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곧 경쟁력” 혜택 강화하며 중국 셀러 확보전…수출 지원 강화로 한국 셀러 쟁탈전도 활발
#중국 현지 셀러 쟁탈전
지난 4월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알리는 중국 셀러 모집을 위해 100억 위안(약 1조 92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 예정이다. 우선 1000개의 중국 브랜드와 셀러를 선정해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캠페인에 선정된 셀러는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사업 부문인 알리인터내셔널디지털커머스(AIDC)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알리가 중국 셀러 지원에 나선 것은 셀러가 곧 플랫폼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셀러들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해주겠다는 것이다. 셀러들의 물류비를 보조해주거나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류센터에 상품 보관을 했을 때 보관료를 받지 않는 방식”이라며 “한국 시장 등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알리는 테무와 쉬인 등 자국 경쟁 업체들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현지 셀러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도 중국 현지 셀러 유치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10월부터 쿠팡은 중국 주요 도시에서 입점 설명회를 열고 있다. 중국 셴젠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이우에서 9번째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국 현지 셀러의 상품을 한국 로켓그로스(판매자 로켓배송) 창고에 채워 국내에서 빠른 배송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글로벌풀필먼트서비스(CGF)를 운영하며 중국 현지 셀러의 국내 판매를 지원해주고 있다. 2021년 쿠팡이 중국에 선보인 CGF는 쿠팡이 입점 셀러에게 중국 현지 물류 창고를 통한 상품 보관·포장·통관·배송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현재 쿠팡은 입점 후 신상품에 한해 상품가격의 고정 수수료 3%를 책정하는 혜택을 준다. 국내 셀러들에 적용하는 수수료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G마켓도 중국 선전에서 중국 현지 셀러 대상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G마켓이 해외 현지에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명회 자리가 거의 다 차서 회사 내부에서도 안도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큐텐(Qoo10)에 인수된 위메프와 티몬 등은 큐텐이 이미 확보한 중국 현지 셀러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큐텐은 중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국내 셀러들은 주로 중국에서 사들인 후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중국 현지 셀러를 모집하면 중간 마진이 없어 좀 더 값싼 상품을 늘릴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오픈마켓 업체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기를 원하는 중국 셀러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디플레이션으로 중국 내수 상황이 침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상품을 전 세계로 계속해서 내보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로스보더 경쟁력 높여라
셀러 쟁탈전이 펼쳐지는 곳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셀러 확보 경쟁이 한창이다. 알리는 국내 셀러들이 입점한 ‘케이-베뉴’(K-Venue) 입점사에 대한 입점·판매 수수료 면제 정책을 오는 6월까지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리에는 CJ제일제당·농심·LG생활건강·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공산품을 넘어 신선식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일단 알리는 법인 사업자에 대해서만 입점을 받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이야 국내 플랫폼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다. 하지만 C-커머스 소비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고정 고객이 많아지면 국내 셀러들도 C-커머스를 선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리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의 배송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의 거래액은 2조 2000억 원으로 네이버나 쿠팡 거래액의 5% 수준이다. 다만 성장세는 무섭다. 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87만 명으로 쿠팡(3086만 명)에 이은 2위다.
C-커머스와 K-커머스가 국내 셀러를 끌어모으거나 지키기 위해 점찍은 방법은 셀러들의 해외 진출이다. 알리바바는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통해 한국 셀러들에게 1억 달러(약 1385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셀러들의 우수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소싱센터를 설립하고, 6월에 한국 셀러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판매 채널을 개설하는 것이 지원안의 주요 골자다. 알리에 입점한 국내 업체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해외 수출망을 갖춰놓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상품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 2월 G마켓은 몽골 1위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py)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외 역직구(수출) 셀러의 상품 중 우수 상품을 쇼피에서 판매한다. 큐텐은 2월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Wish)를 인수하며 역직구 채널을 확대했다. 쿠팡은 올해 상반기까지 대만 현지에 물류센터 3호를 건립할 예정이다. 쿠팡은 2022년 대만 로켓배송(주문 다음 날 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셀러들도 수수료를 깎아주는 혜택은 단기성 서비스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결국 셀러의 매출을 장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셀러들의 옥석 가리기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의 조철휘 회장은 “최근 쿠팡 등 국내 플랫폼에 SKU(상품) 종류가 굉장히 많아졌다. 중국 현지 셀러와 국내 셀러를 경쟁시키면 상품 론칭조차 제대로 못 하는 업체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셀러들은 자연스럽게 걸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