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패키지 고객에 “당신 개는 살생할 것” 등 폭언…‘진돗개·대형 믹스견 혐오자로 유명’ 증언도
5월 18일부터 언론에서는 강 씨의 반려견 교육 전문회사 보듬컴퍼니의 후기가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 취업 정보 플랫폼의 보듬컴퍼니 퇴사 후기에서는 “여기(보듬컴퍼니) 퇴사하고 정신과 계속 다님(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 “부부관계인 대표이사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인격 모독, 업무 외 요구사항 등으로 정신이 피폐해짐”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 씨를 두고 과거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또 다른 문제 제기가 있었다. 보듬컴퍼니에 반려견을 맡겼던 견주들이다. 견주들은 ‘강 씨 교육 방식에 불만이 많았다’면서 ‘강 씨 위상이 너무 대단해 어디서 얘기도 못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만을 올리려고만 하면 개도 키우지 않는 강형욱 팬들이 몰려와 물어 뜯었다’고 입을 모았다.
“개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이 개는 안락사 시켜야 한다’고 말해서 벙쪘다.”
2018년 강형욱 씨가 운영한 보듬컴퍼니를 찾게 된 A 씨의 말이다. A 씨는 당시 강 씨를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A 씨가 보듬컴퍼니를 찾은 건 당시 강 씨가 EBS 1TV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로 한창 명성을 얻자 키우던 강아지를 강 씨에게 훈련받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다.
A 씨는 당시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감수하면서도 보듬컴퍼니를 찾았다. A 씨는 “유기견이었던 강아지의 주인을 찾아줬지만, 주인이 키우지 않겠다고 해서 맡아서 키우게 됐다. 이왕 가족이 된 거 제대로 가르쳐서 제대로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에 국내 톱이라고 소문이 났고 가격도 최고가였던 보듬컴퍼니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특히 강 씨가 개를 훈련할 때 ‘강압’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 견주들을 혹하게 했다”고 말했다. 강압은 훈련사가 목줄, 체인, 올가미 등으로 개를 잡고 힘겨루기를 하는 등으로 훈련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훈련사는 ‘100% 비강압은 없다’고 하고 어느 정도의 강압이 교육에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지만, 견주 입장에서 보기 괴로워 강압 방식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강압은 없다’던 보듬컴퍼니는 2017년 이전부터 고가의 훈련비용으로 유명했다. 당시 보듬컴퍼니의 초고가 개 훈련이 보도되기도 했다. 보듬컴퍼니의 교육은 대체로 패키지로 구성돼 있는데 ‘365일 마스터플랜 풀패키지’ 가격이 599만 원이었다. 이 패키지는 교육영상 365일 수강권, 강형욱 훈련사와 일대일 레슨 2회, 강 씨가 아닌 다른 훈련사의 개인 레슨 수강권 12회, 오프라인 그룹 레슨 24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원가는 739만 원으로 책정됐으나 할인을 적용하면 599만 원이다.
또 다른 보듬컴퍼니 고객 B 씨는 이 가운데 실제로 쓸모 있는 건 레슨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오프라인 레슨 신청 자격’은 보듬 회원권으로 일종의 가입비로 무조건 내야 하는 금액이다. 이게 100만 원이다. 비공개 커뮤니티 초대는 보듬 카페 초대다. 교육 영상도 개인적으로는 쓸모없었다”고 설명했다. B 씨는 “4~5년 전이어서 대략 떠올려보면 패키지가 아닌 개별 계산하면 대략 강 씨와 교육이 1시간 1회당 150만 원 이상으로 기억하고, 개인 레슨은 15만 원, 그룹 레슨은 5만 원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A 씨는 보듬컴퍼니에 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비싼 비용을 지불했지만 기대와는 달랐다고 했다. A 씨는 “회원비 100만 원을 지불하고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강형욱 씨는 아예 볼 수가 없었다. 훈련사들은 커리큘럼도 없는지 말과 행동이 개별마다 다 달랐다. 당연히 개는 나아지는 것도 없이 1년 정도 다녔을 때였다. 그날도 산책 교육이라고 훈련장을 산책하고 있는데 강 씨가 다가왔다. 그를 처음 본 날이라 ‘오, 뭔 말이라도 해주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다짜고짜 강 씨가 ‘당신 개는 안락사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A 씨는 “와이프하고 같이 벙쪄서 있었는데, 왜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지 얘기도 안 해주고 그냥 가더라. 붙잡고 ‘무슨 얘기 좀 해달라’고 할 새도 없었다. 아내가 큰 충격을 받아, 내가 ‘그래도 뭔 뜻이 있지 않겠냐’고 위로해 줬다. 그냥 그렇게 몇 달 더 다니면서 총 500만 원 정도를 썼고, ‘좋아지면 오라’고 하면서 사실상 쫓겨났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강 씨가 진돗개, 혹은 진돗개 믹스견 또는 그와 비슷한 대형 믹스견 혐오자로 견주들 사이에서 유명하더라. 