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어 울산서 94만 명분 코카인 발견…씨체스트 공간 활용 밀반입에 항구도시 비상
해당 화물선이 도착한 다음 날인 4월 6일 잠수부가 화물선 씨체스트(Sea Chest)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고 바로 신고했다. 씨체스트는 선박 운항에 필요한 해수를 공급하기 위한 해수 유입구로 바닷물에 잠겨 있는 선저 밑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해수를 유입해 배의 균형을 잡거나 냉각수 용도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원활한 해수 유입을 위해 잠수부가 따개비 제거 작업을 진행했는데 여기서 검은색 가방이 발견됐다. 신고를 접수한 대구본부세관이 확인한 결과 검은색 가방 안에는 1kg씩 나뉘어 28개 블록 형태로 포장돼 있는 마약이 발견됐다. 모두 28.43kg이나 되는 코카인으로 9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시가는 약 142억 원 상당이다. 또한 블록 2개에선 GPS(위치추적 장치)도 매립·설치돼 있었다.
관련 수사를 시작한 대구지검은 선박 내·외부에 대한 수색을 벌이는 동시에 화물선에 탑승 중이던 다국적 선원 19명의 휴대전화와 화물선 내 폐쇄회로TV, 입출항 경로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해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검찰은 발견된 발견된 마약이 3월에 멕시코에서 출항하기 이전인 2023년에 해당 화물선 시체스트에 은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다국적 선원 19명이 마약 밀수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선박 씨체스트에서 마약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종 은닉 방법인 씨체스트 공간 활용 마약 유통은 발견이 쉽지 않아 ‘기생충 수법’으로 불린다.
1월 15일 부산항 신항에 입항한 7만 5000톤급 화물선에서도 코카인 100kg이 발견됐다. 시가가 3500억 원 상당이나 될 만큼 대량이다. 33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부산광역시 인구 전체가 2024년 2월 기준 328만 9401명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2023년 12월 2일 브라질에서 출항한 이 화물선은 싱가포르, 홍콩을 경유해 부산항 신항에 입항했다. 그런데 입항 직후인 1월 15일 오후 3시 30분 즈음 씨체스트에서 수상한 가방 2개가 발견됐다.
신고를 접수한 남해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수중과학수사요원을 급파해 수중 감식을 진행해 이미 발견된 가방 2개 외에 은닉된 가방 1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총 3개의 가방에 무려 100kg의 코카인이 1kg씩 100개로 나눠 포장된 상태로 담겨 있었다. GPS(위치추적 장치)도 8개가 나뉘어 매립·설치돼 있었다.
해경은 바로 해당 화물선 승선원 총 23명(한국 11명, 필리핀 12명)을 대상으로 마약류 검사를 시행했지만 전원 음성이 나왔다.
2월 8일 남해해경청 마약수사대는 부산항 신항에서 발견된 코카인 100kg이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의 배달사고라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결정적으로 코카인 포장지에서 돌고래 문양이 발견됐는데 이는 중남미 마약 밀매 조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중남미에서 생산된 코카인을 유럽으로 밀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기생충 수법’이라 불리는 선박 씨체스트 공간을 활용한 신종 은닉 방법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결국 한국이 목적지가 아닌 제3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