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배우 박근형이 후배 배우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가 엉뚱하게 배우 김남진과 이재용 감독의 신작 영화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뒷담화)에 직격타가 됐다.
9일 방송된 KBS2 <승승장구>에 출연한 박근형은 일부 후배 배우들의 행태를 꼬집으며 쓴소리를 하며 ‘똥배우’라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연기란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공동 작업이다. 요즘 몇몇 어린 배우들은 차에서 놀다 촬영이 시작돼서야 건성으로 인사를 건넨다. 그리곤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잠깐만요, 감정 좀 잡고요’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잠시 기다리면 그저 눈물 흘리는 게 전부더라. 그래서 우리끼리 ‘이런 똥배우랑 연기를 해야 하냐’고 말할 정도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한국 영화 가운데에는 이재용 감독의 신작 <뒷담화>도 있다. 전편 <여배우들>에서 ‘다큐-드라마’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표방한 영화를 선보였던 이 감독은 <뒷담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다큐 드라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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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의 한 장면 |
이 영화는 ‘감독이 없는 촬영 현장’을 설정의 큰 축으로 삼아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이 감독 대신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어 준다. 그만큼 생생하게 영화 촬영 현장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생생한 영화 촬영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 가운데 박근형이 ‘똥배우’라고 독설을 퍼붓는 젊은 배우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남진이다.
<뒷담화>는 이재용 감독이 촬영 현장이 아닌 미국 LA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원격 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국 모니터를 통해 이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배우들 역시 모니터 속 이 감독에게 연기 디렉션을 받는다.
<뒷담화>는 이 감독이 원격으로 10분짜리 단편 영화를 연출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김남진은 이 단편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그런데 촬영 도중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에서 감정을 끌어 올리는 데 실패한 김남진은 이 감독의 OK 사인이 났음에도 거듭해서 재촬영을 요구한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감정이 끌어올려지지 않았다는 것. 이 감독은 시간이 없다며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김남진의 거듭된 요구로 재촬영이 이뤄지지만 결국 눈물은 나지 않는다. 이에 이 감독은 “표정은 충분히 좋다. 눈물은 나중에 CG(컴퓨터 그래픽)로 하면 된다”며 촬영을 종료한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있던 김남진은 그렇게 촬영이 모두 끝난 뒤에야 감정이 충분히 올라서 홀로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한다.
이런 과정은 박근형이 지적한 부분과 상당히 유사하다.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잠깐만요, 감정 좀 잡고요’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잠시 기다리면 그저 눈물 흘리는 게 전부더라”는 박근형의 지적과 딱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 영화 <뒷담화>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그렇다면 김남진이 똥배우라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영화 <뒷담화>는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드라마에 더 가깝다. 이를 위해 <뒷담화>는 독특한 3중 구조로 전편 <여배우들>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에 더 힘을 실었다. 따라서 김남진이 눈물을 흘리기 위해 거듭 재촬영을 요구하는 모습 역시 다큐멘터리로 찍힌 현실이 아닌 드라마로 찍힌 연출된 상황에 가깝다.
전편 <여배우들>에서 고현정과 최지우가 감정 대립을 보이는 장면이 크게 화제가 됐던 까닭 역시 영화가 다큐멘터리 형식이라 실제로 두 배우가 싸우는 듯 보였기 때문이지만 실제론 이 감독의 연출에 따른 상황이었다. 김남진의 눈물 연기 역시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이 감독 역시 박근형과 마찬가지로 연기력이 부족한 일부 배우들에 대한 지적 내지는 디스 차원에서 이런 장면을 영화 속에 녹여 넣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