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126억’ 공연 무산 책임시 환불 및 위약금까지…75억 투자 카카오·3대주주 정찬우도 피해 눈덩이
2022년 6월 카카오엔터가 생각엔터 지분 투자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당시 카카오엔터 측은 “음악 유통 등 사업적 협력을 위한 일부 지분 투자에 대해 논의 중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해 11월 드디어 투자가 확정됐다. 카카오엔터가 생각엔터 지분 10%를 취득했다고 밝힌 것. 당시 언론에선 지분 매입가가 10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었다.
그만큼 당시 생각엔터는 잘나가는 연예기획사였다. 김호중을 중심으로 배우 손호준, 개그맨 허경환, 가수 서인영, 소연, 한혜진, 영기, 한영, 정다경, 셰프 정호영, 전 야구선수 봉중근 등 스타들이 소속돼 있었다. 2022년 생각엔터는 약 25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약 24억 원이나 됐다.
생각엔터는 2018년 이광득 대표와 개그맨 정찬우, 최재호 이사 등 3인이 공동설립했다. 이들 세 명이 비슷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2022년 11월 이 대표의 지분 5%와 정찬우의 지분 5%를 카카오엔터가 인수했다. 당시엔 100억 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실제 지분 매입가는 75억 원가량이었다.
4월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 31일 기준 주주현황은 최 이사가 29.7%, 이 대표가 28.4%, 정찬우가 28.3%으로 세 명의 공동 설립자가 비슷한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 카카오엔터가 10%, 최 이사의 지분을 매입한 에스비에스미디어넷이 3.6%를 갖고 있다.
잘나가던 생각엔터는 대표 연예인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고로 치명적인 위기에 내몰렸다. 음주 뺑소니 사고 뒤 미조치가 이뤄졌고 이후 생각엔터 주도로 ‘운전자 바뀌치기’ ‘차량 블랙박스 제거’ ‘사고 후 고의 음주’ 등의 각종 사법방해 행위가 벌어졌다. 물론 음주운전은 연예인의 활동 지속에 치명적인 사안이지만, 이를 무마하려 한 사법방해 행위는 회사 자체를 사실상 폐업 위기로 내몬 치명타가 되고 말았다.
5월 24일 김호중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형법상 범인도피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이광득 대표가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됐으며 전 아무개 본부장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결국 27일 생각엔터는 “이번 사건 관련 임직원 전원 퇴사 및 대표이사직 변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생각엔터에는 김호중 외에도 30여 명의 연예인이 소속돼 있는 터라 “소속 아티스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조건 없이 전속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폐업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생각엔터가 폐업 수순으로 돌입할 경우 카카오엔터는 지분 매입을 위해 투자한 75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지분 3.6%를 매입한 에스비에스미디어넷 역시 같은 처지다.
뺑소니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흐름이 김호중 측에게 불리해진 결정적 계기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에도 이어진 음주운전 부인이었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생각엔터가 지분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작성한 투자 계약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속 연예인의 물의 등으로 인해 회사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한 위약금이 존재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런 위약금 때문에 김호중 뺑소니 사건을 최대한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인데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생각엔터가 사실상 폐업 수순에 돌입하면서 무리수를 둔 더 근거 있는 이유가 드러났다. 김호중 측에게 여론이 불리해진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공연 강행이었다. 5월 9일 음주 뺑소니 사고가 벌어지고 10일 경찰에 출석한 김호중은 11일과 12일 고양에서 열린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공연을 평소처럼 진행했다. 이후 뺑소니 의혹이 불거져 세간에서 화제가 됐지만 김호중은 18일과 19일 창원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를 강행했다. 23일과 24일로 예정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도 강행할 예정이었지만 24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결정되면서 24일 공연은 무산됐다.
생각엔터 감사보고서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부채 항목에 선수금이 125억 6956만 7464원이다. 공연 등 수익을 미리 받아둔 것으로 보이는 선수금이다. 예정된 공연을 소화하지 못하면 선수금을 환불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 무산 위약금까지 내야 한다. 이미 24일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공연에 불참했으며 6월 1~2일로 예정됐던 김천에서의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도 무산됐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엔터의 사건 축소·은폐 및 공연 강행이 선수금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보고서의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생각엔터의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약 94억 원에서 2023년 말 약 16억 원으로 급감했다. 최소 수십억 원의 선수금 환불과 공연 위약금 등을 감당하기에는 회사 재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김호중은 5월 31일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 송치됐다. 검찰 송치 과정에서 서울 강남경찰서가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 5가지다. 구속 당시 적용된 혐의 가운데 범인도피방조가 범인도피교사로 바뀌었고 음주운전 혐의가 추가됐다.
또한 생각엔터 이광득 대표는 범인도피교사 혐의, 본부장 전 아무개 씨는 증거인멸과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으며 경찰에 허위 자수를 한 매니저 장 씨는 음주운전과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