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대 10’ 승리 폭발적 무대, 일어 가사 완벽 소화…일본 진출 확정 지으며 ‘K-트롯 퀸’ 도약 예감
그 아쉬움이 비로소 해소됐다. MBN 트롯 서바이벌 ‘한일가왕전’에서 1등에 해당되는 MVP를 받은 것. 특전으로 상대국 언어로 된 스페셜 음원 제작 기회까지 받게 됐다. 일본 진출 티켓까지 거머쥔 김다현은 이제 ‘차세대 트롯 퀸’을 뛰어 넘어 ‘K-트롯 퀸’으로 비상하게 됐다.
#대결 아닌 교류의 장
5월 7일 방송된 MBN 트로트 서바이벌 ‘한일가왕전’에서 비로소 우승팀이 결정됐다. 애초 5회까지 방송이 예정됐던 ‘한일가왕전’은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1회 방송이 연장돼 이날 6회 방송으로 종영했다. 이미 5회까지 모든 대결은 끝이 난 상황에서 6회 방송은 전유진과 우타고코로 리에의 점수 발표로 시작됐다.
3 대 3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결을 펼친 한국과 일본 대표팀의 승패는 전유진과 우타고코로 리에의 대결을 통해 가려지기 때문에 관심이 뜨거웠다. 결과는 101 대 99. 단 2점밖에 차이가 안 날 만큼 박빙의 승부를 벌였지만 결국 승리는 전유진의 몫이 됐다. 이로써 한국 대표팀은 4 대 3으로 일본 대표팀을 꺾고 제1대 ‘한일가왕전’ 우승컵을 차지했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한일전이지만 ‘한일가왕전’은 매회 축제 분위기로 진행됐다. 치열한 대결보다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응원하며 교류하는 무대가 이어진 것. 6주 연속 지상파·종편·케이블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을 만큼 시청자들도 ‘한일가왕전’을 응원해줬다. MVP 시상자로 깜짝 등장한 김진표 국회의장도 “한일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고 우정도 더욱 두터워지길 기대한다”고 말해 한일가왕전의 의미를 더했다.
‘현역가왕’ 톱7 전유진·마이진·김다현·린·박혜신·마리아·별사랑과 ‘트롯걸즈재팬’ 톱7 후쿠다 미라이·스미다 아이코·아즈마 아키·나츠코·우타고코로 리에·마코토·카노우 미유가 6주 동안 아름다운 대결을 펼친 ‘한일가왕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김다현이 MVP를 차지한 가운데 한일 양국을 오가며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 가수에게 수여하는 ‘한일가교상’은 린과 우타고코로 리에가 받았고, 글로벌 스타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가수에게 주는 상인 ‘라이징 스타상’은 전유진과 아즈마 아키의 몫이 됐다.
#가수 데뷔 4년 차, 발표곡 34곡
2009년생인 김다현은 열한 살 때인 2020년 청학동 국악자매의 멤버로 싱글 앨범 ‘경사났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청학동 국악자매는 ‘청학동 훈장’으로 알려진 김봉곤 훈장의 둘째딸 김도현, 막내딸 김다현이 멤버다. 그리고 같은 해 솔로 데뷔곡 ‘꽃처녀’를 발표했다. 당시 홍보 문구는 ‘청학동 국악트롯 요정’이었다.
방송 데뷔는 훨씬 빨랐다. 부친 김봉곤 훈장이 왕성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가족들도 방송 출연이 잦았는데 김다현은 2011년, 그러니까 두 살 때 방송 데뷔를 했다. 가수로 데뷔한 2020년까지 꾸준히 아버지 등 가족들과 방송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쌓아가던 김다현은 2020년 MBN ‘보이스트롯’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돌입했다.
김다현은 아직 열다섯 살이지만 네 살 때부터 국악을 배워 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한 지 11년이나 됐고 가수 데뷔 4년 차, 방송 데뷔는 13년 차다. 발표곡도 벌써 34곡이나 된다.
