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결과와 ‘보세 물류센터’ 추진 여부 주목…알리 측 “물류센터 형태는 미정”
#경쟁입찰 소식에 CJ대한통운 주가 요동
알리는 최근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주요 물류사에 입찰 제안 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알리 물동량의 80%가량을 CJ대한통운이 담당하고 있었다. 이번 경쟁입찰 진행 소식이 알려지면서 CJ대한통운의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다만 알리가 취급하는 물동량에 대해 CJ대한통운만큼 배송 퀄리티를 담보할 만한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택배업계의 중론이다. 알리는 소형화물 위주로 유통하는데 CJ대한통운은 전국에 46개의 멀티포인트(MP) 설비를 운영하고 있어 소형화물을 행선구역별로 묶어서 처리할 수 있다. 이동 구간에서 운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동일한 설비를 갖춘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을 통해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면 전산도 깔고 물류센터도 새로 확보하고 인력도 확충해야 해서 원활하게 운영하기까지 3개월 정도는 걸린다”며 “특히 맡아본 적 없는 물량을 핸들링하게 되면 초반에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기 때문에 알리가 굳이 신규 업체를 선정해 그런 부담을 감수하려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경쟁입찰은 원가를 줄이기 위한 알리의 전략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택배업계 다른 관계자는 “통상적인 절차인 동시에 경쟁입찰을 통해 비용을 아껴보려는 노력인 것 같다. 다만 정상적인 경쟁이 되는 입찰이 아닐 것”이라며 “전국에 물류를 깔아놓은 회사들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선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알리의 경쟁입찰 진행 소식이 알려지면서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도 반짝 주목을 받았다. CLS 또한 전국에 물류망을 갖추고 있고 2026년까지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풀필먼트센터와 배송네트워크를 확대할 방침이다. CLS는 CJ대한통운의 택배업계 점유율 50%선을 무너뜨린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알리가 이번에 CLS 측에는 입찰 제안 요청서를 따로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규 입찰 건은 CJ대한통운이 그간 담당하던 물량 외의 새로운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입찰과 관련된 알리 측의 예측 물동량은 약 1235만 건으로 2kg 미만 화물이 93.17%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가 지난해 국내에 배송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동량인 4600만 건에는 한참 못 미친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3월 2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알리의 이번 입찰이 기존 CJ대한통운이 처리하던 물량에 관련된 내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입찰 규모가 작고, 시기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취급 물품이 다양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인 셀러들이 참여하는 케이 베뉴(K-Venue)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신선식품까지 판매하는 등 상품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천? 이천? 물류 거점은 어디에
알리바바그룹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알리는 한국 현지 협력파트너와 함께 국내에 18만㎡(약 5만 4000평) 풀필먼트센터를 구축을 위해 2억 달러(약 2704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에 상품을 입고해놓고 고객의 주문에 따라 곧바로 출고하는 풀필먼트센터를 짓게 될 경우 알리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였던 배송 기간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알리가 국내에 일반 물류센터를 갖추고 대량으로 중국산 제품을 들여올 경우 초저가 직접구매(직구) 플랫폼으로서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인이 자가 소비용으로 들여오는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해서는 1회 구매당 150달러까지 관세가 면제된다. KC인증(안전인증)도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알리가 정식으로 수입 절차를 밟게 되면 관세와 부가세뿐만 아니라 KC인증비까지 내고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초저가 상품의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알리 측에서 ‘보세 물류센터’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세 물류센터는 세금이 유보된 구역인 보세구역에 위치한 물류센터로 인천이나 평택 등 항구나 공항 근처에 있다. 보세 물류센터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점은 실제로 상품이 배포되기 전까지는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도 국내에 지사가 있거나 국내 업체와 협약·협업 등을 통해 위탁 운영을 맡길 경우 보세 물류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건강기능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아이허브 또한 CJ대한통운을 통해 국내에 보세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알리 측에서 입지를 고려해 보세가 아닌 일반 물류센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물류센터는 입지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평택과 인천은 너무 멀고 수도권에 가까울수록 회전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전진배치를 시켜서 경기도 성남이나 용인, 이천 쪽의 물류센터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알리 측이 인허가를 새로 받아서 물류센터를 완공할 경우 1년 반~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내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을 고려하면 이미 지어진 대형 물류창고를 임대하거나 매입해 국내 물류 제휴사에 운영을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현재 CJ대한통운과도 협업관계를 맺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과의 협업 기회도 열려 있다”며 “올해 한국에 물류센터를 짓는 건 확정된 내용이지만 어떤 형태로 짓게 되는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