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하는 검찰도 정점으로…검찰총장이 의지 밝혀 6월중 소환 가능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디올백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역시 김건희 여사 소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가 ‘윗선’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수사할 필요성 있다' 분위기 기울어
최근 공수처 분위기는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당초 기소가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나뉘었고 신중론이 적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한 번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개입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던 초반에는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는 회의적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기록이 드러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공수처 흐름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수사를 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이종섭 전 장관을 포함, 당시 대통령실에서 연락을 주고받은 이들에 대해서 확인은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기록들이 ‘키포인트’가 됐다는 평이다. 최근 군사법원에 제출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관계자, 이 전 장관 등 의혹의 핵심 관계자들의 통신기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공수처는 2023년 7월 31일과 8월 2일 재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 31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격노를 했다고 지목된 날이다. 대통령이 회의 도중 격노를 했고 이후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한 조치가 바뀌는 등 각종 외압이 이뤄졌다고 박정훈 전 대령 측이 의혹을 제기한 날이다.
하루 앞선 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해병대원 사건 수사결과가 나왔다,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내용으로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결재했다. 그 전후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사퇴 입장문 작성이 논의가 됐고, 군에서는 후임 후보군까지 추려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31일 오전 이종섭 장관은 김계환 사령관에게 ‘수사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김 사령관은 박정훈 당시 대령에게 전화해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으니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오전 11시,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렸는데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대통령이 화를 냈고, 11시 54분 이종섭 장관이 ‘02-800’번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전후로 조치들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통화 1시간여 뒤, 임 사단장은 직무가 배제됐던 것이 바뀌어 복귀와 함께 휴가를 냈다. 현재 이종섭 전 장관 등은 ‘02-800’번으로 시작된 당시 통화 대상자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8월 2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통화가 이뤄진 것은 2일 낮 12시 7분.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이던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는 4분 5초 동안 이어졌다. 이후 12시 43분, 12시 57분에도 각각 13분 43초, 52초 동안 모두 3차례 통화가 이뤄졌다.
통화 전후로 해병대 수사단이 해병대원 순직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했던 조치들이 바뀌었다. 통화 이후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보직 해임됐고, 같은 날 저녁 국방부는 경찰에서 사건 기록을 회수했다.
7월 31일에는 임성근 1사단장에 대해, 8월 2일에는 항명을 한 박정훈 대령에 대한 보직해임 및 사건 회수를 놓고 대통령실이 ‘지시’를 했을 가능성을 공수처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앞선 법조인은 “해병대원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를 대통령이 방해했다는 의혹을 민주당이 거듭 주장하고 특검 얘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공수처는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며 “사실관계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대통령실을 수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지 않냐”고 전했다.
문제는 이종섭 전 장관 너머 대통령실까지 수사가 가능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 이종섭 전 장관은 “대통령실과 논의를 한 적이 없으며 지시가 바뀐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사와 재판에서도 윤 대통령과 통화 내용을 밝히지 않겠다”는 이종섭 전 장관의 입장이 완강해,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타고 대통령실까지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김건희 여사 소환 ‘수순’ 밟나
대통령실을 향한 공수처의 수사가 속도가 붙고 있다면, 김건희 여사를 향한 검찰의 수사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건희 여사 소환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담당 부장검사의 직보를 받으며 사건 흐름을 챙기는 한편, 최측근들에게 “수사 원칙에 따라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런 의지를 언론에도 밝히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건희 여사의 소환 조사에 대해 “수사팀이 재편돼서 준비가 됐다. 수사팀에서 수사 상황과 조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6월 3일 밝혔고, 5일에는 “검찰이 하는 일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6월 안에 김 여사에 대한 소환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에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여사를 소환하면 검찰이 하루에 두 사건을 모두 확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명품백 수수 의혹의 경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으나 이와는 무관하게 사건의 핵심인 김 여사를 불러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팀도 사건 최종 판단을 위해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여사 소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검찰총장 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총장이 나서서 ‘성역 없는 수사’를 얘기하는 것은 대통령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