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과 탄핵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존재 모두 ‘합법적 행위’라는 점이 공통적이고 두 사안 모두 법에 의해 보장된 ‘권한과 권력의 행사’를 통해 기존의 제도를 무력화시킨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즉, 특검도 분명히 합법적 조치이지만 특검의 남발은 기존의 제도인 검찰이나 경찰의 권한과 역할을 무력화시킬 수 있고 ‘탄핵’ 역시 법에 명시돼 있는 ‘합법적 조치’지만, 이 역시 대통령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인 ‘대통령 임기’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한 사정이 있으면 법적, 제도적인 안정성을 저해한다고 하더라도 발동되거나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탄핵 주장의 일상화’ ‘특검의 일상화’가 발생하면 제도에 대한 신뢰를 아예 없애버려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탄핵 주장이 그러하다.
지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지지율이 낮다고 탄핵하자고 외치면 곤란하다. 아마도 탄핵론자들은 윤 대통령의 기존의 정치 행위 중에 탄핵 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볼 때, 탄핵을 주장할 만큼의 반헌법적 행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즉, 내란이나 외환의 우를 대통령이 범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권남용이 국가 존립의 근본을 흔들었다고 한다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채 상병 죽음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관여가 설령 드러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는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야당의 탄핵 주장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으니 일단은 대통령을 흔들고 보자는 식의 행동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욱 기막힌 일은 민주당이 당헌 개정을 하면서 ‘대통령 궐위 등 국가 비상 상황 발생 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을 공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공당(公黨)이라면 국가에 비상 상황이 초래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최우선시해야지, 국가 비상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주장하면 제대로 된 공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탄핵’을 거의 입에 달고 사는 당에서 ‘국가 비상상황’을 전제로 당헌·당규를 개정한다고 하니, 자칫 국가 비상 상황의 초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당 지도부가 ‘탄핵’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다양한 구성원들이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으니, 당연히 이런 ‘오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검만 해도 그렇다. 현재 민주당은 각종 특검을 발의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법 왜곡죄’ 신설을 들고 나오고 있다. 법 왜곡죄란 판사나 검사 등이 그릇된 목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거나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행위 등을 ‘법 왜곡’으로 보고 이를 처벌하는 법을 말한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에 도입돼 있다. 그런데 독일에 이런 법이 있다고, 우리나라도 이런 법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힘들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진행형인데 이런 법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면 다양한 해석과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가뜩이나 각종 특검을 남발하고, 당헌·당규도 특정인을 위한 개정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판인데, 이런 와중에 법 왜곡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면 특정인을 위한 입법이라는 ‘오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공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이런 오해들을 받지 말아야 한다. 공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 국민들은 비로소 민주당을 ‘필요한 정당’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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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