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대 꺼리는 대형 로펌 대신 소형 로펌 선임…워낙 소송 규모 커 ‘%’ 낮게 책정, 수십 억 이를 듯
반면 노소영 관장 측은 1심에서 법무법인 기현을 중심으로 세팅을 했다가, 패소한 뒤 2심에서는 변호인단을 새로 꾸렸다.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출신 김기정 변호사(법무법인 율우)와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김수정 리우 대표변호사 등을 선임한 것. 모두 전관 출신들이 이끄는 ‘부티크’라고는 하지만 소형 로펌인 곳들인데, 법조계에서는 ‘대기업’을 적으로 두기 불편해하는 대형 로펌들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김기정 변호사, 회사 옮긴 까닭은?
2심에서 노소영 관장 측 변호인을 맡게 된 김기정 변호사의 경우 법무법인 클라스에서 사건을 선임했다가, 법무법인 율우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의 외압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변호사가 사건을 선임한 뒤 법무법인 율우 대표 변호사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법무법인 클라스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사건을 사임하라는 압박을 했다는 의혹이다. 김 변호사가 재판부 재배당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 측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온 주장인데, 이에 대해 클라스는 “1심 선고 이후 수임 가능 여부를 문의해 논의를 했지만 (노 관장 측 변호를) 수임하지 않기로 했는데 김 변호사가 선임계를 법원에 임의로 제출했고 이후 자발적 퇴사를 했다”고 해명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적으로 두기 불편해 하는 대형 로펌의 분위기’ 때문에 발생한 논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법무법인 클라스는 합병을 통해 대형 로펌으로 거듭나려는 상황이었다. 송무의 강점이 있던 클라스는 기업자문이 발달한 한결과 합병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를 통해 약 140명에 이르는 대형 로펌 규모로 올라설 수 있었다.
김기정 변호사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법무법인 클라스가 법무법인 한결과 합병을 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단숨에 로펌 10위권으로 커질 수 있게 됐는데 대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SK그룹 내 수많은 계열사 사건을 맡지 못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사건을 선임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색을 윗선에서 내비쳤고 이에 사건을 맡겠다고 결정한 김 변호사가 결국 로펌을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소영 관장 측의 변호인 합류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 한 로펌 대표 변호사는 “대형 로펌들도 몇 군데 문의를 했지만 다들 이미 SK 및 SK그룹 내 계열사들과 자문이나 사건을 수임한 곳들이라서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도 대기업이지만, 대기업의 오너를 두고 싸우는 재판의 경우 대형 로펌들은 미래 영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절대 상대방 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는 게 특징이고 아예 상담조차 꺼리는 곳도 있다”고 얘기했다.
#LG 소송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 씨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진행 중인 상속회복청구 소송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구 회장 측 대리는 김앤장, 법무법인 광장에 이어 3~4위권으로 평가받는 법무법인 율촌이 맡고 있다.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가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소송에 참여 중이다. 특히 강석훈 변호사는 직접 법정에도 나오며 사건을 지휘 중이다.
반면 김 씨 측은 헌법재판관 출신인 강일원 케이원챔버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로고스의 배인구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가, 모두 사임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해광의 임성근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우의 이정민 대표변호사가 맡고 있다.
법무법인 해광과 율우 모두 판사와 검사 출신들이 주축이 된 부티크 로펌인데 임성근, 이정민 변호사 모두 ‘스타급’이라고는 하지만 소형 로펌이기에 가능한 선임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해당 로펌 소속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1000억~2000억 원이 넘는 대형 로펌들은 대기업들 자문, 자문을 토대로 한 사건 수임이 동반되지 않으면 어렵다”며 “하지만 소형 부티크 로펌들의 경우 자문을 토대로 선임까지 가기보다는 사건이 발생하면 대형 로펌과 손잡고 사건 변론 및 송무에 원포인트로 참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대기업을 적으로 두는 것보다 사건에 이겨서 매출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으면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대기업 사건의 경우 처음 사건을 우리 로펌에 맡기면 ‘영업’ 차원에서 첫 사건은 거의 손해를 보다시피 하며 맡기도 한다”며 “대기업일수록 계열사마다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영업 차원에서 더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소영 관장 측 변호인단은 얼마나 받나
법조계는 노소영 관장 측 변호인단이 이번 사건에서 받을 수임료를 주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혼 소송의 경우 난이도에 따라 재산분할금 중 적으면 1~5%, 많으면 10% 이상을 받아간다. 일정 비율마다 %를 적용해 받는 경우도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2심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계 재산을 약 4조 원으로 보고,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그렇게 판단한 금액이 1조 3800억 원가량이다.
특히 2심에서 노 관장 측이 △(주)SK의 주식을 요구하던 것에서 ‘전체 재산 중 절반’으로 바꿔 요구한 점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에 전달되고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준 점을 주장한 것은 ‘변호 전략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워낙 거액인 탓에 변호인단이 받아갈 변호비용 보수는 통상적인 사건과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흐름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확한 것은 알려줄 수 없지만 워낙 거액인 탓에 매우 낮게 %를 적용했다. 통상적인 사건과 비교하면 안 된다. 이마저도 변호사들끼리 나눠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대로 대법원까지 사건이 확정될 경우 수십억 원의 성공보수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최 회장 측은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통상의 가사 사건은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번 사건은 대기업의 경영권이 달린 초유의 사건인 탓에 다툴 여지가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을 경영권으로 봐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선 관계자는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대법원 재판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