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목적으로 입국해 딴짓, 최소 10여 명…일본 현지 모집 중개인 존재 여부 주목
5월 9일 경찰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일본인 여성 3명을 검거하는 동시에 성매매 알선 일당 주거지와 경기 성남 소재의 사무실 등을 동시에 단속해 업주 A 씨와 직원 3명도 함께 체포했다. A 씨 일당은 2023년 말부터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에 ‘열도의 소녀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영업을 이어왔는데 홍보와 여성 관리, 중개 업무 등을 분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5월 12일 구속됐는데 서울중앙지법 전은진 판사는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에 경찰에 체포된 일본 여성들은 20대 초중반으로 특별한 직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여성 3명이 이날 하루 벌어들인 금액만 470만여 원으로 알려졌다. A 씨 조직은 ‘열도의 소녀들’이라는 제목의 글에 주로 교복 콘셉트의 여성 사진을 올리며 요금도 게재했는데 성매매 요금은 18만 원에서 155만 원까지 다양했다. 각 여성마다 신체 사이즈, 한국어 가능 여부 등의 특징을 게시하며 추가 요금을 내면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적발된 일본인 여성은 3명이지만 경찰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3명은 5월 초에 입국했지만 A 씨 일당은 이미 2023년 11월부터 ‘열도의 소녀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불법 성매매를 한 여성이 적어도 10여 명은 될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A 씨 일당이 어떻게 일본인 성매매 여성을 모집했느냐다. 경찰이 A 씨와 직원 3명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해본 결과 이들이 최근 일본을 다녀온 기록은 없었다. 따라서 이들이 직접 현지로 가서 일본인 여성을 모집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일본 현지에서 일본인 여성들을 모집해 국내로 보내는 역할을 맡은 중개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현지에서 여성 모집을 담당하는 중개인이 존재하고 검거에 성공한다면 수사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검거된 A 씨 일당 외에도 유사한 일본인 여성 고용 불법 성매매 일당이 더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개인이 검거돼 다른 불법 성매매 일당의 실체까지 드러날 경우 수사는 광범위하게 커질 수 있다. 다만 중개인이 존재할지라도 일본에 체류 중이라 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 역시 A 씨 일당 외에도 비슷한 행태의 불법 성매매 일당이 존재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부쩍 일본인 여성 성매매 관련 풍문이 강남 유흥가에서 많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일본인 입국이 급증하고 원화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는 엔저 현상이 두드러지던 시점부터 이런 풍문이 급증했다고 한다.
강남의 한 룸살롱 관계자는 “일반인이 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유흥업계와 윤락업계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우리도 그쪽 풍문을 일찍 알게 될 뿐 자세한 부분은 잘 모른다”라면서 “성매매 자체를 위해 입국하는 사례도 있지만 관광과 쇼핑 등을 목적으로 입국한 일본 젊은 여성들이 그 경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일본 현지에서 이런 의도를 가진 일본 여성들에게 한국 쪽 불법 성매매 조직을 소개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A 씨 일당은 서울 강남이나 경기도 분당 등의 호텔, 모텔, 오피스텔 등에서 불법 성매매 영업을 했다. 손님이 원하는 호텔, 모텔, 오피스텔 등으로 일본인 성매매 여성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이런 행태로 영업하는 불법 성매매 조직이 워낙 많아 이들이 일본인 성매매 여성만 확보하면 충분히 비슷한 행태의 영업이 가능한 구조다. 일본 여성들이 현지 중개인에게 한국 불법 성매매 조직을 소개받은 뒤 입국하면 바로 성매매에 투입될 수 있다. 실제로 관광과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일본인 젊은 여성들이 미리 소개받은 국내 성매매 조직과 연락만 닿으면 단 며칠 만에 관련 경비는 물론이고 그 이상도 벌 수 있다.
항간에선 일부 유흥업소에서 일본인 접대여성들이 일하고 있다는 나돌고 있지만 강남 유흥업계에선 사실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초 불법인 성매매와 달리 일본인이 유흥업소 접대여성으로 일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취업 목적이 아닌 관광 목적으로 무비자 입국한 경우에는 불법이다.
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는 “서양 여성들이 경기도 등 일부 지역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얘기는 있지만 대부분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으로 불법 업소가 많다”면서 “일본 여성들의 경우 일본 유흥업소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액수를 원할 텐데 강남에서도 최고급 업소가 아니면 이를 맞춰줄 수 없다. 반짝 큰돈을 버는 성매매와 달리 일본 여성이 유흥업소에서 꾸준히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기는 어렵다. 일부 일본 여성 불법 성매매 풍문이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흥업계에서는 이런 일본 여성들의 성매매 목적 입국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2000년대 초반 서양 여성들이 한국 윤락업계로 진출하기 시작할 당시에도 이례적인 현상으로만 봤지만 이후 외국 여성의 불법 성매매가 성행했다.
앞서의 강남 룸살롱 관계자는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과거에는 접대여성으로 일하다 일본 유흥가로 진출하면 주위에서 부러운 시선을 받는 일이 많았다.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일본 유흥업계에서 일하다 귀국해 강남 룸살롱에서 에이스로 잘나가던 여성들도 있었다”라며 “심지어 여자 연예인 중에도 일본 유흥업소 출신이라는 소문이 따라 붙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본 여성들이 한국으로 와서 몰래 성매매를 하다 적발당하는 시대가 됐다.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요즘 분위기라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