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8800명 집단행동 중단하고 돌아와야…국민 생명과 건강 위해 논의해야”
윤 대통령은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료 개혁을 주제로 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가장 소중한 절대적 가치는 국민의 생명”이라며 “의료 개혁을 통해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 계속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신가. 국민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하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은 국민 여러분을 위한 것이다. 정부의 의료 개혁은 필수 의료, 지역의료를 강화해서, 전국 어디에 살든, 어떤 병에 걸렸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4대 의료 개혁 패키지에 의사들이 주장해 온 과제들을 충실하게 담았다”며 “필수 의료,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10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자하고, 의료사고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사법 리스크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필수 의료 투자계획,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제 등 구체적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그런데도 “지금 전공의들은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여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오로지 하나, 의사 증원을 막기 위해서다. 만일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0년 후에 의사가 2만 명이 더 늘어서,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20년 뒤 의사는 2만 명이 더 늘어나지만, 국민소득 증가와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는 그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정부의 의료 개혁은 의사들의 소득을 떨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필수 의료와 비필수 의료, 지역 의료와 수도권 의료 간의 의사들 소득 격차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의사들의 소득은 지금보다 절대 줄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의료산업 발전에 따라 바이오, 신약, 의료 기기 등 의사들을 필요로 하는 시장도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역 및 필수 의료 강화, 보상 체계 개선, 의료 인프라 구축에 앞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며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의료 문제를 건강보험 재정에만 맡겨왔을 뿐, 적극적인 재정 투자는 하지 않았다. 의료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는 더 큰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최소한 10년 이후에나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10년 이후 매년 2000명씩 늘기 시작하면, 20년이 지난 2045년에야 2만 명의 의사가 더 늘어난다. 지금 의사를 증원하더라도 증원된 인원이 배출되지 못하는 향후 10년 동안 우리 국민들께서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으실지 그게 더 걱정”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일시에 2000명을 늘리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며 “결코 그렇지 않다.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하여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이고,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영국의 현재 의사 수는 20만 3000명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5만 6000명이다. 프랑스는 우리나라 인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16만 3000명, 독일은 23만 2000명, 일본은 13만 4000명입니다. 모두 우리나라 의사 수 11만 5000명보다 크게 높다. 현재 매년 배출하는 의사 수가 영국은 1만 1000명, 프랑스는 1만 명, 독일은 1만 127명, 일본은 9384명이다. 모두 우리나라의 3,058명보다 크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향후 10년에서 20년이 지나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의사 수와 우리나라 의사 수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의사 수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이 인구 1000명당 3.7명인데 우리나라는 겨우 2.1명”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런데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고 있는데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여러 차례 수련병원 현장 점검을 통해 전공의들의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올 것을 당부했지만, 끝끝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내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 누구도 특권을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8800명의 전공의에 대해, 의료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이라도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 의료 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병원을 떠나있는 전공의 여러분, 제가 의료 개혁을 통해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을 만들겠다. 우리나라의 의학과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도록, 막대한 재정 투자를 하겠다. 이제 그만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돌아와 주기 바란다. 의사단체는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테이블에 앉아 무엇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길인지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