 반도체다. 수요를 주도하는 MS, 아마존, 메타 등의 관련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AI 투자가 얼마나 수익으로 이어질지에는 논란이 있다. 다만 당장 올해 AI 반도체 공급이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할 것은 확실시 된다. 공급 부족은 가격을 높여 이익을 팽창시킨다. 고평가 논란을 잠재울 근거다. AI 업체들이 엔비디아 의존을 낮추기 위한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기술적 우위가 단기간에 쉽게 흔들릴 것이란 관측은 찾아보기 어렵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의 성장세에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있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대 성장에 물가상승률도 3%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5%가 넘는 기준금리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장이 둔화됐을 때 연준이 금리를 낮춰 경기를 방어할 여지는 더 높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연착륙 시나리오다.
과거 S&P 500은 사상 최고치 경신 후 12개월 동안 평균 70% 상승했다. 신고가 경신 후 바로 다음해에 하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S&P 500은 지난해 26% 상승했다. 1970년 이후 S&P 500은 14차례 연간 20% 이상 상승했는데 그 가운데 11차례나 그 다음해 두 자릿수 상승률(평균 13.7%)을 보였다. 1970년 이후 S&P 500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12개월 동안 평균 16%나 상승했다.
일본 증시 상승의 원인으로는 세 가지 이유가 꼽힌다. 아베노믹스 이후 △중앙은행이 ETF를 통해 정기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정책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가 부양 △오랜 불황으로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 즉 엔화 약세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오랜 침체를 겪었던 일본의 제조업이 부활할 계기를 찾게 된 점은 덤이다.
동시에 세 가지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증시 활황과 달리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고 정작 일본 국민들은 오히려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민간 금융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령층의 예금이 좀처럼 증시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부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전히 낮은 물가상승률도 소비보다 저축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소수의 수출 대기업 중심인 니케이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다수의 내수기업을 포함하는 토픽스는 아직 이전 최고치(2884) 아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달러 약세로 엔화는 상대적 강세 압력을 받는다. 수출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연말 니케이와 토픽스 예상치를 각각 4만 1000, 2850으로 제시했다. 현재 대비 5%, 7% 상승한 수치다. 일본 경제가 아직 불황(Deflation)에서 완전히 탈출한 게 아닌 만큼 증시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기관투자자들의 진단도 나오기 시작했다.
현물 ETF, 비트코인은 되고 이더리움은 안 된다?
인공지능(AI) 테마로 급등한 미국 증시만큼 뜨거운 시장이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ETF 승인을 재료로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까지 급등세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은 미국의 현물 ETF 승인에 반감기 재료까지 겹쳐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크지만, 이더리움은 현물 ETF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SEC가 5월에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실망 매물에 따른 가격 조정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년새 147%, 올 들어 3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각각 103%, 43%가 올랐다. 이 기간 S&P 500이 28%, 7%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큰 상승세다. 엔비디아도 최근 1년 상승폭은 240%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모두 앞서지만 올해 상승률은 28%로 오히려 뒤질 정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을 움직인 공통 재료는 미국 정부의 현물 ETF 승인 여부다. 일단 승인되면 글로벌 큰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증시에서 코스피200에 편입되는 효과와 비슷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와 이더리움은 성격이 다르다. 현물 ETF 승인과 그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도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SEC는 중앙통제기관이 없어 가격 조작이 어렵고, 증권이 아닌 원자재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지분증명 방식이어서 스테이킹(Staking·가상자산을 특정 기관에 맡기고 일정 수익을 받는 방식)이 가능하다. 스테이킹을 받은 기관의 중앙통제 가능성과 이에 따른 증권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SEC가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할 명분이 된다. 특히 증권성 여부가 중요하다. 현재 미국 법원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증권으로 인정되면 SEC가 발행과 유통에 일반 증권과 같은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오는 5월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미국의 현물 ETF 승인과 겹쳐 시너지를 낼 재료가 있다. 반감기다. 비트코인은 2100만 개로 발행이 제한돼 있다. 21만 번째 네트워크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이를 반감기라고 한다. 주기는 약 4년이다. 쉽게 말해 4년마다 한 번씩 발행량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공급이 줄어드니 수요가 같이 줄지 않는 한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2012년 이후 4차례 반감기를 보면 전년과 당년, 다음해 모두 가격이 올랐다. 반감기 이후에는 최고가도 경신했는데 2012년에는 360일간 9400%, 2016년에는 520일간 2900%, 2020년에는 540일간 680%가 상승했다. 다만 과거 반감기 이후 최고점을 기록한 후에는 다시 가격이 폭락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현물 ETF라는 수요 기반이 새롭게 마련된 만큼 폭락 방지 장치 역할을 해낼지가 관건이다.
이더리움은 발행량이 제한되지 않는다. 비트코인과 같은 반감기 이벤트가 없다. 물론 2022년 머지 업데이트 이후 발행량이 크게 줄었고 소각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발행량을 90%나 줄인 머지 업데이트 이후 이더리움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주식 액면병합으로 발행주식 수가 줄어도 발행기업 가치는 크게 변화가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비트코인과 달리 희소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다. 설령 현물 ETF 승인이 이뤄진다고 해도 수요 확대에 따른 발행량 확대가 이뤄진다면 가격 상승폭은 제한될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