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술환자의 20.2%가 외지인, 15.5%는 췌장·담도암 환자
-전공의 파동으로 대학병원에서 수술 기다리던 암환자들도 전원
[일요신문] 경남에 사는 올해 65세 A 씨(남)는 평소 고혈압과 당뇨에 시달리다가 지난 4월 4일 창원의 한 병원에서 총담관암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곧바로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전공의 파동으로 여의치 않아 부산 쪽으로 알아봤다. 때마침 얼마 전에 통영의 췌장암 환자를 성공적으로 수술했다는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의 언론기사들을 접하게 됐다.
마음이 급했던 A 씨는 4월 15일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전 가천의대 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를 찾아가 최종 총담관암 확진을 받고 입원했다. A 씨는 나흘 뒤인 4월 19일 김 교수로부터 ‘유문-보존 췌두부십이지장 절제술(PPPD)’을 받고 13일 현재 회복 중이다.
이에 앞서 예순 살 B 씨도 지난 3월초 경남 통영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전공의 파동으로 대형병원들이 파행 운영되면서 서울에서의 수술길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다가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수술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그는 수술 직후 조직검사 결과에서 종양은 컸지만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아 스테이지 1B로 최종 확인됐다.
최근 전공의 파동이 장기화되고 이로 인해 진료업무 과중으로 교수휴진이 겹쳐지는 등 대형 대학병원들이 파행 운영되면서 지방의 중증질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에서의 수술만 고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거주지 인근 중견 종합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는 지난 2월 29일 첫 진료를 한 이후 4월 30일 현재 수술한 환자 가운데 20%가 부산이 아닌, 외지에서 전원 해온 환자들로 나타났다. 전체 수술환자 84명 가운데 15.5%인 13명이 췌장암(5명), 담낭암(4명), 담관암(3명), 간암(1명) 등 악성 암 수술환자였다.
수도권 대형병원들뿐만 아니라, 부산의 대학병원들 역시 전공의 파동으로 파행 운영되면서 대학병원 환자들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같은 지역 내 중견 종합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예순여섯 남성 C 씨는 B형 간염 보균자여서 주기적으로 경과 관찰 중, 지난 2023년 12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복부 초음파상 이상소견이 발견돼 간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항암 치료 후 부산의 해당 대학병원에서 3월 수술 예정이었으나 전공의 파동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마음이 급해진 C 씨는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로부터 왼쪽 간 절제술 및 담낭절제술 받고 회복 중이다. C 씨처럼 암 환자 말고도 대학병원에서 전원 와서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에서 수술 치료받은 적지 않다.
쉰다섯 D 씨(여)는 부산지역 대학병원에서 경피경간담낭배액술(Percutaneous transhepatic gallbladder drainage)을 통해 담관염과 담낭염 진단을 받고 수술 받으려 했다가 역시 전공의 파동으로 늦어지자 지체 없이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에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받고 퇴원했다.
50대 부산 여성 E 씨도 수개월간 상복부 팽만감, 소화 불량 등의 증상으로,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담낭염과 담낭결석 진단을 받고 수술하려 했으나, 대학병원의 치료 제한조치로 인해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에서 복강경 담낭절제술 받고 회복했다.
경암 밀양에서 사는 쉰일곱 살 여성 F 씨도 지난 3월 15일 복통으로 부산지역 대학병원에서 담관염 진단을 받고, 수술을 기다리다가 빠른 치료를 위해 3월 28일 온종합병원을 찾았다. F 씨는 온종합병원 췌장담도센터 박은택 교수(전 고신대복음병원 췌장담도내과 교수)에게서 내시경초음파(EUS), CT 검사 후 수술을 권유받고, 같은 날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에게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전 부산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이번 전공의 파동으로 국민들의 불편이 상당하지만, 이처럼 지역 중견 종합병원들의 높은 진료수준이 알려지게 된 점은 무척 반가운 일”이라며 “앞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중환자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지방의료 발전을 꾀하는 정부의 정책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온종합병원은 전공의 파동 이후 대학병원에서 전원 해온 월 평균 환자 수가 평소보다 50% 가량 증가했다는 김동헌 병원장은 “혈액종양내과와 간담췌외과, 췌장담도내과, 호흡기내과, 신경외과 등 암이나 증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전문 진료과에 전원 건수가 몰렸다”며 “이는 환자들이 병원 규모가 아닌, 대학교수 출신의 명의를 찾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1.25 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