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계열사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일본 자본 흔적 지우기…BNK금융 “시중은행 전환 계획 없다”
롯데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BNK금융지주의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최대주주다. 특히 부산은행은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크다.
현재로선 BNK금융그룹에 포함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서는 금산분리 및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의 지분율을 4% 이하로 줄여야 하는데 롯데그룹 측이 들고 있는 BNK금융지주 지분은 10%(3월 기준 10.42%)가 넘는다. 롯데그룹이 시중은행 전환 도전을 위해서는 지분 6% 이상을 처분해야 하지만 지배력 약화를 감수하고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때 얻을 이익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금산분리 기준 완화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향후 산업자본의 소유 가능 지분율이 상향조정될 수 있다. 형평성 때문이다. 지방은행은 산업자본의 소유 지분율이 15%까지 가능하고, 인터넷은행은 IT기업에 한해 34%까지 소유할 수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속적으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다.
BNK금융지주 내 주주로 참여한 롯데그룹의 행보에 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롯데그룹의 BNK금융지주 지분 구성을 보면 일본계 자본이 많았는데 이를 지우고 있는 것.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장려하기로 했다. 같은 달 롯데그룹은 대표적인 일본 계열사인 광윤사가 가지고 있던 BNK금융지주 지분 0.84%를 전량 처분했다.
또 지난 2월 BNK금융지주 최대주주인 부산롯데호텔은 가지고 있던 지분 일부를 롯데칠성음료에 매각해 기존 2.79% 지분에서 2.42%로 0.37%포인트 낮췄다. 그 결과 2대주주였던 롯데쇼핑(2.65%)이 최대주주가 됐다. 부산롯데호텔은 한국법인이지만 자금 출처는 대부분 일본이다. 부산롯데호텔의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46.62%), 광윤사(6.83%) 등 일본 계열사로 알려진 회사들로 구성됐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행보가 BNK금융그룹의 시중은행 전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 기대대로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된다고 해도 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일본계 자금으로 구성된 법인이라면 BNK금융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하더라도 인가를 받기 까다롭다.
금융당국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시중은행 전환을 인가할 때 금융당국은 최대주주의 자본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해외 자금인 경우 그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롯데그룹이 최대주주를 일본계가 아닌 한국계 계열사로 바꾼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의 조치로 BNK금융그룹에 속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 작업을 추진하기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의 움직임에도 BNK금융지주는 여전히 롯데그룹의 일본계 자본이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다. 지난 2월 롯데그룹의 BNK금융지주 지분 교통정리 후 주주 구성을 보면 롯데쇼핑(2.65%), 부산롯데호텔(2.45%), 롯데장학재단(1.79%), 롯데칠성음료(1.04%), 호텔롯데(0.47%), LOTTE HOLDINGS CO., LTD(1.46%), 패밀리(0.59%) 등이다. 이들이 가진 지분 총합은 10.42% 수준. 이 가운데 일본계 계열사 영향력 아래 있는 기업은 부산롯데호텔(2.45%), LOTTE HOLDINGS CO.,LTD(1.46%), 패밀리(0.59%), 3곳으로 이들의 지분의 합은 4.5%다.
BNK금융그룹 측은 현재 BNK금융지주 소속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롯데그룹 측은 BNK금융지주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따로 답변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주주총회 때 롯데그룹 출신 박우신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지만 롯데그룹 측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