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검사, 매형은 판사” 결혼 빌미로 억대 뜯어낸 ‘의사 사칭남’ 2심서 형량 늘어

가족관계, 재산 전부 거짓에 유사 전과도…재판부 “원심 형량 가벼워” 징역 4년 6월 선고

[일요신문] 자신의 직업을 의사라고 속이며 여성과 결혼할 것처럼 행세해 억대의 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 홍득관)는 자신의 직업을 의사라고 속이며 여성과 결혼할 것처럼 행세해 억대의 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 홍득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4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범행 후 정황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해봤을 때 원심의 형이 가볍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결혼 상대방인 피고인으로부터 입게 된 배신감과 상처, 정신적 충격은 매우 크다"며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피해를 보상하지 못했고,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 직접 출석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고 밝혔다.

A 씨에게는 2022∼2023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여성 B 씨로부터 약 1억 9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B 씨에게 자신을 정형외과 의사로 소개한 뒤 피해자와 실제 결혼할 것처럼 행세했다. 

A 씨는 "병원에서 월급을 받지 못해 현금이 없다"며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는가 하면, "결혼 비용을 지인에게 줬는데 지인이 도망갔다. 먼저 주면 나중에 갚겠다"고 속여 돈을 뜯어냈다.

또 B 씨에게 "누나는 검사이고 매형은 판사다. 나는 수원시 광교신도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신용과 재력을 과시했으나, 그는 실제 의사도 아니고 당시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관계, 재산 등도 다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A 씨는 이 사건 전에도 이미 두 차례 의사를 사칭하는 수법의 사기 범행을 저질러 형사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부터 2019년 11월까지 6차례에 걸쳐 사기 및 사기미수 등 혐의로 벌금형, 징역형 등 처벌을 받기도 했다.

손우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