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도로 탑재 확산, 국내 3사도 양산 채비…중국·일본 대비 수율·가격 경쟁력 확보 등 과제
#글로벌 완성차들 46계열 배터리 속속 관심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2022년 약 108GWh(기가와트시) 규모에서 연평균 27% 성장해 2025년 241GWh, 2030년 705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배터리 셀 중 원통형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9%에서 2030년 2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각형 배터리는 55%에서 43%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26%에서 31%로 점유율 증가가 예상된다.
원통형 배터리는 다른 배터리 셀보다 공간 효율이 낮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셀→모듈→팩’ 단위를 거쳐 완성된다. 구체적으로 먼저 다수의 배터리 셀을 프레임에 넣어 모듈을 만든다. 외부 충격과 열과 진동 등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 모듈들을 묶어 각종 제어·보호 시스템을 장착한 게 팩이다. 원기둥 형태의 원통형 배터리는 팩이나 모듈로 구성했을 때 빈 공간이 많이 발생해 효율이 떨어진다.
테슬라를 필두로 4680 규격 배터리 탑재가 확산되는 추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4680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10GWh 규모에서 오는 2025년 155GWh, 2030년 65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테슬라의 신형 전기차 사이버트럭에 자사가 개발한 4680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2020년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는 기존에 상용화된 2170(지름 21mm·길이 70mm)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약 5배, 출력을 6배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도 15~20% 늘릴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4680 배터리를 비롯해 지름은 같지만 길이가 다른 4695(지름 46mm·길이 95mm), 46120(지름 46mm·길이 120mm) 원통형 배터리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BMW는 내년부터 생산할 차세대 전기차에 지름 46mm의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했다. 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볼보·루시드 등도 자사 전기차에 4680 배터리나 지름 46mm에 길이가 더 긴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4680 배터리는 양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반적인 생산원가(BOM)도 저렴하다. 결과적으로 다른 셀 대비 생산 단가가 가장 낮아져 자동차 제조사들의 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지름 46mm 배터리 중 대표 제품인 4680 배터리 수주를 대규모 따내는 기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3사 4680 배터리 수주에 쏠리는 눈
우리나라 배터리 3사도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오는 8월 4680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해 충남 천안 공장에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양산 라인을 구축했다. 삼성SDI는 지름은 46mm로 고정하고 다양한 높이의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2026년 양산이 목표다. SK온도 46계열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SK온은 양산시기를 밝히지는 않았다.
4680 배터리 등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 배터리 3사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다양한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테슬라 최대 협력사인 일본 파나소닉은 올해 4680 배터리 양산에 나설 전망이다. 중국 CATL·EVE에너지·BYD·BAK·AESC 등도 4680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박철완 교수는 “4680 배터리는 폼팩터 규격이 같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배터리 성능이나 안전성의 직접 비교가 가능해질 전망”라며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가령 최근 포르쉐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에 CATL의 NCM(삼원계) 배터리가 장착되기도 했다.
수율 확보 등 지켜봐야 할 요소도 남아 있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보다 셀이 부풀어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 속도가 빠르면 수율을 높이기에 유리하다.
4680 배터리의 최대 수요처인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 내재화 시기와 속도도 변수다. 이와 관련,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모든 업체가 하는 습식 공정이 아닌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해 자체 개발 배터리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현재 음극에는 건식 공정을 적용했지만 좀 더 기술적 난도가 있는 양극에서는 아직 도전 중인 상황”이라며 “당분간 테슬라가 외부에서 (4680 배터리를) 사오는 형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국내 3사 모두 납품 규모와 확정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앞서의 정원석 연구원은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것은 이미 고객사에 공급을 어느 정도 확정하고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어느 정도 물량은 확보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4680 배터리의) 양산 시점이 대략 8월이다. (고객사 요청에 의한 양산인지 여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SDI 측은 “고객사 여러 곳과 이야기 중인 상황”이라고 했다. SK온 관계자는 “현재 시제품 개발 전 단계로 개발을 꽤 진행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