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분석·시추 성공 경험 ‘셰어워터’ 6-1광구 두 차례 탐사…정부, 셰어워터 아닌 액트지오와 분석 계약 의아
호주의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국내에서 철수한 뒤 액트지오가 우리 정부와 계약을 맺기 전에 동해를 탐사한 또 다른 업체가 있었던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바로 노르웨이의 해양 지구물리탐사업체 ‘셰어워터 지오서비스’(셰어워터)다. 셰어워터는 우드사이드가 철수 의사를 밝힌 지 한 달 만인 2022년 4월 한국석유공사와 계약을 맺고 약 두 차례에 걸쳐 동해 울릉분지 6-1광구 지진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석유공사는 지금껏 공식적인 자리에서 셰어워터의 존재를 언급한 적이 없다. 6월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석유공사 관계자는 “우드사이드 철수 이후 2022년에 공사가 갖고 있던 지역에 대규모 3D 탐사를 실시했다”며 “이 자료를 액트지오사에서 해석해 3개 광구에 걸쳐 있는 대규모 유망구조를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했는데 2022년 3D 탐사를 진행한 곳이 바로 셰어워터다.
정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과 셰어워터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셰어워터는 2022년 4월 한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최소 5월부터 물리탐사를 개시했다. 셰어워터가 석유공사에 보낸 메일을 확인한 결과, 공사 관계자들은 2022년 4월 28일 셰어워터 프로젝트팀을 만났다. 다음날인 29일 오전 6시에는 선박이 탐사를 위해 떠났다. 이후 2022년 5월 20일 정보공개포털에는 ‘국내 6-1광구 중부/동부지역 2022년 3D 물리탐사 개시보고’ 자료가 게시됐다. 실제로 4월 28일 석유공사 관계자 13명은 감천항으로 출장을 떠났다.
셰어워터가 배포한 자료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셰어워터에게 탐사를 맡긴 지역은 6-1 블록 중앙 및 동쪽의 약 2575km²로 셰어워터는 6-1광구 중·동부지역 심해지역 지진 데이터와 영상촬영 등 2건의 3D 탐사 작업을 했다. 액트지오가 심층 분석했다는 지역과 겹친다.
당초 4개월을 예상했던 탐사 작업은 3개월 차인 2022년 7월쯤 종료됐다. 한국석유공사 측은 2022년 7월 29일 ‘국내대륙붕 6-1광구 중부/동부지역 2022년 3차원 물리탐사 종료 보고’라는 제목의 정보를 등록했다. 이 정보들은 현재 제목만 공개된 상태로 세부 내용은 확인이 불가하다.
2023년 1월 우드사이드가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철수하고 다시 단독 운영권자가 된 석유공사는 같은 해 2월 액트지오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 그런데 한 달 뒤인 3월 셰어워터와도 한 번 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셰어워터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동해의) 1200km² 규모의 조사에 선정됐다”며 “2022년 4월 이후 다시 한 번 한국의 중요한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계약 시점으로 보면 액트지오와 셰어워터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한 기간이 있었던 것이다. 셰어워터의 탐사 자료 역시 액트지오가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관련 자료들이 대부분 비공개 된 탓에 셰어워터가 탐사 작업 이후 어떤 결과를 내놓았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다만 탐사 결과와는 별개로 정부가 시기상 앞서 3D 탐사작업을 진행한 전문 업체가 아닌 사실상 ‘1인 기업’에 가까운 액트지오에게 자료 분석과 시추 위치 자문을 의뢰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노르웨이 외에도 영국, 미국, 호주 등 전 세계 9개 지사를 두고 있는 셰어워터는 탐사 작업 외에도 시추 계획 및 위치 선정에 대한 자문 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셰어워터와 계약을 맺고 베트남 쿨롱 유역 16-2광구의 시추 작업을 진행해 2023년 11월 원유 발견에 성공한 바 있다.
일요신문은 12일 한국석유공사 측에 ‘셰어워터의 조사 결과가 액트지오에게 넘어갔는지’, ‘3D 탐사 작업을 진행한 셰어워터가 아닌 액트지오에 심층 분석을 의뢰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묻기 위해 홍보팀과 탐사팀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한편,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의 ‘1인 기업’으로 인식되는 액트지오는 규모가 영세한 데다, 법인 영업세 체납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