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상환 위해 회사채 재발행…실적·투자 부진 겹치며 신용등급에도 악영향
롯데그룹은 자금 조달을 위해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활용해 왔다. 해마다 수천억 원 단위로 회사채를 발행해 온 롯데지주는 올해도 3000억 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2000억 원)와 롯데물산(1850억 원)도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외에도 롯데하이마트(800억~1500억 원), 롯데글로벌로지스(500억~650억 원), 롯데쇼핑(2500억 원)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채권 발행 목적은 대부분 ‘만기 도래 채무 상환’이다. 회사채로 회사채를 돌려막고 있는 셈이다. 롯데지주는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 전부를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롯데물산도 발행액 전액을 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했으며 롯데칠성은 1550억 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회사채 발행 예정인 롯데쇼핑 역시 최근 합병한 롯데수원역쇼핑타운 차입금과 회사채 상환 등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오는 6월 회사채(1400억 원), 4월 단기 기업어음(CP) 만기를 앞두고 있고, 롯데글로벌로지스도 5월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최근 발행한 회사채가 그룹의 이자 비용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환한 회사채와 발행한 회사채 간 이자율 차이가 발생해서다. 롯데지주가 2019년 발행한 한 회사채의 연 이자율은 1.79%였으나 최근 발행한 회사채의 연 이자율을 4.276%에 달한다.
그 결과 롯데지주의 2022년 이자 비용은 876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1483억 원으로 증가했다. 롯데물산(741억 원→959억 원), 롯데칠성음료(407억 원→553억 원), 롯데쇼핑(4997억 원→5954억 원), 롯데하이마트(146억 원→265억 원), 롯데글로벌로지스(410억 원→540억 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업활동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롯데그룹의 실적은 부진하다.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022년 7262억 원, 지난해 3477억 원으로 2년 연속 적자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마저 손실로 전환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3186억 원→1691억 원)했으나 외형 성장이 원인이 아닌 판매비 및 관리비와 기타 비용 절감으로 인한 결과였다. 매출은 15조 4760억 원에서 14조 5558억 원으로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점포 통폐합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 82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21.8% 떨어진 2조 6101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지주의 사정도 좋지 않다. 롯데지주의 주 수입원인 배당수익이 2022년 1470억 원에서 지난해 1043억 원으로 줄었다. 수익 감소와 이자 비용 증가로 롯데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손실로 전환했다.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인한 보수적인 배당 정책이 지주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과 이자 비용 증가는 이자보상배율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 부담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1배 밑으로 떨어지면 영업활동으로 이자 비용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롯데케미칼은 이자보상배율 계산도 되지 않고, 롯데쇼핑은 2019년 이후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넘기지 못했다. 롯데지주는 이자보상배율이 2020년 4.75배에서 2023년 3분기 기준 1.39배까지 내렸다. 롯데물산도 2021~2022년 이자보상배율이 1배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0.92배로 1배 밑으로 떨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2022년 5배로 안정적인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3.81배로 하락했다.
투자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와 함께 국내 인테리어 기업 한샘에 2995억 원을 투자했다. 한샘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인수 시절(22만 1000원) 대비 주가가 9일 종가 기준 4만 8050원까지 폭락했다. 또 롯데쇼핑은 2021년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인수를 위해 3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중고나라의 실적이 부진하다. 2022년 3134억 원에 미니스톱을 인수한 코리아세븐은 인수 전인 2021년 영업이익 15억 90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영업손실이 2022년 48억 9000만 원, 2023년 551억 원으로 적자 폭이 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2022년 2조 7000억 원을 들여 사들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847억 원에서 118억 원으로 급감했다. 인수 후 처음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손실로 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은 주당 10만 3248원에 인수했지만, 11일 현재 종가 기준 4만 5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분 가치는 1조 1060억 원까지 떨어졌다.
일부 계열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분당 물류센터, 안산 공장, 청주 영플라자, 롯데시네마 홍대점·합정점 일부와 롯데마트 고양 중산점, 롯데마트 양주점, 롯데슈퍼 봉선점 등을 정리해 자금을 조달했다. 롯데케미칼도 말레이시아 생산기지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다양한 전략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는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롯데그룹의 재무구조 악화는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6월 롯데지주(‘AA 부정적’→‘AA- 안정적’)를 포함해 롯데케미칼(‘AA+부정적’→‘AA 안정적’), 롯데쇼핑(‘AA 부정적’→‘AA- 안정적’), 롯데물산(‘AA- 부정적’→‘A+ 안정적’), 롯데캐피탈(‘AA- 부정적’→‘A+ 안정적’), 롯데렌탈(‘AA- 부정적’→‘A+ 안정적’), 롯데오토리스(‘A 부정적’→‘A- 안정적’)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 14일에는 롯데하이마트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됐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은 부진한 실적 및 투자 부담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업황 반등 속에서 제한적인 실적 회복 가능성 및 단기간 내 재무안정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및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는 그룹 내 비중 및 중요도가 큰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신용도가 하락했다. 롯데쇼핑도 롯데지주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롯데하이마트에 대해서도 “실적 부진 및 저하된 재무안정성이 지속되고 있고, 중·단기간 내 영업실적 회복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현 수준의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