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1억 원 이하 갭투자 비율 훨씬 높아…“전셋값 떨어져 추가 현금 마련해야 되는 상황 경계해야”
‘일요신문i’가 지난 2월과 이달(3월) 아파트실거래정보플랫폼 ‘아파트투미’에 등록된 갭투자 거래 건수를 ‘주 단위’로 분석한 결과 서울과 경기, 인천의 갭투자 거래 건수가 한 달 새 50% 안팎으로 급증했다.
서울은 2월 1주차 482건에서 3월 1주차 741건으로 53.7% 늘었고, 경기는 2월 1주차 1529건에서 3월 1주차 2256건으로 47.5% 뛰었다. 인천도 2월 1주차 378건에서 3월 1주차 581건으로 53% 증가했다.
이 가운데 ‘2억 원 이하’ 소액 갭투자는 올해 들어(1.1~3.27) 구로구(62건)에서 가장 많이 나왔고, △노원구(54건) △도봉구(49건) △중랑구(39건) △은평구(37건) △강서구(32건)가 그 뒤를 이었다. 경기도는 △수원(476건) △고양(391건) △용인(329건) △평택(302건) △시흥(276건) △화성(272건) △남양주(259건) 순을 보였다. 인천은 △서구(246건) △남동구(228건) △부평구(207건) △계양구(173건) 순으로 많았다.
현재 서울에선 1억 원대 투자금으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국민평형(전용면적 84㎡)을 구입한 거래 신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기존 전세 세입자를 ‘안고’ 매수하는 방식이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A아파트(총 1224가구) 전용 84㎡는 기존 전세 보증금 5억 5000만 원, 매매가 7억 4000만 원으로 실투자금 1억 90000만 원에 갭투자가 체결됐다. 금천구 시흥동의 B아파트(총 2810가구) 전용84㎡는 지난 16일 갭 1억 3500만 원(전세금 4억 2500만 원, 매수금 5억 6000만 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이보다 작은 전용면적 59㎡ 타입에서는 수천만 원 수준의 투자금으로도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중랑구 신내동 C 아파트 전용 59㎡, 지난 17일 성북구 정릉동 D 아파트 전용 59㎡가 모두 6000만 원에 갭투자가 체결됐다. 매매가는 모두 4억 원대다.
경기도는 서울에 비해 ‘1억 원 이하’ 소액 갭투자 비율이 훨씬 높다. 1기 신도시인 고양 일산서구 후곡마을 E 아파트 전용 101㎡가 지난 3일 6000만 원, 동탄2신도시에 속하는 화성시 영천동 F 아파트 전용74㎡가 지난 14일 9000만 원 갭투자 거래가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 값이 현재 하락 또는 보합세로 눌려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8~9월부터 전셋값 상승이 지속돼 점차 갭투자를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한다.
한국부동산원의 ‘3월 3주차(3월 18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2% 하락, 전세 가격은 0.07% 상승했다. 2월 한 달 규모로 보면 매매 가격이 0.21% 하락, 전세 가격이 0.22% 상승하며 서로 간격을 좁혔다.
부동산원은 지난 15일 보도자료에서 “서울 노원구의 경우 상계동·월계동 구축 아파트 위주, 도봉구는 창동· 방학동 위주, 중랑구는 신내·중화동 위주로 매매가가 하락했고, 경기도는 수원 영통구와 팔달구, 고양 덕양구와 일산서구, 인천은 서구와 부평구, 연수구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구축 대단지 아파트가 몰린 곳으로, 매매가와 전세가 간격이 더욱 좁아질 경우 2030세대 등 저자본 투자계층의 갭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윤효숙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노원구지회 중계1·2·3동분회장은 “아파트 갭투자 매물을 문의하는 손님이 2월에는 거의 없다가 지난주에 4~5명 있었다”면서 “주로 갭이 1억 원대인 투자 매물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화성동부지회 부지회장은 “주로 매매 가격 3억 5000만~4억 5000만 원, 갭 1억~1억 5000만 원 수준에서 갭투자 매물이 나오면 거래가 계속 체결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신생아특례대출’도 전셋값 상승에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자금대출 신청요건인 ‘전용면적 85㎡ 이하, 보증금 5억 원 이하’를 충족하는 아파트가 몰린 곳에서 전세 거래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을 떠받칠 가능성이 있다.
올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구체화되면 투자 수요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과거 2020~2021년 집값 급상승을 경험하며 주택 가격에 불안 심리를 품게 된 MZ세대가 현재 갭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금리가 내리면 더 많이 투자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투자 비용이 적은 편이다보니 서울 강남권이나 마포·용산·성동지역 등 갭 금액이 큰 곳은 투자가 어려울 것이며, 노원구 상계동과 도봉구 창동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과 경기 동탄신도시 같은 2기 신도시, 화성 병점 등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소액 갭투자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체로 노후한 아파트가 매매가격이 낮다보니 상대적으로 갭도 적어 갭투자가 반복된다”며 “서울 노원구나 경기 오산·평택, 특히 수도권 전철역을 끼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지금 섣불리 갭투자를 했다가 다시 전셋값이 떨어질 경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주느라 추가 현금을 마련해야 할 수 있어 이런 상황은 계속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