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 하이브도 손실…카카오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설 기회로 작용할 수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2월 28일 SM 주식 86만 8948주(3.76%)를 1042억 7376만 원에 추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수만 전 총괄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가 기업에 자신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앞서 하이브는 2023년 2월 이수만 전 총괄과 공개매수를 통해 SM 지분 15.78%를 확보했다. 이후 카카오 공개매수에 응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SM 지분 중 6.97%를 매각했다. 당시 남은 SM 지분(8.81%)과 지난 2월 28일 추가 취득한 지분으로 7일 기준 하이브의 SM 지분율은 12.57%다. SM 주주는 △카카오 20.76%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9.11% △하이브 12.57% 순이 되면서 하이브는 카카오그룹에 이어 사실상 SM 2대 주주가 됐다.
하이브의 SM 지분율 확대에 관련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카카오가 현재 떠안고 있는 각종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2023년부터 휘말린 전방위 사법 리스크가 SM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하이브에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이브의 2023년 4분기 매출은 6086억 원으로 전년(5353억 원) 대비 14.1%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93억 원으로 전년(509억 원) 대비 75.5% 늘었지만, 순손실 536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예상치)에 부합했지만 보유 중인 SM 주식의 금융자산평가손실, 이타카 홀딩스와 같은 해외 자회사들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반영돼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6일 열린 ‘하이브 2023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SM 주가 하락으로 인한 효과는 지난해 3분기까지 이익으로 잡았던 것을 4분기에 손실로 다시 반영했다”며 “이타카홀딩스 등 자회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사법 논란이 SM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사례로 확인됐다 . SM 주식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2023년 10월 13일 SM 종가는 12만 4600원으로 전날(12만 6200원)보다 소폭 낮아진 채 마감됐다. 이후 SM 주가는 △10월 16일 12만 1400원 △10월 17일 12만 원 △10월 18일 12만 900원 △10월 19일 11만 5500원 △10월 20일 11만 3400원으로 장을 마치며 내림세를 보였다. 배재현 대표는 지난 6일 보석 석방됐지만 증인 심문이 늦어지면서 관련 사안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카카오의 이 같은 부정적 이슈가 하이브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이브가 장차 카카오를 제치고 SM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진단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대 주주는 전반적으로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특히 카카오 리스크가 하이브에는 지분을 확보하거나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어 향후 지분 구조의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은 백석예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는 “하이브는 글로벌 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한류의 사령탑으로 성장하려고 한다”며 “한류콘텐츠의 교두보였던 SM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해 ‘한류=하이브’라는 공식을 가져가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의 이번 이수만 지분 전량 매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꽤 높다. 하이브가 SM 주가 하락으로 이미 손실을 본 상황에서 이수만 전 총괄의 풋옵션 행사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이브는 2023년 2월 이수만 전 총괄의 SM 지분을 주당 12만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이수만 전 총괄이 풋옵션을 행사한 지난 2월 28일 기준 SM 종가는 7만 9500원이다. 하이브가 SM 시세 대비 1.5배 수준의 높은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풋옵션은 이미 지난해 공시됐던 사안”이라며 “풋옵션 관련 평가손익을 미리 인식하고 있었기에 재무적 임팩트(영향)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시선 속에 하이브가 SM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지에 대한 엔터업계 관심이 뜨거운 것은 분명하다. 하이브가 카카오와 SM의 각종 부정적 이슈를 돌파하며 SM 최대주주로 등극할 경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국내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SM은 그간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들이 많지 않았나”라며 “이러한 SM의 경험과 하이브의 네트워크 역량 등이 합쳐지면 한류를 넘어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하이브가 SM의 최대주주로 자리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며 현재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