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주가 휘청…다른 기업에 물량처리? “통상적 절차일 뿐” 과도한 해석 경계론도
알리익스프레스가 오는 5월부터 1년간 한국 통관과 배송을 맡길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경쟁입찰을 진행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최근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주요 물류사에 입찰 제안 요청서를 보냈다. 그동안 알리의 국내 택배는 CJ대한통운이 80%, 한진과 우체국 택배가 나머지 20%를 맡고 있었다. 경쟁입찰 진행 소식에 택배업계에서는 알리가 ‘국내 선두’ CJ대한통운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만큼 알리가 국내 택배업계 지형에 끼칠 영향력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더해 지난해 7월부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테무’까지 포함하면 향후 국내 택배업계가 중국계 온라인쇼핑기업 영향권에 아래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선 알리가 한창 ‘효자 중 효자’ 고객이다. 지난해 알리 물량이 포함된 택배·이커머스 부문 영업이익은 총 2461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4802억 원의 51%를 차지했다. 알리가 국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CJ대한통운도 덩달아 기대가 크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2월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18만 명으로 기존 2위였던 11번가(736만 명)를 제치고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배송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CJ대한통운은 약 3000만 박스에 달하는 국내 알리 배송 물량을 처리했다. 이는 CJ대한통운이 지난해 4분기에 처리한 전체 ‘해외직구’ 배송 물량 총 2670만 박스보다 많다. 알리가 올해도 기존 비율대로 CJ대한통운에 배송물량을 맡길 경우 전체 처리 규모는 더 늘 것으로 예측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알리 배송 처리 물량이 올해 5000만 박스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리의 배송업체 경쟁입찰 소식은 CJ대한통운의 부푼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CJ대한통운의 주가는 지난 21일 12만 3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6.53%까지 하락했다. 알리 관계자는 “국내 모든 로컬 파트너(배송기업)들과의 협력 관계에 열려 있다”며 “경쟁 입찰 관련 추가 정보 공유는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알리의 배송업체 경쟁입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과거 CJ대한통운과 계약도 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졌듯 매년 이뤄지는 통상적 절차로 보면 될 것이란 얘기다. 택배업계에 끼칠 영향력도 판을 뒤엎을 정도는 아니며, ‘제한적’ 또는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판단에는 국내 택배업계에서 CJ대한통운을 완전히 대신할 만큼의 물량 소화 능력을 보유한 업체가 마땅히 없다는 점도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리포트에서 “IPO를 앞둔 일부 물류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예상되나, 소형택배에 특화한 MP(멀티포인트) 네트워크, 메가허브터미널의 경쟁력, 통관시스템 등을 보유한 CJ대한통운의 경쟁력을 따라오기는 역부족”이라며 “CJ대한통운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알리가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물량을 새로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CJ대한통운 배정 물량이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배송업체 중 터미널, 서브터미널의 자동화나 배송 시스템의 안정성, 도착 보장 등 요인에서 CJ대한통운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리가 이번에 경쟁입찰에 나선 물량은 지금까지 CJ대한통운이 담당해온 물량이 아닌 신규 영역 물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리가 이번 입찰 공고에서 제시한 물동량은 총 1235만 건으로, CJ대한통운이 지난해 3000만 건 이상을 맡은 점을 고려하면 이는 올해 신설된 신선식품 등 추가 배송 물량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알리의 경쟁입찰이 업계 전체 지형에 끼칠 영향력이 제한적이더라도 현재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 속도를 고려해 국내 배송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로부터) 입찰 제안을 받아 성실히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이커머스 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새로운 먹거리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택배업계 다른 관계자들도 이들 해외 쇼핑기업들의 ‘영향력’보다 ‘성장성’에 방점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확장세가 결국 국내 물류서비스 시장 규모 자체를 확대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다수의 국내 배송기업들이 그 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 150개국과 50개국에 각각 진출한 알리와 테무는 이전에 없었던 직구 세계 최강 기업”이라며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국내 물류서비스 시장 확대가 확실한 가운데 초저가 소매시장도 급성장할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