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묘지 비용 비싸 외곽 아파트 유골 안치 증가…중국 법상 불법인 데다 이웃 주민들에 불편 끼쳐
장쑤성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자오 씨는 한 달 전 이사 온 이웃집이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 앞을 지나갈 때도 사람이 사는 흔적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기척이 들려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집을 지나가는 척하면서 살짝 문 안을 엿봤다. 탁자 위엔 두 개의 촛대, 검은색 상자, 그리고 영정사진이 놓여 있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사진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내 이웃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오 씨는 “집에 유골함을 두고 추모를 하거나 제사를 지낸다는 말을 듣긴 했다”면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오 씨는 “그 집을 지나칠 때마다 온갖 생각이 들었고, 솔직히 짜증이 났다”고 전했다.
자오 씨가 목격한 ‘유골방’이 최근 들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공공주택의 경우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 소문이 났다. 유골방을 전문으로 중개해주는 업소도 생겼다. 처음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일정 몫을 ‘유골방’으로 할당하는 업체까지 있다.
후난성에 살던 리윈은 2023년 12월경 산둥성의 한 회사에 취업했다. 첫 직장이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웠던 리윈은 인터넷으로 아파트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아파트를 발견했다. 회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교통이 편해 출퇴근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바로 계약을 했다.
리윈은 “처음엔 거저 주운 줄 알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리윈은 처음 이사 오던 날 만났던 경비원이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본다고 느꼈다. 짐을 다 옮긴 후 창밖을 봤는데, 맞은편 3가구 창문이 붉은 벽돌 시멘트로 막혀있었다.
경비원의 수상한 모습, 막혀있는 창문, 저렴한 가격 등의 이유를 알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유골방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어떤 경비원은 지나가던 리윈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겁이 없군”이란 말도 했다. 리윈은 결국 계약금을 물어주고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톈진의 한 에어컨 기사도 유골방을 본 경험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에어컨 설치를 위해 현관을 들어서자 거실 중앙 탁자 위엔 유골함과 각종 제물이 놓여 있었다. 탁자 옆에는 커다란 하얀 꽃이 걸려 있었다. 이 기사는 “누가 봐도 빈소였다. 순간 겁이 나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집 주인은 에어컨 기사에게 설치비 2배를 준다고 했고, 기사는 간신히 에어컨 설치를 마무리 지었다. 그는 “흔히들 말하는 유골방을 처음 봤다. 평소엔 비어 있다가 특별한 날에 사람들이 와서 제사를 지낸다”고 말했다.
장쑤성의 한 부동산 업자는 “몇 년간 유골방이 빠르게 늘어났다. 한 아파트의 특정 층 전체가 아예 유골방인 곳도 있다”면서 “아예 유골방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역과 집에 따라 장례나 제사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유골방 모습도 제각각이다. 유골방을 보러올 때 풍수 전문가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자는 유골방 특징에 대해 알려줬다. 그는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에 수도, 전기, 재산세 등을 체납하는 일이 많다. 문 앞에 청구서가 많이 붙어 있다. 소유주가 가끔 들러 한꺼번에 처리하곤 한다”고 했다.
허베이에 사는 류 아무개 씨는 얼마 전 유골방을 구입했다. 부동산 업자로부터 몇 곳을 추천받았고, 풍수 전문가 조언을 받아 아파트 한 채를 샀다. 류 씨는 집안 풍습에 따라 유골방 입구에 흰색 종이를 붙였고, 자물쇠 구멍을 막았다. 또 방문도 모두 철문으로 바꿨다. 류 씨가 거주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아파트에 유골방을 마련한 것은 ‘비용’ 때문이었다.
유골방 소유주 대부분은 주로 1·2선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도시의 경우 묘지 가격과 관리비가 비쌀 뿐더러 임대기간은 짧다. 또 장례비용도 비싸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도시 외곽 또는 외진 곳의 집을 구입해 유골함을 안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척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개인이 공공주택에 유골함을 두는 것은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장례 관리 조례’에 따르면 장례를 진행할 때 공공질서를 방해하거나 타인의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주택에서의 유골함 안치는 조례에도 어긋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주거용 주택을 유골방으로 사용하는 것이 용도변경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확인하고 있다.
베이징의 자오 씨는 얼마 전 사망한 친척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장자커우 지역 아파트를 물색하고 있다. 자오 씨는 “베이징에선 아주 싼 묘지라도 가격이 최소 10만 위안(1900만 원) 이상이다. 이마저도 최대 20년만 사용할 수 있다. 또 묘지 관리비도 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자커우의 25만 위안(4600만 원) 아파트를 사면 다른 비용 없이 평생 유골 안치가 가능하다.
당국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엄격히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유골방으로 인한 주민들 간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톈진의 한 아파트 주민은 “죽은 사람은 편하겠지만, 산 사람은 불편하고 겁난다. 유골방이 있는 집 앞의 복도를 걸어갈 때마다 으스스하다”고 하소연했다.
장쑤성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주민들이 유골방에 대해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명절에 향을 피우다가 자칫 불이라도 나면 어떡하느냐”며 안전상 위험을 언급했다. 또 “죽은 사람과 함께 살 수 없다”면서 유골방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