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은 절반으로 줄어 장씨 일가 등 주주들 불만 목소리…고려아연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
고려아연은 지난 11일 5억 원 이상의 고액 보수 명단을 발표했다. 고려아연에서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임직원은 5명이었다. 이 명단에는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는 최씨 일가 3명이 이름을 올렸다.
고려아연은 현재 경영은 최씨 일가가 맡고 있지만 최대주주 측은 장씨 일가다. 최씨 일가도 지분이 있지만 장씨 일가에 비해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씨 일가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외부 투자자 지분이 유입되면서 장씨 일가와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최씨 일가의 보수는 대체로 급등했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30억 원을 수령했다. 이는 전년 19억 5900만 원 대비 53.1% 증가한 수준이다. 최창근 명예회장과 최창영 명예회장의 보수도 각각 24억 100만 원, 22억 2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5%, 26.8%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부진한 실적에도 최씨 일가의 보수를 인상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의 시각을 보낸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받은 지난해 보수는 18억 1700만 원 수준으로 전년 17억 6200만 원 대비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급감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조 70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599억 원, 5333억 원으로 28.2%, 3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 일가는 부진한 회사 실적에 따라 상여금을 받지 못했지만, 고정 비용인 급여를 대폭 확대했다. 최윤범 회장이 받은 지난해 급여는 29억 9200만 원으로 전년보다 109% 증가했다. 최창근 명예회장과 최창영 명예회장의 급여는 각각 24억 100만 원, 22억 2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3%, 40% 증가했다.
이들이 받은 보수는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최윤범 회장은 근로소득을 활용해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고려아연은 배당금을 반 토막으로 삭감해 주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논란이 고조될 만하다. 고려아연이 결정한 배당금은 주당 5000원으로 전년 1만 원에서 50% 줄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배당금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장씨 일가 측 영풍은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배당금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고, 최씨 일가가 경영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합리적인 배당 규모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의 배당금 삭감은 경영권을 두고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장씨 일가 측을 견제하는 모양새가 됐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상식 밖의 보수를 챙겨가는 것을 두고 주주들이 문제 제기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특히 고려아연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경영진의 급여가 대폭 인상한 것은 주주에게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면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의 보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