나하고 비슷하게 ‘개 죽여라’ 소리 들은 견주가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A 씨 사례와 매우 유사한 사례가 인스타그램에서 공론화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M 씨는 보듬컴퍼니에서 강 씨와 만난 사례를 떠올렸다. M 씨는 “보듬에서 개가 훈련을 받았는데, 옆에 말티즈가 계속해서 공격했는데도 대항하지 않고 도망만 다녔다”면서 “실습이 끝나고 강 씨가 다가와 ‘풍산개인가요?’라고 묻자, ‘진돗개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강 씨가 ‘당신 개는 언젠가 반드시 살생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M 씨는 밑도 끝도 없는 이 말에 당황해 ‘네?’라고 반문하면서 “갑자기 무슨 말씀이냐. 아까 봤겠지만 말티즈가 물려고 몇 분을 쫓아다녀도 공격도 안 하고 피하기만 하지 않았냐.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하자 강 씨가 “이래서 개 키우는 사람들이 욕먹는다. ‘내 개는 안 문다’고 하니까 욕먹는 거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M 씨가 “그게 무슨 말씀이냐. 우리 개가 안 문다는 게 아니라, 아까 그런 상황에서도 물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했더니, 강 씨가 “나는 이 일만 15년 했다. 내게 배우러 왔으면 똑바로 배우고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B 씨는 이런 상황 때문에 SNS에서 강 씨에게 폭언이나 터무니없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끼리 모이게 됐다고 한다. B 씨는 “우연히 2019년쯤 X(옛 트위터)에서 일종의 피해자 모임이 생겼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하소연 글에 ‘나도 그랬다’면서 모이게 된 거다. 강 씨에게 사과나 재발 방지를 얘기하고 싶었지만, 당시 강 씨가 워낙 위상이 대단해 말해봤자 들을 사람도 없었고, 강 씨 팬들이 ‘개빠(개를 좋아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 수준 알 만하다’ 등으로 공격해 결국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B 씨는 강 씨를 둘러싼 논란이 언젠가 터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B 씨는 “주말마다 보듬을 갔지만 강 씨가 워낙 바빠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훈련사에게 어떻게 했는지는 몰랐지만, 돈 주고 배우러 오는 사람에게도 ‘슈퍼을질’하던 사람이 자기 직원이라고 잘해줬겠냐는 생각은 했다”면서 “보듬 갈 때마다 큰 운동장에 검은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정말 미친개라고 생각할 정도로 펜스에 얼굴을 비벼가며 엄청나게 짖어댔다. 그 개 때문에 훈련 중인 개가 흥분해 훈련이 중단될 정도였다. 알고 보니 강 씨 개였다. ‘강 씨가 진돗개 혐오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면피용으로 키우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 개를 보면서 보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는 강 씨에게 바라는 건 달리 없고, 무책임하게 여론 조성하는 모습을 그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국내 최고 훈련사와 훈련소를 기대했는데 안락사하라는 말까지 들어서 상처가 심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강 씨 훈련은 그 말처럼 긍정 훈련이 아닌 강압 훈련을 한 거였고, 반려견은 그때 트라우마로 사회성이 더 안 좋아졌다. 안락사해야 한다던 나의 반려견은 여전히 큰 문제없이 잘 지낸다. 그때 강 씨 말을 듣고 안락사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라면서 “강 씨의 진돗개, 중·대형견 혐오 발언으로 산책 중에 위협과 혐오를 당하는 일이 많아져서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밖에 산책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A 씨는 강 씨가 세상에 비친 이미지와 달리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강형욱이 국내 개를 키우는 사람 인식 개선에 큰 일조를 했고, 그 점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딱 거기까지다”라면서 “강 씨가 가진 대중적 위치를 스스로가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무책임하게 여론 조성하고 다니는 모습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개도 사람처럼 개체마다 성격이나 특성이 다 다른데, 견종마다 딱딱 성격과 특성이 나뉘어 있고 그게 정상인 것처럼 말하고 다니면 안 된다. 그건 견종 차별주의자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보듬컴퍼니와 강형욱은 아직 논란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은 강 씨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