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성적 유지’ 또 다른 5년 준비…“지역연고 대한항공 배구단 박기원 전 감독처럼 소통능력 높이고 싶다”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성환 감독은 팀에서 5시즌째 보내고 있다. 1부리그와 2부리그를 통틀어 고정운 김포 FC 감독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한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이다.
조성환 감독 개인적으로는 K리그 감독에 오른 후 10년째 맞이한 해다. 그는 전 소속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2015년부터 지휘봉을 잡고 5시즌을 보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른 줄 몰랐다"는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천에서만 5시즌째를 맞은 조성환 감독은 구단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구단 역사상 최장기 감독에 등극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중요한 기록은 아닌 것 같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은 지도자다"라면서 "더 많은 시간 보내고 싶고 좋은 성과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크다. 더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개막 이후 첫 A매치 휴식기 이전까지 3경기에서 인천은 아직 승리가 없다. 2무 1패로 웃을 수만은 없는 결과를 냈다. 그럼에도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를 상대로 3-3 무승부를 거두는 등 경기력만큼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조성환 감독은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 겨울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쉽다. 지난 시즌을 치르고 후유증이 있는 것 같다. 부상자들이 많아 전력면에서 완전체가 되지 못한 상황이다. 결과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엿보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계속 밀고 나가면서 부상자들이 돌아온다면 좋은 결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설명대로 인천은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부상으로 빠졌던 주축 자원들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 조성환 감독은 "신진호, 김보섭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델브리지, 민경현, 김도혁이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시즌 5위에 오르며 상위권 진입을 노렸던 인천은 2024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신인 계약을 제외하면 선수 영입은 골키퍼(2명)와 중앙 수비수 보강이 전부였다. 외부적 변화보다 내부적 변화를 택했다. 조 감독은 "팀으로서 조직력을 다지려고 했다. 지난 시즌을 돌아봤을 때 1선과 3선 간격이 벌어지는 상황이 종종 생겼다. 그러다보니 좋은 포지셔닝이 안됐고 실수도 많아졌다. 간격이 벌어지면 세밀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동계훈련 동안 그 간격을 좁혀 좋은 경기력을 만들려 했다. 기존 인천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실수를 줄이고 점유율을 높이는, 좀 더 아기자기한 축구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조 감독 재임 기간 내 큰 변화를 겪었다. 이전까지 인천은 장기간 하위권에 머물렀다. 매 시즌 막판까지 강등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조 감독은 이에 대해 "내가 처음 팀에 왔을 때 한 선수가 '인천에 있던 7년 동안 감독이 일곱 번 바뀌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그래도 이전에 있던 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현재의 인천이 없었을 것이다. 인천은 시민구단으로서 유일하게 강등을 경험하지 않은 팀이다. 승강플레이오프 경험조차 없다"고 말했다.
조성환 감독의 부임 첫해 최하위에 떨어졌던 팀을 1부리그 잔류로 이끌었고 이듬해에는 강등권과 거리를 벌리는 모습을 보였다. 2022시즌 4위에 오르며 구단 역사상 최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2023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5위를 기록, 전 시즌의 선전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조성환 감독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인천 팬 800여 명이 원정 응원길에 나섰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대회 참가였지만 작년을 떠올리면 아직도 머리가 쭈뼛 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조 감독은 일부 팬들에게 원정 항공권 비용을 선물하기도 했다. "팬들이 보내주는 응원의 마음을 어떤 걸로 보답할 수 있겠나. 그렇게 돈으로 하는 것이 가장 쉬운 것이다. 팬들이 주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성환 감독은 그간의 성과에 대해 "절대 혼자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프런트에서 잘 도와줬고 팬들의 응원도 힘이 됐다. 각자 위치에서 노력을 많이 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나는 능력보다는 복이 많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답을 내놨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감독 능력이 어떤지 이야기해 달라고 하자 그는 "선수들은 만족을 못할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진심 하나로 선수들을 대하려 노력했다. 선수들의 축구 인생에 무언가 하나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일이 없는 감독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보니까 10년차 감독이 됐다"고 덧붙였다.
조성환 감독은 선수단과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같은 인천 연고지 내 대한항공 배구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몇 년 전 대한항공팀을 맡았던 박기원 감독님 인터뷰를 인상 깊게 봤다"며 "시대 흐름에 쫓아갈 수 있는 지도자가 훌륭한 지도자라고 하시더라. 환갑이 지나셨는데도 젊은 선수들과 잘 어우러지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전술전략도 잘 구사해야겠지만 소통 능력이 충족된다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스스로 '내일이 없는 감독'이라 표현했으나 그의 시선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2년 연속 6위 이내에 들며 파이널A에 안착한 인천의 '넥스트 레벨'을 이야기했다.
"처음 부임했을 때 프런트와 함께 5년 계획을 세웠다. 당시 목표는 리그에서 생존경쟁을 하지 않는 팀을 만들고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것이었다. 이제 또 다른 5년을 바라본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선수층을 탄탄하게 만들어 리그 우승에도 도전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올해가 중요한 기점이라고 본다. 매 경기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면서 성취해내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