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동맹 위상 축소, 제미나이 협력 부산항 패싱 ‘난감’…HMM “얼라이언스 차원 대책 강구 중”
#글로벌 해운동맹 격변…HMM은?
최근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고 있다. 기존 세계 3대 해운동맹으로는 2M,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가 꼽혔다. 글로벌 1·2위 선사인 MSC와 머스크 연합인 2M은 올해 해체를 앞두고 있다. 이에 맞춰 HMM과 함께 디얼라이언스에 소속되어 있던 글로벌 5위 선사 하팍로이드는 디얼라이언스를 탈퇴하고 머스크와 연합해 2025년부터 제미나이 협력을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2위와 5위가 손을 잡으면서 강력한 해운동맹이 탄생하는 셈이다. 디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은 4월 4일 기준 현재 18.6%에서 향후 11.5%로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다른 해운동맹들도 움직이고 있다. CMA CGM, COSCO그룹, 에버그린 등의 최고 경영자들은 지난 2월 27일 상하이에서 오션얼라이언스의 운영 협력을 5년 연장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오션얼라이언스는 점유율만 놓고 보면 가장 높은 해운동맹이다. 약 29%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2027년 운영 협력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오션얼라이언스는 이번 협의로 2032년까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올해 3월 제미나이 협력이 부산항을 패싱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을 받았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삼는 HMM 입장에서는 제미나이 협력과 함께 해운동맹을 결성할 여지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해운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의 축소로 최근 입지가 약해진 HMM으로서는 달가울 수가 없는 뉴스”라며 “오션얼라이언스 회원사를 영입하는 것도 어려워졌고 제미나이 협력에 붙을 수도 없다. 업계 1위인 MSC는 해운동맹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하팍로이드가 탈퇴한 디얼라이언스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얼라이언스 소속의 일본선사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cean Network Express, ONE)가 비동맹사인 대만의 완하이 라인과 협력해 아시아-북미서부 항로를 운항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의 물류업계 관계자는 “버젓이 동맹사가 있는데 비동맹사와 운항협력을 한다는 건 동맹에 균열이 나타나는 징조일 수 있다”며 “ONE이 하팍로이드를 제외하면 디얼라이언스에서 가장 점유율이 큰 선사이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사들에게는 해운동맹이 중요한 이유는 동맹사들끼리 선복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해운동맹을 결성하면 동맹 선사들끼리 적재 권한을 나눠줄 수 있게 된다. 특정 선사에 적재 물량 부담이 몰리면 동맹 선사들끼리 일정하게 나눠 분담하면서 안정적으로 화물 운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또 A 선사가 특정 항로에 투입한 선박이 없어도 해당 항로를 운항하는 동맹사의 선박에 짐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화주 영업이 훨씬 쉬워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선 오히려 발목 잡을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 4010억 원, 5847억 원가량이다. 각각 18조 5828억 원의 매출과 9조 949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2022년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000포인트 언저리를 맴돌며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톱10 해운사 중 지난해 4분기에 흑자를 냈다고 발표한 선사가 HMM과 중국의 코스코그룹, 대만의 에버그린 정도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HMM은 2020년 2분기 흑자 전환한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이는 초대형 선박 확보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MM은 2020년 4월부터 2만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12척, 1만 6000TEU급 8척 등 20척의 초대형선을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HMM의 1만 5000TEU 이상 초대형선 비율은 세계 1위 수준인 53%로 상위 20개 선사의 평균 초대형선 보유 비율 23%를 크게 상회한다. 디얼라이언스 가입 당시에도 초대형선을 다수 보유한 점에서 환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황기에는 컨테이너를 많이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이 유리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TEU당 운임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가올 침체기에 초대형선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초대형선일수록 영업이익률이 확 떨어진다. 중소형선에 비해 선박을 지으려고 빌린 대출금과 이자 부담이 훨씬 커 엄청난 원가 부담이 된다”면서 “기름값, 인건비 등 고정비는 다른 배들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는데 물동량이 없으면 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지적했다.
초대형선 위주로 보유한 HMM 입장에서 해운동맹의 점유율 축소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짐을 나눠줄 동맹사가 감소한 만큼 화물 적재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화주와의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얼라이언스가 너무 불안한 상황이다. 공기만 싣고 다니지 않으려면 화주들과의 신뢰관계를 제고해야 한다”라며 “대형선의 컨테이너 적재 용량을 다 채우려면 얼라이언스 차원에서도 점유율 강화를 꾀해야 하고 HMM도 장기운송계약 비율을 늘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대규모 선대 증가도 예고돼 있다. 2024년 전 세계 정기선 항로의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250만 TEU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일환 영원NCS무역물류컨설팅 대표는 “물동량 이상으로 선복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선박당 화물 적재율은 낮아지고 해상 운임도 인하되면서 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건 예고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HMM 관계자는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해운동맹 동향과 관련해서는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에는 친환경 선대를 확보하기 위해 메탄올 추진 선박인 9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했으며 올해는 2021년 발주한 1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받아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벌크 부문도 다양한 선대 확보와 장기운송계약 확대, 고수익 화물 개발 등으로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