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력·화제성 올킬한 ‘2024년의 남자’…“선재는 저에게 특별해, 빨리 보내주기 싫어”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우석은 ‘선재 업고 튀어’ 이후 가장 체감되는 내면의 변화로 자신감의 상승을 꼽았다. 2016년부터 8년 동안 배우 활동을 하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선재 업고 튀어’ 이후로는 그 사랑에 소심해질 구석이 없어졌다는 게 달라진 지점이라고. 변우석이란 이름보다 극 중 배역 이름인 ‘류선재’로 불리는 일이 조금 더 많아지다 보니 “변우석은 몰라도 류선재는 알아주실 것”이란 자신감이 생겨 사람들에게도 먼저 성큼 다가갈 수 있게 됐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예전엔 그럴 용기가 없었어요. 제가 먼저 다가갔는데 사람들이 ‘어어’ 하면서 피하실 수도 있고 당황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이 쭈뼛거렸거든요. 떠올려 보면 그때는 제가 자신감도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만일 제가 먼저 다가갔는데 상대분이 ‘저 키 큰 친구는 누구야’ 하시면 어떡하나 걱정됐거든요(웃음). 그렇다고 지금은 제가 막 ‘다들 내가 누군지 알겠지?’라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건 아니고요, 많은 분들이 먼저 제게 ‘선재야’라고 불러주셨기 때문에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웃음).”

“대본을 받자마자 ‘이 작품 무조건 해야겠다, 난 무조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 달 넘게 저희 회사 이사님께 ‘선업튀 (캐스팅) 어떻게 되고 있어요?’ 하고 매일매일 물어보기도 했고요. 그만큼 작품에 아예 꽂혀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제게 온 건 정말 행운인 거죠. 대본을 읽을 때도 ‘이 작품을 내게 주셨다고?’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제작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콘택트가 들어갔는데 저에게까지 오게 된 순간을 생각해 보면 정말 저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웃음).”
이야기의 초반 빌드업이 고정 시청층을 잡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로맨스의 특성상, 과거로 돌아간 솔선재 커플의 풋풋한 10대 시절을 먼저 보여준 것도 ‘선재 업고 튀어’의 화제몰이에 큰 몫을 해냈다. 특히 모델 출신 변우석의 190cm에 육박하는 길쭉한 기럭지가 160cm를 조금 넘는 김혜윤과 설레는 키 차이를 만들어내며 그저 둘이 함께 서 있기만 해도 설레는 케미스트리를 완성해 냈다는 극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들의 죽어버린 연애 세포에 불을 지핀 기럭지를 만들어낸 비결로 ‘김치, 우유, 텐○(아동용 영양제)’ 등을 꼽은 변우석은 케미스트리의 공을 김혜윤에게 돌리며 웃음 지었다.

변우석이 류선재였기에 가능했던 비현실적인 로맨스에 리얼리티를 한 스푼 더한 것이 김혜윤의 임솔이었다. 변우석을 놓고 “선재 그 자체인 것처럼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는 김혜윤의 칭찬에 뿌듯함과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변우석도 김혜윤을 향해 “제가 선재로서 연기할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며 ‘칭찬 품앗이’를 이어나갔다.
“저는 혜윤이가 제게 주는 솔이의 감정이 너무 좋았어요. 그것에 맞춰서 선재로서 연기하면 충분히 함께 마주할 수 있는 감정들이 나왔거든요. 저희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란 웹드라마를 같이 찍으면서 딱 한 번 봤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선 고교시절을 먼저 촬영하다가 그 풋풋한 배경에서 서로 장난을 치다 보니 빨리 친해지게 됐어요. 혜윤이의 첫인상을 설명하자면 밝고 기분 좋고, 한편으론 불편한데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제가 처음 만난 사람한테 바로 편안해 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혜윤이랑은 함께 촬영하면서 너무 편해졌거든요(웃음).”
선재는 솔이를 향해, 솔이는 선재를 향해 세상 그 무엇도 아깝거나 아쉽지 않을 만큼 커다란 애정을 쏟아붓는다. 조건 없이 무한정 샘솟기만 하는 이런 사랑은 부모님과 자식, 그리고 연예인과 그 팬들 사이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감정의 형태다. 최근 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 한복판에 서 있는 변우석에겐 이런 애정들이 전보다 좀 더 절절하게 느껴지고 있다고 했다.

종영한 뒤까지도 ‘류선재’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변우석에게 누군가는 변우석 아닌 류선재라는 이름표가 생각보다 더 길게 그의 뒤에 따라 붙을 것을 걱정했다. 하나의 캐릭터로 이토록 깊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모든 배우에게 꿈같은 일이지만, 동시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그들의 발목을 무겁게 만드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류선재보단 배우 변우석으로 ‘선재 업고 튀어’ 이후의 삶을 그려나가야 할 그에게도 아직은 이를 수 있지만, 한 번쯤 깊게 고민해 볼만 한 지점이지 않을까.
“제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은 계속해서 제 인생과 함께 하는, 마치 한 권의 책을 이루는 페이지 같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선재는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요. 저는 사실 연기했던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지만, 다들 선재를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데도 ‘다음 작품을 위해 빨리 선재를 보내야 해’하는 건 싫어요. 저는 대본을 읽고 연기하는 순간부터 선재를 너무 사랑했거든요. 그래서 더 특별하고, 또 더 보내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나를 선재로만 불러주면, 선재로만 봐주면 어떡하지’하고 조바심 내며 걱정하는 것보단 제가 계속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제 단점을 보완하면서 다음 스텝으로 향하는 게 앞으로의 변우석의 삶이자 배우로서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