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둥닷컴 류창둥 본뜬 AI 출연해 대흥행…“실시간 소통 생명인데 어색” 반응도
AI 류창둥은 약 30분간 방송에 나와 라이브쇼를 진행했다. 곡물, 기름, 농산물, 애완동물 용품 등을 소개하고 판매했다. AI 류창둥이 출연한 라이브쇼 시청자는 1400만 명으로, 징둥닷컴 창설 이래 신기록을 세웠다. 방송 시간대 접속자 체류 시간은 기존 방송의 5.6배에 달했고, 방송 중간에 주문량은 10만 건을 넘어섰다.
AI 류창둥은 상품으로 나온 TV 기능을 소개하면서 가성비를 강조했다. 또 신선한 계란, 우유, 블루베리를 판매할 땐 이 재료로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도 설명했다. 햄버거 코너에선 먹는 시늉을 하며 누리꾼들에게 ‘구매해 달라’고 했다. 영락없는 쇼호스트의 모습이었다.
방송 후 징둥닷컴 측은 공식 집계한 내용을 발표했다. AI 류창둥은 13개 상품을 판매했는데, 전체 주문량은 같은 시간대 방송에 비해 7.6배, 거래액은 5.7배 증가했다. AI 류창둥은 방송 말미에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직접 인사했다. 방송 진행자는 “AI 류창둥의 방송은 다음에 또 보자”며 일회성이 아님을 암시했다.
방송 후 징둥닷컴 홈페이지, SNS 등엔 호평이 쏟아졌다. 류창둥의 표정, 자세, 몸짓, 음색을 거의 100% 가깝게 복원해낸 기술력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누리꾼은 SNS에 “디지털 캐릭터가 이렇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고 했다.
류창둥은 평소 말을 할 때 손가락을 비비는 습관이 있다. 또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을 땐 손동작이 더 커지고, 자주 고개를 끄덕거린다. AI 류창둥은 이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징둥닷컴 관계자는 “이 작업의 핵심은 목소리 복원”이라면서 “류창둥은 쑤첸 억양이 인상적이다. 말이 빠르고, 가볍다. 그리고 콧소리도 있는데 이를 거의 구현해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징둥닷컴 기술진들은 류창둥의 평소 발언, 공식석상에서의 스피치 등을 빠짐없이 모아 분석했다. 여기서 얻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셀 수도 없이 많은 실험을 반복했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징둥닷컴 측은 “류창둥 본인조차 본인 목소리에 매우 가깝다고 인정할 정도”라고 자부했다.
부정적인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짜 류창둥이 나오는 게 더 좋을 것” “AI 류창둥은 어색하다” 등과 같은 내용들이다. 한 AI 전문가는 “겉모습만 봤을 땐 류창둥과 흡사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목소리나 억양은 어색한 부분들이 많았다. 라이브 커머스의 생명은 실시간 소통인데, 이를 충족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징둥닷컴의 이번 방송이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중요한 시도라고 본다. 또 징둥닷컴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AI 전자상거래 전략의 신호탄으로도 해석한다. 징둥닷컴은 그동안 저가 전략을 내세웠지만, 이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다. 최근 징둥닷컴은 기술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 선임 분석가 천타오는 “AI 류창둥이 단기적으로 트래픽을 끌어들이고 인기를 올릴 수 있는 이슈임엔 분명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계속 효과가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천타오는 “앞으로 징둥닷컴은 이런 AI 인물들을 각 플랫폼의 판매 상인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징둥닷컴이 이번 방송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기술력 외에도 또 있다. 징둥닷컴은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유명 앵커 부재에 시달렸다. 이는 단지 돈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슈퍼 앵커를 데리고 왔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AI 류창둥은 징둥닷컴의 오랜 고민을 해결할 열쇠로 떠올랐다. AI를 활용한 캐릭터가 초대형 쇼호스트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징둥닷컴은 2020년대 들어 경쟁사들에 비해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선 틱톡, 핀둬둬(테무 모기업) 등에 밀려 고전했다. 하지만 2023년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징둥닷컴은 2023년 1조 847억 위안(206조 원)가량의 수익을 냈다. 이는 2022년에 비해 3.7% 증가한 규모다.
징둥닷컴 관계자는 “막막했던 2022년과 비교하면 2023년은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해”라면서 “AI 류창둥의 방송은 징둥닷컴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