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발부는 김호중 측 ‘비협조’ 탓 커…경찰, 강도 높은 추가 수사 예고
지난 5월 24일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김호중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와 더불어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김호중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같은 소속사의 전아무개 본부장도 구속됐다.
김호중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김호중 갤러리'에는 팬들의 성명문이 올라왔다. 이들은 "24일 법원에서 김호중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해 팬들은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그동안 김호중과 소속사 측의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며, 김호중이 향후 성실하게 조사 받고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김호중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팬들의 진심을 너무 곡해하지 말아주기 바라며, 훗날 김호중이 다시금 피어오를 그날을 학수고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호중의 수사 내용이 언론에 계속해서 공개되는 것에 불편함을 표하기도 했다. 팬덤은 "'마라톤 생중계'를 연상케 하듯 수사 과정이 일거수일투족 언론에 노출된 부분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디 김호중을 향한 수사 기관의 날카로운 칼날이 '정치권의 이슈를 은폐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호중이 일으킨 범죄의 경중을 떠나 그의 수사 관련 내용이 연달아 언론에 공개되는 것에 정치적 이슈가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을 꺼내든 셈이다.
팬들의 이름으로 발표되긴 했지만 해당 성명문은 팬덤 전체의 합의로 작성된 게 아닌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부 팬들은 "정치권의 시선 돌리기용 수사라고 생각하는 건 (김호중의 범죄 및 구속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아니지 않나, 이건 판결을 낸 재판부를 농락하는 것" "정치인이 (김호중에게) 술 마시고 범죄 은폐하라고 꼬신 것도 아닌데 정치 이야기가 대체 왜 나오나" "극심한 언론 노출은 인정하지만 사고 첫날에 김호중이 바로 사과하고 팬덤도 가수의 잘못을 인정한 뒤 콘서트 보이콧했다면 언론전은 하루만에 끝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0분께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에 정차 중이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등)를 받고 있다. 사고 후 김호중은 그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본부장 전 씨 등과 운전자 바꿔치기,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제거 등 범죄 은폐를 공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초 김호중은 음주 사실을 철저히 부인하다가 사건 발생 후 약 열흘이 지난 5월 19일 밤에서야 시인했다. 이후 경찰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도 밝혔지만 실제로는 모든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 역시 김호중 측의 '수사 비협조'였다.
경찰은 김호중이 사건 발생 날인 5월 9일 오후 4시 10분부터 7시 40분까지 스크린골프장, 음식점, 유흥업소 등을 이동하며 각각 장소에서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흥주점에서 김호중 일행이 소주 3병 정도를 주문한 CCTV 영상과 매출 내역을 확보하는 한편, 앞서 방문한 음식점에서도 소주 7병과 맥주 3병을 주문한 내역을 파악한 결과 김호중 역시 일행들과 함께 수병의 술을 마셨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김호중은 경찰의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한편, 이후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김호중 소유의 아이폰 3대에 대해서도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 기간 동안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음주운전 혐의 및 조직적 증거인멸 혐의, 특히 소속사 관계자들의 경우 김호중의 범죄은폐 과정에서의 관여 정도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