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은 고소, 악플러엔 호소한 빌리프랩…뿔난 아일릿 팬덤 “악플러도 고소해라” 공분
아티스트들의 외형적 이미지를 포괄하는 콘셉트에는 일반적으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민 대표의 주장 역시 법리적으로는 표절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 대표의 주장이 있기 전부터 일반 대중이나 평론가들의 평에서도 두 그룹의 일부 유사성이 지적됐던 만큼 빌리프랩 측의 이번 법적 대응은 법리적 판단을 떠나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우려도 따른다.
5월 22일 빌리프랩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 대한 고소 사실을 밝혔다. 빌리프랩 측은 "금일 당사와 소속 아티스트를 상대로 일방적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피해를 끼치고 있는 민 대표에 대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 측이 당사 소속 아티스트 아일릿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며 "해당 의혹이 사실과 다름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사법기관에 제출했으며, 시일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적 자산에 대한 표절 여부는 개인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해석이 아닌 합당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판단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무분별한 억측과 허위 사실로 인해 당사 아티스트와 구성원의 노력과 성과가 폄하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카피 사태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중들로부터 극심한 질타를 받고 있는 멤버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빌리프랩 측은 "본 사안은 그 본질이 아일릿과는 무관함에도 아일릿 멤버들은 심각한 수준의 악플과 조롱, 인신공격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티스트에 대한 무분별한 모욕, 악의적 비방,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의 음해성 공격은 부디 멈추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헀다.
앞서 민 대표는 지난 4월 22일 공식입장을 내고 하이브와의 갈등이 불거지게 된 '발화점'이 아일릿이었다고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그는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어도어는 그 레이블 중 하나"라며 "그런데 어도어 및 그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민 대표는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며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레이블의 수장이 같은 산하의 다른 레이블과 그 소속 아이돌을 가리켜 공개적으로 '카피' '아류'라고 부른 것은 민 대표가 최초다.
실제로 빌리프랩의 아일릿은 데뷔 전 공개한 콘셉트 포토 구성이나 멤버 전원이 긴 검은 생머리로 스타일링 하는 등 뉴진스가 추구하는 '추억 속의 소녀' 이미지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K팝 팬덤 사이에서 "하이브가 뉴진스의 이미지를 재활용해 신인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같은 모회사를 두고 있는 별개의 레이블에서 고작 2년 사이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걸그룹이 둘이나 등장한 만큼 이런 '이미지 나눠 먹기'가 곧 먼저 데뷔한 그룹의 빠른 '이미지 소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민 대표의 주장이 있기 전 대중음악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아일릿과 뉴진스의 유사성이 언급됐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일릿에 대해 간편하게 압축하는 해석이 '뉴진스스러움'이라고 언급하며 뉴진스의 감각을 동시대 아시아에 적용, 응용해 해석했다는 점을 독특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일릿만의 기발한 매력이 분명 존재하지만 타이틀곡인 '마그네틱'의 경우는 일부 안무에서 너무 뉴진스의 '어텐션'처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중음악웹진 이즘에서도 아일릿에 대해 "음악적 색채부터 보컬 구성, 비주얼 디렉팅까지 하나의 '민희진 류' '민희진-라이크(like)' 걸그룹을 정신적 지향점으로 잡는 듯한 모양새"라며 "모티브는 소속사 선배인 뉴진스나 '러시안 룰렛'의 레드벨벳 같은 민희진 스타일에서 얻었겠지만 해석 과정과 표현 방식은 댄스 팝의 최근 추세와도 닮았다"고 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일릿이 데뷔부터 뉴진스의 '성공 공식'을 일부 차용한 것이 있더라도 그 이후의 행보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원한 가요계 관계자는 "저희들끼리도 아일릿의 이미지가 처음 공개됐을 땐 '뉴진스랑 많이 비슷한데?' 라는 이야기를 나눴다"면서도 "당시 하이브(빌리프랩)가 초반엔 뉴진스의 이미지를 빌려 노이즈 마케팅 식의 어그로(도발)를 끌어서 관심을 집중시킨 뒤 정식 활동에서 차별점을 보이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뉴진스가 미성숙과 성숙의 딱 중간지점에 있는 10대 후반 소녀들의 발랄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상반된 면모를 보여주는 반면 아일릿은 훨씬 유아틱한 모습으로 10대 초반의 '아이스러움'을 부각시키고 있지 않나"라며 "시작 지점에 다소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후 활동에서 얼마나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을지에 따라 카피의 인정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본다. 그런 만큼 (아일릿의) 데뷔 초기부터 이런 논란이 공개적으로 지적돼서는 안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으로, 아일릿이 이미 대중들에게 '카피돌'로 각인돼 버린 상황에서 빌리프랩이 민 대표만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에 아일릿의 팬덤도 반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각종 악플과 비난 댓글로 고통받고 있는 멤버들을 적극 보호하기 위해 소속사 차원에서 악플에 대한 강경 대응도 언급했어야 했지만, 도리어 악플러들에게 고개 숙여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 팬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아일릿의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악플러들에게 '부디 멈춰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라고 빌 게 아니라 고소를 해야 맞는다. 어린 멤버들은 악플러들에게 난도질 당하게 내버려두고 왜 민희진 대표에게만 강경대응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가 욕 먹는 건 고소하고, 멤버들이 욕 먹는 건 호소하는 소속사가 어딨나" "민희진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멤버들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소속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