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바꾸려면 당장 이미지 쇄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현재 대통령실 인적 구성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에 실패한다면, 2026년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힘들 것이고, 2027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도 어려워질 것이다.
일단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참모진의 개편, 이에 기반한 불통 이미지 개선이다. 그런데 이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기자회견을 자주 열거나, 그동안 중단했던 도어스테핑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어스테핑이 가지는 위험성을 지적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위험성을 생각할 때는 아닌 것 같다. 21대 국회보다 더욱 열악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18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만 상대하면 됐지만, 지금은 민주당보다 더욱 강성인 조국혁신당마저 상대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경우 윤석열 정부는 더욱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가능성까지 언급하지만, 합당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는 어렵사리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놨는데, 굳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사와 손을 잡아 친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 대표 입장에서는, 조국 대표라는 잠재적 경쟁자와 손을 잡게 되면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두 당이 합당을 추구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협력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야권 지지층이라는 ‘파이’를 선점하려 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민주당의 경우 중도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조국혁신당의 강성 기조를 무조건 따라갔다가는 중도층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두 정당의 관계를 시험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은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 주장에 민주당이 호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런데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보유하게 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굳이 중도층을 자극할 정치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선을 생각하는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이런 주장에 동조했다가는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축소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과 ‘이종섭 특검’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강경 기조에 야권 지지층이 환호해 민주당 지지율을 능가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민주당도 선명성 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핵심 지지층을 빼앗기면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확산도 소용없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명성 경쟁이 발생하면 윤 대통령이 의지할 곳은 국민 여론밖에 없게 된다. 여론마저 윤 대통령을 등진다면, 윤 대통령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식물 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 여론의 호응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언론과의 접촉의 기회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여론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의 ‘지혜로움’을 간단히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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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