#회를 거듭할수록 출중한 무대
이번 ‘한일가왕전’에서 김다현은 모두 4번의 경연 무대를 선보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출중한 무대를 선보이며 압승을 거뒀다. 첫 무대는 1회 방송에서 펼쳐진 자체탐색전이었다. 홍진영의 ‘따르릉’을 선보인 김다현은 탄탄한 발성과 흔들림 없는 음정으로 빼어난 기본기를 보여줬다. 게다가 깜찍한 표정과 칼각 셔플댄스로 방송 분위기까지 반전시켰다.
김다현의 등장에 일본 대표팀 가수들은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너무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특히 우타고코로 리에는 “‘현역가왕’에서 김다현의 무대를 찾아봤다. 화려한 무대에 감탄했다”고 열렬히 칭찬했다.
두 번째 무대는 2회 방송에서 펼쳐진 1차전 ‘1 대 1 라이벌전’이었다. 일본 대표팀 스미다 아이코와 ‘막내 대결’을 펼친 김다현은 청초하면서도 깊은 감정으로 박양숙의 ‘어부의 노래’를 선보였다. 깊은 목소리가 우러나는 창법이 돋보이는 가운데 풍부한 표정과 표현까지 더해져 심금을 울리는 무대가 완성됐다. “일본 대중분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다. 잔잔한 감동도 있으니 즐겨주시길 바란다”는 김다현의 선곡 이유가 고스란히 담긴 무대였다.
한국 특별 심사단 윤명선은 “발성이 참 많이 바뀌었다. 고음을 지를 때 이전에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라 듣기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고음 완급이 조절되고 감정 처리가 잘 돼서 감동과 흡입력까지 다 갖췄다”고 극찬했고, 일본 특별 심사단인 츠츠미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일본에 와서 아이코 씨와 같이 노래 불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다현은 113점을 받아 87점에 그친 아이코에 26점 차로 승리했다.
세 번째 무대부터 기록적인 ‘90 대 10 무대’가 펼쳐졌다. 4회에서 펄쳐진 2차전 후반전 ‘숙적대결 막내전’에서 김다현은 스미다 아이코와 재대결을 펼치며 안정애의 ‘대전부르스’를 불렀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가창력이었다. 폭발적인 고음으로 시작된 김다현의 노래는 열다섯 살이라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는 성숙한 감성이 가득 묻어났다.
일본 대표팀의 왕언니인 우타고코로 리에가 “베테랑님”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다. 일본 대표팀 마코토 역시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칭찬했는데 실제 결과도 대단했다. 무대가 끝난 뒤 발표된 중간점수인 ‘연예인 판정단 점수’에서 스미다 아이코를 90 대 10 큰 점수 차로 이긴 것. 국민 판정단 점수를 더한 최종 점수에서도 170점으로 30점에 그친 스미다 아이코를 크게 이겼다.
마지막 무대는 5회에서 방송된 3차전 ‘1 대 1 현장지목전’이었다. 여기서 김다현은 ‘쓰가루 해협의 겨울풍경’을 선곡했다. 김다현이 “일본에서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아신다고 하더라. 그래서 선곡했다”고 밝혔는데, 일본 특별 심사단도 깜짝 놀랄 만큼 일본 엔카를 대표하는 곡이다. 마지막 무대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엔카곡을 일본어로 부르는 도전을 시도한 김다현은 완벽한 발음은 물론이고 풍성한 감성까지 더한 무대를 선보였다.
일본 특별 심사단 료가 하루히는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을 한국의 15세 소녀가 일본어로 불렀다는 점에서 매우 감동했다”며 “이번 한일전의 엄청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특별 심사단 윤명선은 “어려운 노래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에는 분명히 한두 개였는데 지금은 비브라토 울림의 패턴이 서너 개 섞인다. 그건 고수 중에 고수만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김다현은 또 다시 90점을 받아 10점에 그친 후쿠다 미라이에 90 대 10의 대승을 거뒀다. 국민판정단 점수를 더한 최종 점수에서도 162점을 받아 후쿠다 미라이(38점)에 큰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