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SK엔무브 합병 후 상장 방안 거론…다른 자회사 유동화 가능성도, 제값 받을지 미지수
#SK온, 가능한 빠른 상장 나설까
SK온이 좀처럼 실적 반등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SK온은 20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SK온은 581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수요가 둔화되고 광물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SK온은 2021년 4분기부터 분기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은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부채는 50조 8000억 원이다. 2021년(29조 9242억 원)보다 60% 늘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지난해 기준 29조 3992억 원이다.
SK이노베이션이 아예 현금 창출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5조 3679억 원으로 2022년(4066억 원) 대비 대폭 늘었다. 하지만 SK온이 투자를 계속해서 확대해야 하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SK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온은 설비투자에 총 39조 원을 쓸 예정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0조 원을 투자했다. 올해 설비투자에 7조 5000억 원가량을 투자한다. 남은 투자액만 1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엔무브를 SK온과 합병해 향후 상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SK엔무브는 지난해 매출 5조 7796억 원, 영업이익 9995억 원을 기록했다. SK엔무브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 받쳐준다면 IPO를 진행할 때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합병한다면 최대한 IPO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SK온 입장에서 IPO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비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45.5%다. 지난해 1~2월 대비 1.2%포인트(p) 하락했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 비중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영업적으로 크게 연관성이 있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철완 교수는 “합병해 상장한 이후에도 향후 배터리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낼 수도 있다. R&D(연구개발) 투자도 계속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자금을 확보할 기회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 "다양한 포트폴리오 조정 방안 검토"
SK이노베이션의 다른 자회사들의 유동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SK지오센트릭 지분이나 NCC(나프타 분해설비) 사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SK인천석유화학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이 사측에 보낸 ‘SK이노베이션 계열사 합병 및 매각 사실 확인 요구’ 공문에 사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구두 답변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제값을 받을 수 있느냐다. SK지오센트릭의 NCC 사업이 대표적이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가 NCC 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사업 전망이 좋지 않다”라며 “실제 매각에 돌입한다면 매각가가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에도 SK지오센트릭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SK지오센트릭 소수 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SK인천석유화학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유가 변동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매각 시점이 애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SKIET 지분 매각도 시장에서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다. SKIET는 배터리 분리막을 제조하는 업체다. 지난해 SKIET 매출에서 SK온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6%에 달한다. SKIET 주가는 지난해 7월 12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5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외부 투자 유치를 할 만큼 매력적인 상황은 아닌 셈이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조정 방안을 회사에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개편 등은 검토한 적이 없으며 지금까지 확정된 사항도 없다. 방향성은 유지하면서도 속도 조절 등 여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