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위한 위장 이혼 늘자 극단적 처방…목적 달성한 중국 당국 규제 풀어 부동산 활성화
우선 ‘이혼 3년 제한’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베이징시는 2021년 8월 5일 ‘상업용 주택 구매 제한 정책 추가 고시’를 발표했다. 부부가 이혼한 경우 이혼일로부터 3년 이내에 베이징에서 주택을 구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베이징시가 이러한 정책을 내놓게 된 것은 ‘투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베이징시에선 부부가 2주택을 보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위장으로 이혼을 한 뒤 주택을 사서 차익을 실현하는 부부가 늘어나자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것이다. 부부의 2주택 보유 금지는 2017년부터 도입됐다. 당시 베이징 주택건설위원회 측은 ‘베이징 주택 거래의 14%가 이혼한 부부에 의해 이뤄졌다’며 이는 비정상적인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행태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규제 효과를 떨어트린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준비한 게 이른바 ‘이혼 3년 제한’ 정책이었다. 가짜 이혼을 억제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택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부동산 규제의 대명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베이징시 주택건설위원회는 ‘이혼 3년’ 정책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판단해 폐지하기로 했다. 투기 수요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베이징시 상무위원 샤린마오는 “집은 투기용이 아니라 주거용이라는 입장은 견고하다. 다만, 베이징 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전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부동산 규제정책을 최적화할 것이다. 주택수요를 촉진하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원부동산 수석 애널리스트 장다웨이는 “이혼해서 집을 사는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하나는 투기였고, 하나는 진짜 수요였다. 그런데 지금 베이징에서 투기는 불가능해졌다. 시장은 안정됐고, 이제는 수요에 초점을 맞출 때다. 또 이혼을 한 뒤 실제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에겐 불합리한 제도였다”고 말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21년 2월 이후 투자 금액이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부동산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는 또 있다. 1월부터 2월까지 중국 주요 도시 50개 주택 거래량은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에서도 부동산 발전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3월 22일 국무원 집행회의에선 부동산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부동산 정책을 최적화하기로 의결했다. 잠재적인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금융 지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회의가 끝난 후 국무회의는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고품질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원 정책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겠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베이징시가 ‘이혼 3년’ 정책을 폐지한 것도 이런 기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지연구원 수석국장 천원징은 베이징의 ‘이혼 3년’ 폐지에 대해 “중앙정부의 기조를 실천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이며,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선 도시들이 구매 제한 정책을 부동산 시장에 맞춰 최적화한다면, 2선 도시들도 규제를 전면 해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거래세 인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계약금 인하 등의 정책을 준비하는 도시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3월 25일 국가금융감독관리국은 광둥의 21개 도시를 상대로 부동산 자금 조달 정책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금융 지원을 받을 ‘화이트 리스트’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이미 60개 프로젝트가 승인을 받아 곧 착수된다. 신용 승인 금액은 161억 위안(약 3조 원)가량이고, 실제 조달된 돈은 70억 위안(약 1조 3000억 원)가량이다.
최대 경제도시 선전에서는 ‘7090 정책’을 퇴출하기로 했다. ‘7090 정책’이란 주택사업에서 전용면적 90㎡ 이하를 70% 이상 확보하도록 한 규정이다. 2006년 도입됐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수요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선전은 이를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중지연구원 선임분석가 쑨홍메이는 “큰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굳이 그런 정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수요 변화에 맞춰 정책을 조정하고 최적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